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광고 전쟁이 한층 격화되고 있다. 아마존 광고(아마존 애즈)가 넷플릭스와 손잡고 전 세계 10여 개 주요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광고 지원(ad-supported) 콘텐츠를 아마존의 DSP(수요 측 플랫폼, Demand-Side Platform)를 통해 프로그램매틱 방식으로 판매하기로 한 것이다. 미국·영국·독일·일본·브라질 등이 1차 대상국이다.
2025년 9월 17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합의로 광고주는 가장 ‘프리미엄’으로 평가받는 CTV(커넥티드 TV) 재고(inventory)에 아마존 광고 생태계 안에서 직접 접근할 수 있게 됐다. 이는 광고 시장의 경쟁 구도를 흔드는 동시에, 독립 DSP를 표방해 온 더 트레이드 데스크(The Trade Desk)에도 중대한 함의를 갖는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넷플릭스가 아마존을 택한 이유
광고 지원 요금제를 도입한 넷플릭스는 출범 2년도 채 되지 않아 전 세계 9,000만 명 이상의 월간 활성 이용자를 확보했다. 그러나 진정한 수익 극대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데이터·정교한 타기팅·정확한 성과 측정이 필수다.
아마존은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췄다. 아마존닷컴과 프라임 비디오, 파이어 TV에서 축적된 1차(First-Party) 쇼핑·시청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어 캠페인 노출과 실제 구매 행위를 폐쇄형 루프(Closed-Loop) 안에서 연결할 수 있다. 광고주는 기존에 아마존에서 쓰던 세밀한 타기팅 기법을 넷플릭스 시청자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고, 실시간 성과 측정까지 가능해진다.
운영 측면에서도 넷플릭스는 아마존의 인프라를 ‘플러그 앤 플레이’ 방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캠페인 기획·집행·성과 분석 전 과정을 AI(인공지능) 기반으로 자동화함으로써, 대형 브랜드가 수십억 달러 규모 예산을 거의 마찰 없이 넷플릭스 광고로 확대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더 트레이드 데스크가 맞닥뜨린 위험과 기회
더 트레이드 데스크(Nasdaq: TTD)는 그간 넷플릭스·월트디즈니·로쿠와의 협력 사례를 앞세워 ‘중립성’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즉, 자사가 콘텐츠를 소유하거나 스트리밍 서비스와 직접 경쟁하지 않으므로 투명한 교차 플랫폼 측정을 제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아마존이 넷플릭스까지 품에 안으면서 프리미엄 CTV 재고를 대거 통합하게 됐다. 여기에 로쿠·디즈니까지 합세하면, 더 트레이드 데스크가 성장 스토리의 핵심으로 삼아 온 ‘인증된(ad-authenticated) 고급 재고’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더욱이 아마존은 전자상거래·하드웨어·스트리밍을 망라한 생태계를 통해 방대한 1차 데이터를 보유한다. 이는 브랜드에게 극도로 정밀한 타기팅과 투자 대비 광고 수익(ROAS)을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하며, 결국 더 트레이드 데스크의 경쟁력을 정면으로 위협한다.
다만, 독립 플랫폼 유지를 원하는 광고주가 존재한다는 점은 위안거리다. 대형 글로벌 브랜드 상당수는 특정 거대 생태계에 의존도를 높이는 것을 꺼린다. 이들은 ‘균형추’ 역할을 해 줄 독립 DSP를 필요로 하며, 이는 더 트레이드 데스크가 여전히 무시할 수 없는 수요를 확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아마존의 CTV 영토 확장 전략
이번 제휴는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마존은 이미 올해 초 로쿠와 협력해 미국 8,000만 가구 이상의 인증 재고를 아마존 DSP에 연결했다. 또한 월트디즈니의 광고 교환 플랫폼 DRAX와의 파트너십으로 디즈니+·훌루·ESPN+ 등 프리미엄 스트리밍 콘텐츠에 대한 접근권을 확보했다.
결국 아마존은 고품질 CTV 공급을 자사 광고 스택으로 일원화하려는 야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광고주 입장에선 자본 배분 경로가 하나 더 생긴 셈이지만, 독립 DSP는 기술·데이터·재고 측면에서 더 높은 허들을 넘어야 한다.
투자자 관점의 의미
프리미엄 스트리밍 재고가 1차 데이터를 보유한 대형 생태계로 빨려 들어가는 추세가 분명해졌다. 더 트레이드 데스크는 중립성·투명성·크로스채널 도달 범위라는 고유 강점을 지니지만, 경쟁 기준선이 한층 높아진 것은 사실이다.
광고주가 CTV 캠페인 운영의 기본값을 아마존으로 설정한다면, 더 트레이드 데스크는 ‘지갑 점유율’ 방어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반대로 플랫폼 종속을 경계하는 기업이 늘어날 경우, 중립 DSP에 대한 수요는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
결국 게임의 판돈이 커졌다. 더 트레이드 데스크 투자자는 당장 패닉할 필요는 없으나, 시장 역학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DSP(Demand-Side Platform) : 광고주가 여러 매체의 광고 재고를 한꺼번에 구매·관리할 수 있도록 돕는 자동화 플랫폼이다.
CTV(Connected TV) : 인터넷에 연결돼 스트리밍 콘텐츠를 제공하는 스마트 TV·셋톱박스·게임 콘솔 등을 통칭한다.
프로그램매틱 광고 : AI·알고리즘을 통해 실시간 경매 방식으로 광고 공간을 사고파는 방식이다.
스트리밍 광고는 AI와 데이터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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