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사회당, 마크롱 새 내각에 대규모 예산 양보 요구하며 압박 가속

프랑스 사회당(PS)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의 두 번째 임기 후반기를 좌우할 예산 협상에서 결정적 역할을 자처하며, 새 내각에 전례 없는 수준의 정책 양보를 요구하고 있다.

2025년 9월 17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올리비에 포르 사회당 제1서기는 이날 세바스티앵 르코르뉴 신임 총리를 만나 “가혹한 지출 삭감 중단, 고소득층에 대한 공정한 기여, 실질구매력 제고” 등을 핵심 의제로 제시했다.

르코르뉴 총리는 취임 직후부터 좌·우 전 정당 지도부를 연쇄 접촉하며 ‘다수파 없는 의회’에서 예산안을 통과시킬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2017년 이후 정치 변방으로 밀려났던 사회당은 캐스팅보트 지위를 확보하며 막강한 협상력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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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당이 요구하는 4대 핵심 조건

사회당 측 협상 창구를 맡은 필리프 브륀 하원의원은 다음 네 가지를 ‘선결 과제’로 못 박았다.

1 마크롱 정부가 강행 처리한 연금 개혁 전면 철회
2 신규 부유세(보유 자산세) 도입
3 2026년 예산에서 프랑수아 바이루 전 총리가 제안했던 440억 유로 규모 긴축안의 절반 축소
4 사회 안전망 지출 확대를 통한 저소득층 구매력 보호

브륀 의원은 프랑스 공영라디오 ‘프랑스 인포’ 인터뷰에서 “명확한 양보 없이는 어떠한 예산 협상도 시작하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여론의 흐름과 정치적 계산

여론조사기관 이프옵(IFOP)이 9월 16일 발표한 설문에 따르면, 프랑스 국민의 86%가 부유세 신설에, 66%가 연금 개혁 일시 중단에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는 사회당 요구안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다.

그러나 사회당이 지나치게 강경 노선을 고수할 경우, 협상이 결렬돼 의회 해산 및 조기 총선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제기된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는 조기 총선 시 극좌·극우가 의석을 늘릴 가능성을 시사하며, 과반 확보가 불투명한 사회당으로서는 ‘양보 없는 완승’이 오히려 정치적 자충수가 될 위험을 내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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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륀 의원 역시 “우리는 절대 과반이 아니다. 일부 창업·혁신 기업에 대해선 부유세를 면제해 성장을 지원할 여지도 있다”며 조건부 타협 카드를 열어뒀다. 그는 특히 프랑스 AI 스타트업 미스트랄 AI를 예로 들며 “산업 잠재력을 해치지 않는 선별적 과세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총리의 제약 조건

르코르뉴 총리는 마크롱의 최측근이자 2017년 대선 캠페인 핵심 참모로, ‘대통령의 유산 수호’라는 책무를 안고 있다. 동시에 그는 여당과 가까운 보수 공화당(LR) 지지를 유지해야 한다.

프랑스의 2024년 재정적자는 국내총생산(GDP)의 5.1%로, EU 허용치 3%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국가부채도 GDP 대비 114% 수준에 육박해, EU 집행위원회는 지속적으로 재정 건전성 회복을 압박하고 있다.

따라서 르코르뉴 총리는 사회당과 교집합을 찾되, “마크롱노믹스”로 불리는 성장·혁신 기조와 EU의 재정 규율이라는 이중 제약을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난제를 안고 있다.


정치·사회적 긴장 고조

협상 테이블 밖에서는 긴장이 이미 폭발 직전이다. 노동조합과 좌파 단체들은 9월 18일 전국 동시다발 총파업·가두 시위를 예고하며, “임금·연금·공공서비스 확대”를 요구한다. 브뤼노 르탈로 내무장관은 방송 인터뷰에서 “폭력 시위대 3천~5천 명이 조직적으로 전략 거점을 봉쇄할 우려가 있다”며 경찰 8만 명을 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전문가 해설: ‘연금 개혁’과 ‘부유세’의 의미

프랑스의 연금 개혁은 재정 균형을 위해 정년을 62세에서 64세로 상향·보험료 납입 기간을 연장한 조치다. 하지만 노동시장 유연성이 상대적으로 낮고 청년 실업률이 높은 상황에서, 노년층 근속 연장 정책은 ‘세대 간 갈등’을 심화시킨다는 비판이 거세다.

또한 부유세(ISF, Impôt de solidarité sur la fortune)는 2018년 ‘부동산 자산세’로 대체되며 사실상 폐지됐다. 사회당이 요구하는 ‘신규 부유세’는 금융자산까지 과세 범위를 확대해 고소득층·대기업 대주주의 기여를 강화하자는 취지다. 이는 프랑스 내 자본 이탈 가능성과 세수 확보 사이에서 팽팽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향후 전망

정치권 일각에서는 르코르뉴 총리가 10월 초까지 ‘사회당·공화당·모데름(대통령계 중도)’ 연정 형태의 예산 합의를 이끌어낼 경우, 마크롱 정부가 잔여 임기를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반대로 협상이 결렬되면 조기 총선 카드가 현실화하고, 마크롱이 추진하는 EU 차원의 경제·안보 프로젝트도 심각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결국 프랑스 정치의 향배유럽 재정 질서의 미래가 사회당이 제시한 ‘네 가지 조건’에 달렸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