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경제 성장률 전망이 또 한 번 조정됐다. 글로벌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는 싱가포르의 2025년 국내총생산(GDP) 전망치를 종전 2.3%에서 2.9%로 0.6%포인트 올려 잡았다. 주요 근거는 제조업 회복세와 관광 수요 증가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신 보고서에서 “3분기 GDP가 전기 대비 0.7%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는 연율 기준 2% 성장에 해당한다.
보고서는 제조업 GDP가 3분기에도 전기 대비 플러스(+)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관측했다. 7월에 확인된 공장 가동률과 수주 호조세가 8월·9월까지 이어진다는 전제다.
“우리의 베이스라인 시나리오에서 3분기 제조업은 완만한 상향 흐름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 함께 제시됐다.
숙박·음식료(F&B) 업종도 3분기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또 하나의 축으로 지목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관광 지표 개선과 주민에게 지급된 일회성 ‘SG60 바우처’가 소비를 자극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SG60 바우처는 총 20억2,000만 싱가포르달러(약 0.3%의 연간 GDP 규모)로, 7월부터 배포가 시작됐다.
4분기에는 속도 조절이 전망된다. 보고서는 “트랜십먼트(Transshipment) 물동량 모멘텀이 둔화될 가능성“을 이유로 4분기 GDP가 전기 대비 0.5% 후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연간 성장률은 2025년 2.9%로 상향됐고, 2026년 전망치는 기존 2%를 유지했다.
용어 해설 및 배경
트랜십먼트(Transshipment)란 환적 운송을 의미한다. 항만에서 직접 최종 목적지가 아닌 다른 선박으로 물류를 옮겨 실어 나르는 과정을 가리킨다. 싱가포르 항만은 아시아 최대 환적 허브 중 하나다. 환적량은 글로벌 교역 흐름과 밀접하게 연동되므로, 감소는 수출입 지표 약세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SG60 바우처는 싱가포르 건국 60주년을 기념해 정부가 국민에게 배포한 디지털 소비 쿠폰이다. 숙박, 음식, 교통, 문화·레저 분야에서 사용 가능하며, 일회성 경기부양책으로 평가된다.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추가 분석
보고서는 “연방준비제도(미 연준)의 최종 금리 상단이 이미 도달했다는 시각이 확대되고 있어, 싱가포르 달러의 실질 실효환율(S$NEER) 압박도 완화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수출가격 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¹“전자·정밀기기 분야 수주잔고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며, 반도체 주도형 제조업 반등 가능성이 거론됐다. 싱가포르 경제의 약 21%를 차지하는 제조업은 경기 변동에 민감해, 전망치 변화의 핵심 변수로 평가된다.
전문가 시각
서울 소재 글로벌매크로연구소의 이지현 수석연구원은 “싱가포르의 GDP 전망 상향은 아세안(ASEAN) 역내 회복세를 재확인하는 신호”라며 “특히 해외 여행 재개와 공급망 재편 흐름이 겹치면서, 싱가포르의 허브 역할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다만 4분기 이후 환적 감소, 중국 경기 둔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동시에 작용할 경우 성장세가 단기 피크아웃할 수 있다”고 경계심을 내비쳤다.
정책 당국의 행보 전망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싱가포르 통화청(Monetary Authority of Singapore·MAS)이 10월 통화정책 성명에서 공식 성장률 범위를 1.5~2.5%에서 상향 조정할 여지가 있다”고 예상했다. MAS는 환율 통제를 통해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독특한 시스템을 운영한다. 따라서 성장률 상향 조정은 S$NEER 밴드 기울기 완만화 또는 경로 중앙값 상향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보고서는 헬스케어·디지털 서비스·친환경 인프라 업종을 구조적 수혜 섹터로 제시했다. 이는 정부의 장기 경제 청사진 ‘Sustainable Singapore 2030’과 연계돼 있다.
앞으로의 관전 포인트
첫째, 제조업 생산지수(Industrial Production Index)의 월별 추이를 통해 반도체·전기전자 부문의 회복 탄력성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둘째, 관광객 입국 통계와 호텔 객실 점유율은 SG60 바우처 효과의 실제 크기를 가늠하는 참고 지표다. 셋째, 항만 물동량과 글로벌 PMI 흐름은 트랜십먼트 둔화를 사전에 감지할 수 있는 선행 지표로 꼽힌다.
결론적으로, 뱅크오브아메리카의 상향 조정은 싱가포르 경제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강화하지만, 외부 수요 변동성과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여전히 잠재 리스크로 남아 있다. 향후 MAS의 정책 대응과 4분기 실적이 2025년 최종 성장률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