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의회가 거대 기술기업에 대해 다시 한 번 칼을 빼 들었다. 미국 상원의 초당적 의원 10명은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가 보유한 아동 안전 관련 내부 평가 자료와 자사 제품의 부모 통제 기능 효과에 대한 분석 결과를 제출하라고 공식 요구했다.
2025년 9월 16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요구서는 테네시주 공화당 의원 마샤 블랙번(Marsha Blackburn)이 주도했으며, 서한에는 척 그래슬리(Chuck Grassley)·리처드 더빈(Richard Durbin) 등 상원 법사위원회 핵심 인사들이 대거 연명했다.
의원들은 서한에서 “
메타가 부모와 의회에 해결책이라고 홍보해 온 부모 통제 기능(parental controls)은 실제로는 무력하고 제대로 사용되지 않고 있다
”며, 내부 연구 자료 일체와 신청·승인·수정·거절된 프로젝트 목록까지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압박은 로이터가 지난달 단독 보도한 “메타 내부 정책 문서가 회사의 AI 챗봇(chatbot)이 아동과의 연애·성적 대화를 허용했다”는 내용 이후 메타를 둘러싼 비판 여론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메타는 해당 사례가 오류였으며 이미 삭제 조치했으며, “아동·청소년 연구 전면 금지 정책을 시행한 적은 없다”고 반박하고 있다.
지난주 상원 청문회에서도 메타의 전직 안전 연구원들이 “회사가 아동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사용하고 성적 노출을 경험한다는 자체 연구 결과를 인지했음에도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폭로해 파장이 확산됐다. 이에 의원들은 서한에서 아동 이용 실태·부적절 콘텐츠 노출 경로·대응 절차 등을 규명할 정밀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AI 챗봇과 아동 보호, 규제 논의 급물살
의원 서한과 별개로, 같은 날 열린 또 다른 상원 청문회에서는 오픈AI(OpenAI)와 캐릭터.AI(Character.AI)를 상대로 자녀의 극단적 선택에 대해 책임을 묻는 유가족들의 증언이 이어졌다. 두 기업은 “깊은 애도를 표하며 안전 기준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VR 제품과 AI 챗봇은 몰입적 경험과 맞춤형 대화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교육·엔터테인먼트 영역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아동·청소년이 사용하는 경우 플랫폼 운영사와 학부모가 함께 위험 요소를 선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용어 설명
VR(Virtual Reality)은 헤드셋 등을 통해 사용자가 3차원 가상 환경에 몰입하도록 하는 기술을 의미한다. 챗봇(Chatbot)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사람과 자연어로 대화하도록 설계된 프로그램으로, 최근에는 GPT·라지랭귀지모델(LLM) 기반으로 진화해 사용자와의 상호작용 범위가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전문가 시각과 향후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자료 요구가 단순한 서면 질의에 그치지 않고, 메타를 비롯한 빅테크의 청소년 보호 시스템 전반을 재평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특히 메타가 내부 검토 문건과 연구 프로젝트 결과를 모두 제출할 경우, 알고리즘 설계·콘텐츠 추천 체계·신규 서비스 출시 절차까지 규제당국의 면밀한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 의회가 아동 온라인 안전 관련 법안을 추진 중인 만큼, 이번 사안은 입법화로 연결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의원들은 서한에서 메타가 애초 부모 통제 기능을 “만병통치약”처럼 홍보했다고 지적하며, 기능의 실제 도입률과 효과성 데이터를 구체적으로 내놓으라고 요구했다.
한편 메타는 “우리는 오랫동안 아동·청소년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왔다”고 주장하지만, 내부 고발과 언론 보도가 이어지면서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명성 확보와 실질적 보호 장치 강화 없이는 메타가 정치·사회적 압력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평가했다.
결국 이번 논란은 플랫폼 기업의 자율적 책임과 공적 규제의 간극을 좁히는 방향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크다. 빅테크가 아동 이용자 보호 체계를 구축하는 데 필요한 최소 기준이 어디까지인지, 또 AI·VR 등 혁신 기술의 성장 동력을 훼손하지 않는 균형점을 찾을 수 있을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