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콰도르 중부 아수아이주에서 약 9만 명*주최 측 추산에 달하는 주민과 지역 지도자들이 거리로 나와 캐나다 던디 프레셔스 메탈스(Dundee Precious Metals)의 로마 라르가(Loma Larga) 금광 개발 허가 철회를 요구했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통신(Reuters)의 보도에 따르면, 시위대는 주도(州都) 쿠엥카(Cuenca) 도심을 행진하며 “퀸사코차(Quimsacocha)를 건드리지 말라!” “물은 무엇보다 소중하다!” 라는 구호를 연이어 외쳤다.
에콰도르 정부는 다니엘 노보아 대통령 취임 이후인 올해 초 던디사에 환경 허가(environmental license)를 발급해 건설을 승인했으나, 8월 환경·사회적 반발이 거세지자 에너지부가 추가 환경관리계획(Environmental Management Plan) 제출 전까지 착공을 전면 중단하도록 명령했다.
아수아이주 지방정부는 3,200헥타르 규모의 퀸사코차 수원 보호구역과 주변 파라모스(paramos) — 고산 습윤초지로 ‘천연 스펀지’처럼 수분을 저장해 쿠엥카 등 인근 도시 상수원의 60% 이상을 공급하는 핵심 생태계 — 가 훼손될 것이라며 강경히 반대하고 있다.
쿠엥카의 크리스티안 사모라 시장은
“국가 정부는 환경 허가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 쿠엥카 시민의 함성이 거리를 가득 메우고 있으며, 그들은 반드시 우리의 목소리를 들어야 할 것”
이라고 밝혔다.
던디 프레셔스 메탈스는 시위대 요구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에콰도르는 풍부한 금·구리 매장량을 보유했음에도 현재 상업 가동 중인 광산은 캐나다 런딘 골드(Lundin Gold)가 운영하는 프루타 델 노르테 금광, 중국 컨소시엄이 소유한 미라도 구리 광산 두 곳뿐이다.
노보아 대통령은 “향후 책임은 시와 주(州)가 져야 한다”
며 중앙정부가 한발 물러섰다. 그는 13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만약 던디사가 국제 중재 법원에 제소한다면, 그 절차를 따를 수밖에 없다”면서도 “프로젝트가 무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시사했다.
◆ 용어 풀이
• 파라모스(paramos) : 남미 안데스 고지대(약 해발 3,000~4,500m)에 분포하는 토탄 습지형 초지.
• 환경 허가 : 광업·건설 등 대규모 사업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 평가해 정부가 부여하는 인·허가 절차.
• 국제 중재 법원 : 국가와 기업 간 분쟁을 해결하는 사법 기구로, 판정 결과는 국제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전문가 시각
국제 자원개발 분야 분석가들은 에콰도르의 연이은 사회·환경 분쟁이 투자 유인을 떨어뜨리며 ‘미개발 자원국’으로 남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 10년간 에콰도르 광업 분야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연평균 4억 달러 안팎에 머물렀다. 이는 페루·칠레의 15% 수준이다.
환경·지역 사회 수용성(ESG)의 비중 확대를 감안할 때, 로마 라르가 프로젝트가 재개되더라도 투자 회수 기간이 당초 8년에서 12년 이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생산 지연 및 금리 상승까지 겹칠 경우, 사업성 재검토가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한편, 물 부족이 부각되는 현지 정서는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투자자에게도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물은 금보다 귀하다는 메시지가 국제 커뮤니티를 통해 확산되면, 향후 광업·농업·발전 분야에서 ‘수자원 프리미엄’이 자산 가치에 새롭게 반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