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2위 상업은행 코메르츠방크의 최고경영자(CEO) 베티나 올로프(Bettina Orlopp)가 이탈리아 최대 은행 그룹 유니크레딧(UniCredit)이 추진 중인 잠재적 합병 접근 방식을 두고 “우호적이지 않다“며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그는 대규모 인력 감축 중심의 비용 절감이 수반될 경우 수익성 훼손과 실행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5년 9월 17일, 인베스팅닷컴 보도에 따르면 올로프 CEO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한 금융 컨퍼런스 연단에 올라, 현지시각으로 “합병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진행되느냐가 관건”이라며 유니크레딧 측의 제안이 지나치게 공격적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비우호적인 대규모 거래는 달성하기 위해 막대한 시간‧노력‧자금을 필요로 한다”면서 “특히 비용을 빠르게 줄이겠다는 접근은 기존 매출 기반을 약화시키고, 예상 밖의 통합 비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가 문제 삼은 핵심은 유니크레딧이 내세운 ‘공세적 비용 절감 전략’이다. 일반적으로 유럽 금융권의 합병·인수(M&A)는 영업망 통합과 정보기술(IT) 시스템 표준화, 중복 인력 조정 등을 통해 시너지를 추구한다. 그러나 올로프 CEO는 “실제 현장에서 지점 폐쇄·대량 해고·IT 시스템 통합이 한꺼번에 몰아치면, 고객 이탈과 내부 혼란으로 예상치 못한 매출 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비우호적 합병’(hostile merger)은 통상 양사 경영진 간 합의 없이 일방의 의지로 추진되는 거래를 가리킨다. 금융업계에서는 규제 승인과 노조 반발, 고객 신뢰 붕괴 등 여러 리스크가 얽혀 있어, 합병 전보다 통합 이후의 경영 효율이 오히려 악화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코메르츠방크는 1870년 설립된 전통 금융기관으로, 자산 규모 기준 독일 2위다. 독일 정부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25% 가량의 지분을 인수해 지금도 주요 주주로 남아 있다. 반면 유니크레딧은 1998년 여러 지역 은행의 결합으로 탄생했으며, 현재 중동부 유럽(CEE)에서 최대 상업은행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다.
유럽 은행권 구조조정은 이미 2010년대 들어 저금리 장기화와 핀테크(금융기술) 부상, 규제 강화로 촉발돼 왔다. 각국 내 매물 부족과 국경 간 규제 차이로 ‘빅딜’ 성사는 드물었다. 이번 코메르츠방크–유니크레딧 건은 드문 ‘독일–이탈리아’ 간 대형 합병 카드인 만큼, 시장의 이목이 집중됐다.
하지만 올로프 CEO는 “고객 기반 유지와 문화 통합이란 두 과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단순 비용 절감만으로는 주주가치 제고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또한 인력 구조조정을 둘러싼 노사 갈등, IT 시스템 전환 비용, 규제 기관 승인 지연 등이 수익 전망을 불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이번 발언이 “공개석상에서 협상 지렛대를 높이려는 전략”이자 “유니크레딧의 조건 재조율 압박”으로 해석한다. 실제로 주가는 발언 직후 양사 모두 단기 조정세를 보였으나, 애널리스트들은 “긴 협상 과정이 불가피”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결국 올로프 CEO의 메시지는 명확하다.
“무리한 비용절감 드라이브 대신, 시장·문화·고객 관점을 포함한 종합적 통합 전략이 선행돼야 한다.”
이번 경고가 유니크레딧 측의 제안 수정으로 이어질지, 혹은 거래 자체가 무산될지는 아직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