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HR 소프트웨어 선두업체인 워크데이(Workday) 주가가 개장 전 거래에서 최대 10% 가까이 급등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Elliott Management)가 20억달러(약 2조7,000억원) 규모의 지분을 확보했다고 밝히며 현 경영진을 전폭적으로 지지했기 때문이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최근 공개서한에서 “워크데이의 최고경영자(CEO)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입증된 리더십을 갖추고 있으며, 우리는 그들의 ‘다년(多年) 성장 전략’이 장기적 주주 가치를 창출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시장은 이 같은 긍정적 평가는 물론,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buyback) 계획 발표까지 겹치자 빠르게 반응했다.
워크데이는 2027 회계연도 말까지 50억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단계적으로 매입할 예정이다. 자사주 매입은 통상 기업이 미래 실적·현금흐름에 대한 자신감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워크데이 경영진은 “AI(인공지능) 기반 신규 서비스와 인수합병(M&A)을 통해 성장 동력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AI 통합 경쟁 격화… 워크데이의 ‘M&A 레이스’
같은 날 캘리포니아 플리전턴(Pleasanton)에 본사를 둔 워크데이는 AI 스타트업 사나(Sana) 인수 계약도 발표했다. 인수 대금은 약 11억달러로, 최근 진행된 파라독스(Paradox), 플로와이즈(Flowise) 인수에 이은 세 번째 대규모 AI 투자다.
사나는 클라우드 기반 지식 데이터베이스 솔루션으로 잘 알려져 있다. 워크데이는 이를 자사 ‘싱글 플랫폼’—인사·재무·급여·회계·감사 등 핵심 업무를 하나의 클라우드에서 처리하게 해 주는 통합 시스템—에 흡수해, AI 비서·자동화 회계·실시간 분석 기능을 강화할 계획이다.
Evercore ISI 애널리스트는 “워크데이가 핵심 플랫폼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전략적 인수를 병행함으로써 ‘AI 시대’에도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실현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행동주의 투자자(Activist Investor)’란 무엇인가? 일반적으로 행동주의 투자자는 일정 지분을 확보한 뒤 주주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경영개선, 구조조정, 배당 확대 등 기업가치 제고 방안을 요구하는 투자자를 뜻한다. 엘리엇은 넷앱, 트위터, 현대자동차 등 다수 기업에서 활발한 주주 행동을 펼친 바 있다. 이번 건의 특징은, 엘리엇이 경영진을 압박하기보다는 ‘현 리더십을 지지’하는 우호적 태도를 취했다는 점이다.
경쟁사‧밸류에이션 비교
지난달 사모펀드 토마브라보(Thoma Bravo)가 워크데이의 경쟁사 데이포스(Dayforce) 인수를 위해 123억달러를 제시하면서 HR 소프트웨어 업계의 M&A 시장은 더욱 달아올랐다. 양 사의 주가수익비율(PER·12개월 선행 기준)은 각각 워크데이 22.38배, 데이포스 26.04배로, 워크데이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인식도 일부 투자자 사이에서 확산됐다. 올해 들어 워크데이 주가는 약 15% 하락해 있었으나, 이번 엘리엇 지분 공시와 자사주 매입 계획 발표 이후 낙폭 상당 부분을 만회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워크데이 주가 변동성에 주목하면서도 “실제 주주가치 개선은 AI 제품 상용화, 매출 성장률, 영업마진 추이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엘리엇이 공개적으로 ‘몇 년 간의 협력’을 언급하고 자율적인 경영권을 존중하겠다는 메시지를 낸 점은, 경영진 리스크를 낮추는 요인으로 해석된다.
향후 관전 포인트
첫째, 워크데이가 예정대로 2027년까지 50억달러어치 자사주를 꾸준히 소각한다면 주당이익(EPS) 개선 효과가 예상된다. 둘째, 사나·파라독스·플로와이즈 통합 작업이 지연 없이 진행되는지, 그리고 AI 기능이 실제 고객 만족도와 유지율(retention rate)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가 핵심이다. 셋째, 토마브라보의 데이포스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HR 소프트웨어 업계 재편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업계 전반적 ‘콘솔리데이션(Consolidation)’ 흐름 속에서 워크데이가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추가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마지막으로, 미 연준의 통화정책이 기술주 할인율과 자본조달 비용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투자자라면 주시해야 한다. 적극적인 인수합병 전략은 유동성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워크데이는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이 약 70억달러(2025 회계연도 2분기 기준)로 양호한 편이지만, 대규모 M&A가 이어질수록 현금흐름 관리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엘리엇의 대규모 지분 취득과 공개적 지지는 워크데이에 대한 외부 시각을 변화시키는 계기가 됐다. 주주 친화정책(자사주 매입)과 AI 중심 성장전략이 맞물리면서 단기적으로는 주가 모멘텀, 장기적으로는 실적 가시성이 개선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