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제조업체들, 美 무관세 무역 프로그램 연장 위해 ‘막바지 로비’

케냐·에티오피아·가나 등 아프리카 제조업체와 정부 대표단이 미국 의회를 상대로 아프리카 성장기회법(AGOA) 연장을 촉구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해당 법은 9월 말 만료를 앞두고 있어, 연장 여부가 수십만 개 일자리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케냐 최대 의류 제조업체 유나이티드 아리안(United Aryan) 회장 판카즈 베디(Pankaj Bedi)는 “의회가 1~2년만이라도 추가 연장을 승인해 달라”는 취지의 로비 활동을 직접 이끌고 있다고 밝혔다.

AGOA는 2000년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시절 제정된 무관세·쿼터 면제 무역 프로그램이다. 이 제도를 통해 아프리카 30여 개국은 의류·자동차 부품·광물 등 약 6,500개 품목을 미국 시장에 관세 없이 수출해 왔다.**해외 최빈국 특혜관세제(GSP)보다 폭이 넓은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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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디 회장은 케냐, 에티오피아, 마다가스카르, 가나, 레소토 등 5개국 민관 합동 대표단을 꾸려 지난주 워싱턴을 방문했다. 대표단은 미하우스(Mike Johnson) 하원의장실 보좌진, 공화·민주 양당 의원실 등과 30여 차례 면담을 진행하며 “최소 1~2년의 유예 기간”을 요청했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이후 강화된 ‘관세 중심’ 통상 기조가 여전히 의회 내에 뿌리깊게 남아 있어, 16년 장기 연장안은 지난해 하원 상정도 되지 못했다. 시장 관계자들은 “현 시점에서 본회의 부의보다, 미연방 예산안 등 기존 법안에 ‘끼워넣기’ 식으로 부칙을 달아 단기 연장에 성공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본다.

AGOA가 사라지면 관세가 10%에서 43%로 급등하며 섬유산업 전체가 ‘카드 탑’처럼 무너질 것이다.” — 판카즈 베디 회장

베디 회장은 “연장 실패 시 미국 소매업체들은 다시 중국·베트남으로 공급망을 회귀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의존도 축소·신흥시장 다변화’ 기조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용어풀이] AGOA는 ‘African Growth and Opportunities Act’의 약자로, 아프리카 경제 성장·고용 창출을 목표로 한 미국의 대표적 대(對)아프리카 개발협력 프로그램이다.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로 아프리카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자, 미국 의회는 AGOA를 통해 경제적·지정학적 균형추를 맞춰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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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시각 : 케냐제조업협회(KAM) 관계자들은 “섬유·제조업 고용이 케냐 전체 제조업 일자리의 30%를 차지한다”고 지적한다. 관세 상승이 현실화될 경우 수만 명 해고, 지역경제 침체, 미 의류업체 공급망 혼란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의회 입장에서도 2024년 대선을 앞두고 ‘인플레이션 부담 최소화’가 정치적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은 “AGOA 연장은 대중(對中) 견제뿐 아니라 의류·생활용품 가격 안정을 위한 ‘물밑 카드’가 될 수 있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실무적으로는 10월 1일 이전 예산결산 법안을 처리해야 하는 의회 일정이 최대 변수다. 시장조사업체들은 “단기 연장이 실패할 경우, 미국 수입업체들은 연말 쇼핑 시즌 재고 확보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한다.

향후 전망 : 현지 언론은 의회가 ‘2년 연장 후, 제도 전면 개편’이라는 절충안을 검토할 것으로 보고 있다. AGOA가 유지될 경우 아프리카 공급망은 탄탄해지겠지만, 폐기될 경우 중국과 동남아가 반사이익을 얻을 공산이 크다.

베디 회장을 포함한 대표단은 “이번 주 추가 면담을 마친 뒤, 선거구 내 민간기업들의 손익 영향 자료를 의원실에 제공해 의사결정 압박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결론적으로, AGOA 연장 여부는 미국 내 인플레이션·공급망 안정, 그리고 중국과의 전략적 경쟁이라는 다층적 이해관계가 교차하는 복합 과제로 부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