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 마감 현황
10월물 WTI(서부텍사스산중질유) 선물은 전 거래일 대비 1.22달러(+1.93%) 오른 64.41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같은 달물 RBOB(레귤러 블렌드 옥탄 부스터) 휘발유 선물도 0.0282달러(+1.40%) 상승해 2.04달러 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두 상품 모두 1.5주 만의 최고가다.
2025년 9월 17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이날 유가 랠리는 달러 지수(DXY)의 2.5개월 만의 최저치와 맞물려 나타났다. 통상 원유는 달러로 결제되기 때문에 달러 약세는 투자자의 원유 매수를 부추킨다.
■ 우크라이나發 공급 차질
우크라이나는 최근 러시아 정유시설과 송유관에 대한 드론 공습을 강화했다. 로이터는 러시아 원유 물량의 80% 이상을 처리하는 트란스네프트(Transneft) 파이프라인이 일시적인 저장 제한 조치를 취했다고 전했다. 또한 연간 처리 능력 2,000만 톤 규모의 키리시(Kirishi) 정유소는 9월 14일(현지시간) 공습 피해로 가동을 중단했다. 잇따른 공격으로 러시아의 9월 첫 사흘간 정유 가동률은 하루 498만 배럴(bpd)로 3년 3개월 만의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 美 경제지표 호조
같은 날 발표된 미국의 8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6% 증가해 시장 전망치(0.2%)를 크게 웃돌았다. 8월 제조업 생산도 0.2% 상승하며 예상치(-0.2%)를 뒤집었다. 분석가들은 “견조한 소비·생산 지표가 에너지 수요 증가 기대를 키웠다”고 평가했다.
■ 부유식 저장 감소
시장조사업체 보르텍사(Vortexa) 집계에 따르면 9월 12일 기준 7일 이상 정박 중인 유조선 원유는 주간 7.2% 감소한 6,796만 배럴로 집계됐다. 이는 공급 타이트닝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해석된다.
■ 추가 제재 우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3일 “푸틴 대통령에 대한 인내심이 빠르게 바닥나고 있다”며 러시아산 원유를 구매하는 중국·인도에 최대 100% 관세 부과를 G7에 제안했다. 시장은 제재 확대가 러시아 원유 수출을 위축시켜 전 세계 공급 부족을 심화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 지정학 리스크 확대
유럽·중동에서도 긴장이 고조됐다. 9월 10일 폴란드는 영공을 침범한 러시아 드론을 격추했다. 9일에는 이스라엘이 카타르 도하의 하마스 고위 지도부를 공습해 중동 분쟁 확산 가능성이 제기됐다. 원유의 약 1/3을 공급하는 중동 지역 리스크 증가는 가격 상승 압력으로 직결된다.
■ OPEC+ 생산 전략
OPEC+는 9월 7일 회의에서 10월부터 일 13만7,000배럴 수준으로 증산폭을 축소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8~9월 합산 54만7,000배럴 증산 계획보다 크게 줄어든 규모다. 나아가 1,660만 배럴 규모의 추가 대기 물량 재개 여부도 “시장 여건에 따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1일 보고서에서 2026년 글로벌 원유 초과 공급 전망치를 333만 배럴로 상향했다. IEA는 “OPEC+의 단계적 증산 계획이 재고 누적을 초래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8월 OPEC 산유량은 전월 대비 40만 배럴 늘어난 2,855만 배럴로 2년 만의 최고치다.
■ 재고·리그 데이터
시장 컨센서스는 9월 18일 발표될 미 에너지정보청(EIA) 주간 통계에서 원유 재고 175만 배럴 증가, 가솔린 재고 67만5,000배럴 증가를 예상한다. 앞선 9월 11일 발표분에서는 원유 재고가 5년 평균 대비 3.2% 낮았고, 가솔린·디스틸레이트 재고도 각각 0.6%, 10.4% 하회했다.
같은 주 미국 원유 생산은 주간 0.5% 증가한 1,349만5,000배럴로 집계돼 2024년 12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1,363만1,000배럴)에 근접했다.
베이커휴즈에 따르면 9월 둘째 주 미국 내 가동 중인 원유 시추 장비 수는 416기(+2기)로 8월 1일 기록한 4년 최저치(410기)에서 소폭 반등했다. 2022년 12월 627기 이후 2년 반 동안 급감세가 이어지고 있다.
■ 용어 해설*투자 참고
WTI: 미국 텍사스 중부 쿠싱(Cushing)에서 인수·인도되는 대표적 경질유. 국제 유가의 지표로 사용된다.
RBOB: 휘발유 선물 계약의 일종으로, 여기에 첨가제를 넣으면 최종 소비용 휘발유가 된다.
DXY: 달러 가치를 6개 주요 통화와 비교해 산출한 달러 인덱스.
Vortexa: 글로벌 유조선 위치·적재량을 실시간 추적해 원유·가스 흐름을 분석하는 영국계 데이터 회사.
■ 기자 시각
달러 약세와 공급 차질이라는 ‘쌍둥이 호재’가 맞물리며 단기적으로 유가는 추가 상승 여지가 있다. 다만 OPEC+의 단계적 증산과 IEA의 공급 과잉 전망, 미국의 고공행진 생산량이 상단을 제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중 경제 지표와 지정학 변동성이 향후 수급 균형의 추를 결정할 핵심 변수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