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수년 만에 가장 정치적으로 민감한 회의를 마무리한다. 시장에서는 0.25%포인트(25bp)의 기준금리 인하가 폭넓게 예상되지만, “너무 적고 너무 늦다”는 의견과 아예 인하가 불필요하다는 반대 의견이 동시에 제기돼 격렬한 이견이 예고된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결정만큼이나 중요한 것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8개월 차에 접어든 미국 경제‧통화정책 전망을 담은 연준의 새 ‘점도표’(프로젝션)이다. 이에 따라 시장은 향후 성장률, 물가, 실업률, 정책금리 궤적까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여전히 대폭적 금리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그는 “견실한 경제 상황에서도 더 큰 폭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연준 장악 시도도 본격화되고 있다. 최근 스티븐 미란(연준 이사)이 취임하고, 행정부는 리사 쿡(현 연준 이사) 해임 건을 연방대법원에 제소하겠다고 밝혔다.
■ 트럼프 대통령 압박과 인사 전쟁
트럼프 대통령은 제롬 파월 의장에게 사퇴 압박을 가한 데 이어, 지난달에는 리사 쿡 이사를 해임하겠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측은 쿡 이사가 ‘모기지 신청서 허위 기재’ 의혹이 있다며 문제 삼았지만, 쿡 이사는 이를 부인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현재까지 법원은 쿡 이사의 손을 들어주며, 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직위를 유지하도록 허용했다.
■ 금리 인하 폭 둘러싼 ‘뜨거운’ 내부 논쟁
이번 회의에서는 이미 7월 회의에서 인하 폭을 두고 반대표를 행사한 크리스토퍼 월러·미셸 보먼(두 사람 모두 트럼프 지명)에 더해, 새롭게 취임한 미란 이사가 “더 큰 폭(50bp 이상) 인하”를 주장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반대로 의결권을 가진 지역 연은 총재 가운데 제프리 슈미드(캔자스시티 연은 총재)는 ‘매파(긴축 선호)’ 입장을 고수해 이번에도 반대표를 던질 가능성이 크다.
■ 2028년까지 제시될 첫 장기 전망
연준은 이번에 2028년 말까지 전망치를 제시해, 사실상 트럼프 1기 임기 전체를 관통하는 청사진을 처음 공개한다. 일반적으로 장기 전망에는 ‘잠재성장률’과 같은 추세값이 제시되지만, 2025‧2026년 단기 전망은 최근 고용 지표 둔화·수입관세(관세) 영향 등을 적극 반영할 예정이다.
■ 인플레이션·고용·관세 효과에 대한 엇갈린 해석
6월 전망에서 연준은 관세로 인한 물가 상승을 우려했으나, 이후 발표된 수치들은 고용 증가세 둔화를 보여 줬다. 파월 의장은 8월 와이오밍 잭슨홀 회의에서
“관세 영향은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으며, 위험 균형 변화에 따라 정책 스탠스를 조정할 여지가 있다”
고 밝힌 바 있다.
다만 물가는 여전히 PCE 물가상승률 기준으로 연말 3%에 달할 것으로 예상돼, 연준 목표치 2%를 웃돌 전망이다. 특히 관세가 가을에 본격 반영되면 비용 전가(pass-through)가 더욱 심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시장은 본다.
■ 시장 기대: 3회 연속 인하 시나리오
투자자들은 9·10·12월 FOMC에서 각각 25bp씩 ‘세 차례 연속 인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내년에는 완만한 속도의 추가 인하가 예상되지만, 이를 위해서는 연준이 노동시장 악화 리스크를 더 강조해야 한다고 옥스포드 이코노믹스의 라이언 스위트 미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분석했다.
■ 용어 해설
• 관세(Tariff): 수입품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국내 제품 보호와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한다.
• PCE 물가상승률: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로, 연준이 목표물가 관리에 선호하는 지표다.
• 반대표(Dissent): FOMC 의결 때 다수 의견과 다른 소수 의견. 보통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강한 신호로 해석된다.
■ 기자 시각
비록 연준은 “정치적 독립성”을 강조하지만, 현실적으로 백악관과 의회의 압력이 증폭되고 있다. 이번 회의는 향후 금융시장 신뢰와 정책 일관성의 시험대가 될 것이다. 특히 장기 전망(2028년)은 트럼프식 경제정책—관세, 재정확대, 규제완화—가 중립금리와 성장률에 어떤 구조적 변화를 가져올지 가늠할 첫 공식 자료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향후 일정 및 체크포인트
• 2025년 9월 17일 14:00(미 동부시각): FOMC 성명·경제전망치 발표
• 2025년 9월 17일 14:30: 제롬 파월 의장 기자회견
• 2025년 10월, 12월: FOMC 추가 회의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