Eli Lilly&Co.(LLY)가 개발 중인 경구용 당뇨병 치료제 후보 ‘오포글리프론(orforglipron)’이 경구 세마글루타이드(oral semaglutide)보다 우수한 혈당 및 체중 감소 효과를 나타냈다.
2025년 9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제약사 엘리 릴리는 제2형(성인형) 당뇨병 환자 1,69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52주짜리 3상 임상시험 ‘ACHIEVE-3’의 핵심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시험은 표준 치료제로 쓰이는 메트포르민 단독요법으로 혈당 조절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환자들을 대상으로, 12 ㎎·36 ㎎ 용량의 오포글리프론과 7 ㎎·14 ㎎ 용량의 경구 세마글루타이드를 비교 평가했다.
회사는 “주요 평가변수(primary endpoint)와 모든 핵심 2차 평가변수(key secondary endpoints)를 충족했다”라고 밝혔다. 즉, 오포글리프론이 세마글루타이드보다 혈중 당화혈색소(A1C)를 더 크게 낮추고 체중 감소 효과도 더 컸다는 의미다.
주요 결과
52주 시점 기준, 오포글리프론 투여군(A1C 12 ㎎ : -1.9% | 36 ㎎ : -2.2%)이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7 ㎎ : -1.1% | 14 ㎎ : -1.4%)보다 혈당 지표를 0.8~1.1%p 더 낮췄다.
또한 가장 높은 용량(36 ㎎)의 오포글리프론을 투여한 환자 중 37.1%가 정상 범주에 해당하는 A1C 5.7% 이하를 달성했는데, 이는 세마글루타이드 14 ㎎ 투여군(12.5%) 대비 약 3배 높은 수치다.
체중 감소 측면에서도 격차가 더 컸다. 오포글리프론 12 ㎎·36 ㎎ 투여군은 각각 평균 6.7%(-14.6 파운드)·9.2%(-19.7 파운드)의 체중 감소를 기록했으며, 세마글루타이드 7 ㎎·14 ㎎ 투여군은 3.7%(-7.9 파운드)·5.3%(-11.0 파운드) 감소에 그쳤다. 회사 측은 “최고 용량 비교 시 오포글리프론이 상대 체중 감소율에서 73.6% 더 우수했다”고 설명했다.
심혈관 위험 인자도 개선됐다. 오포글리프론은 총콜레스테롤에서 중성지방을 제외한 non-HDL 콜레스테롤, 수축기 혈압, 중성지방 등 각종 지표를 유의하게 낮췄다.
안전성·내약성
이번 시험에서 나타난 오포글리프론의 부작용 프로파일은 이전 연구와 일관됐다. 다만 연구 설계상 두 약물 간 안전성 차이를 통계적으로 입증할 힘(power)이 부족해 직접 비교는 불가능하다. 간독성 신호도 관찰되지 않았다고 회사는 덧붙였다.
용어·배경 설명
A1C(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간 혈당 조절 상태를 보여주는 지표로, 제2형 당뇨 관리에서 핵심 목표다. 효능 에스티만드(efficacy estimand)는 임상시험 통계 분석 시 치료의 ‘순수 효과’를 추정하기 위해 설정하는 가상의 가정값으로, 치료 지속 여부·추가 치료 사용 여부 등을 고려해 계산한다.
현재 주사형 세마글루타이드는 전 세계에서 GLP-1 수용체 작용제(Glucagon-Like Peptide-1 receptor agonist) 계열의 대표 치료제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환자 편의성을 높이는 ‘경구형’ 약물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 이번 결과는 엘리 릴리의 당뇨·비만 라인업 확대 전략에서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시장·전망
업계 전문가들은 오포글리프론이 향후 비만 치료 적응증을 추가 확보할 경우 연 매출 수십억 달러 규모로 성장할 잠재력이 있다고 분석한다. 엘리 릴리는 이미 주사형 ‘트루리시티(듈라글루타이드)’와 ‘티제파티드(마운자로)’로 GLP-1 영역을 선도하고 있어, 같은 계열의 경구 버전까지 확보하면 제품 라인 간 시너지가 기대된다.
다만 승인을 위해서는 3상 데이터 추가 분석, 규제 당국 제출,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순응도·보험 급여 체계 등 복합적인 과제가 남아 있다.
엘리 릴리는 “ACHIEVE-4 시험 등 진행 중인 다른 3상 과제 결과까지 확보한 뒤, 2026년 상반기 미 식품의약국(FDA)에 신약허가를 신청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