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속보] 브라질 엠브라에르 노조, 임금·단체협약 놓고 전면 파업
브라질 상파울루주 상조제두스캄푸스 금속노조가 17일(현지시간) 엠브라에르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무기한 파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조 측은 임금 인상과 단체교섭협약 체결을 핵심 요구조건으로 내걸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노조는 “사측이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만을 반영한 임금 조정안과 공상·산재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성 축소안을 제시해 협상이 결렬됐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이미 지난주 조합원 총회를 통해 해당 제안을 부결하고 파업 예고안을 가결한 뒤 이날부터 실제 행동에 돌입했다.
노조가 문제 삼은 사측 제안은 브라질 공업연맹(Fiesp·피에스피)이 조정한 안이다. ※Fiesp(Federação das Indústrias do Estado de São Paulo)는 상파울루주 산업연맹으로, 항공우주·방위 부문을 포함한 각 산업별 협회들의 교섭 대표기구 역할을 맡는다. 노조에 따르면 피에스피는 물가상승률에 근거한 최소 임금 조정만을 허용하고, 업무 중 사고를 당했거나 직업병을 앓는 노동자의 고용안정을 기존보다 완화하는 내용을 포함했다.
노조 관계자는 “장기 재활이 필요한 노동자들을 언제든 해고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임금 삭감과 복지 축소 기조가 명확히 드러난 협상안”이라고 비판했다. 엠브라에르는 로이터의 논평 요청에 즉각 응답하지 않았다.
엠브라에르·브라질 항공우주 산업의 현주소
엠브라에르는 매출 기준 세계 3위의 상업용 항공기 제조사로, 중소형 제트 여객기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군용 수송기 C-390, 전기·하이브리드 항공기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 항공수요 회복 지연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경영 환경 악화로 인해 인건비 통제가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브라질 내 노동계는 국제 유가·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생활물가가 치솟았음에도 대기업들이 실질임금 인상을 회피한다고 지적한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2024년 브라질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4.6%였으며, 2025년 들어서도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노조는 “실질 구매력을 보전하지 못한다면 숙련 인력 유출로 연결될 것”이라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전망
상파울루 가톨릭대학교(PCS)의 노동경제학자 루이스 파울루 교수는 “엠브라에르의 생산라인은 고도의 기술 숙련도를 요한다. 대규모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납기 지연과 수주 취소로 이어질 수 있어 경영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엠브라에르는 2023~2024년 2년간 미화 80억 달러 규모의 신규 항공기 주문을 확보했으며, 이 중 일부는 빠듯한 일정 내에 인도해야 하는 조건이 붙어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8월 보고서에서 “엠브라에르의 현금흐름은 개선 추세이나, 노사관계 불안이 지속되면 단기 유동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다만 회사가 최근 미국·유럽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신규 투자 여력을 확보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브라질 정부도 사태 추이를 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부 관계자는 “항공우주 산업은 브라질의 전략적 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수출 품목”이라며 “조속한 협상 타결을 위한 중재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측통들은 노조가 제시한 임금 인상 폭과 사측의 수용 한도 간 차이가 큰 만큼, 단기간에 교착 상태가 해소되기는 어렵다고 내다본다. 특히 의료·산재 노동자 보호 조항에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파업이 수주 이상의 장기화 국면으로 접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편, 이번 파업은 브라질 항공우주·방위 산업 전반의 임단협 협상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Fiesp가 다른 기업에도 인플레이션 기준 임금 조정안을 통일적으로 적용하고 있어, 업계 전반으로 연쇄 파업이 확산할지 주목된다.
용어·배경 설명
Fiesp: Federação das Indústrias do Estado de São Paulo의 약자로, 상파울루주 130개 산업협회를 대표하는 브라질 최대 산업단체다. 항공우주·자동차·철강 등 주요 제조업의 임금·노동 정책 협상에서 실질적인 교섭권을 행사한다.
산조제두스캄푸스(São José dos Campos): 상파울루에서 북동쪽으로 80km 떨어진 첨단 제조업 중심 도시로, 엠브라에르 본사와 주요 생산시설이 위치한다. 브라질 항공우주 클러스터의 중추 역할을 한다.
노조와 사측 간 후속 협상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노조는 “파업 참가율이 90%를 넘어섰다”며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고, 사측은 공장 가동 차질을 감안해 필수 인력 확보와 대체 부품 생산 계획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 관계자들은 이번 파업을 “브라질 제조업 전반의 노동조건 재설정을 둘러싼 분수령”으로 평가한다. 파업 결과가 엠브라에르뿐 아니라 다수 항공·방위 기업의 향후 임금 협상 기준점이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