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계 투자은행 베렌베르크(Berenberg)이 스페인 방산·IT 대기업 인드라 시스테마스(Indra Sistemas) 그룹을 “매수”로 신규 편입하며 목표주가를 41유로로 제시했다. 이는 전 거래일(34.38유로) 종가 대비 약 20%의 상승 여력이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베렌베르크는 할인현금흐름(DCF·Discounted Cash Flow) 모델을 적용해 인드라 가치를 평가했다. 올해 들어 주가가 거의 두 배 뛰었음에도 “국방 지출 확대에 따른 성장 잠재력을 고려하면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는 설명이다.
전일 마드리드 증시 기준 인드라의 시가총액은 60억7,000만 유로, 기업가치(EV)는 59억1,000만 유로다. 유통주식수는 1억7,700만 주다.
유럽 방위 예산 확대가 핵심 모멘텀
NATO(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들은 6월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방위비로 쓰기로 합의했다. 그중 3.5%는 필수(core) 지출이다. 베렌베르크 애널리스트들은 “유럽 방산 예산은 향후 10년간 연평균 6.5% 성장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스페인은 2024년 기준 GDP의 1.25%(약 200억 달러)만을 국방비로 집행해 NATO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기존 NATO 목표치였던 GDP 대비 2%를 충족하려면 연간 약 100억 유로를 추가 투입해야 하며, 새로운 5% 목표를 달성하려면 2035년 국방비가 96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인드라,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방산 집중
1993년 스페인 정부 주도로 설립된 인드라는 방위·정보통신 역량을 통합해 성장해 왔다. 경영진은 2026년까지 자본배분의 75% 이상을 항공우주·방위(A&D) 부문에 투입하고, 그룹 EBITDA(상각·감가전 EBITDA)의 60% 이상을 해당 부문에서 창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스페인이 국방지출을 늘려야 한다는 필연성이 이미 인드라의 신규 수주로 이어지고 있다.” — 베렌베르크 보고서
베렌베르크는 인드라가 2025년 방위 분야 수주액을 두 배로 확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스페인 정부는 4월 31개 현대화 사업에 38억 유로를 편성했으며, 이 가운데 60%(약 22억 유로)를 인드라가 직접 입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브로커리지 하우스는 2023~2026년 인드라 방산 매출이 연평균 15% 유기적 성장을 기록해 2026년 17억6,000만 유로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회사 기존 가이던스(12%)를 웃돈다.
IT 서비스 자회사 ‘민사이트’도 성장 여력
인드라는 방위 사업 외에도 IT 서비스 부문 ‘민사이트(Minsait)’를 보유하고 있다. 민사이트는 2024년 그룹 매출의 62%, 영업이익(EBIT)의 40%를 차지했다. 베렌베르크는 “민사이트가 포트폴리오 재편과 효율성 제고를 통해 향후 몇 년간 EBIT 마진을 약 7%까지 끌어올릴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컨센서스에 따르면 17명의 애널리스트 중 11명이 인드라를 ‘매수’로 평가한다. 베렌베르크의 구체적 추정치는 2025년 매출 54억 유로, EBIT 4억9,000만 유로, 자유현금흐름(FCF) 3억 유로(위성통신사 히스파샛(Hispasat)·히스데샛(Hisdesat) 인수분 제외)다.
전문가 해설: 핵심 재무 용어
DCF (Discounted Cash Flow) 모델은 미래 현금흐름을 현재 가치로 환산해 기업 가치를 산출하는 방법이다. EBIT는 이자 및 세전 영업이익, EBITDA는 여기에 감가상각을 더한 지표로 본업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하는 데 쓰인다.
방위산업은 장기 정부계약·고정비 중심 산업 특성상 매출 예측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만, 프로젝트 지연과 정치적 변수는 ‘실행 리스크(execution risk)’로 작용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인드라가 대규모 수주를 적기에 이행하고, 민사이트의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을지가 주가 모멘텀의 관건이라고 진단한다.
한편 스페인 증시에 상장된 방산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인드라는 유럽 펀드들의 ‘순수 방산 플레이’로 주목받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 기조 속에서도 국가안보 필요성이 재부각되면서 방산 섹터 전반의 밸류에이션이 재평가되는 흐름이다.
베렌베르크는 보고서를 마치며 “인드라의 전략은 일부 실행 리스크를 수반하지만 현 주가는 무시하기 어려울 만큼 저렴하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