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미국 소비자물가 또 상승…관세 전가 영향 지속

워싱턴발 물가 경고등이 다시 켜졌다. 9월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가 두 달 연속 뚜렷한 상승세를 이어가며 관세가 민감한 일부 상품 가격이 오르고,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도 부담을 더한 것으로 분석된다.

2025년 10월 24일, 로이터통신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부 산하 노동통계국(BLS)은 정부 셧다운으로 인한 데이터 공백에도 불구하고 9월 CPI를 예정보다 앞당겨 발표했다. 이는 사회보장국(SSA)이 2026년도 생활비 조정률(COLA)을 산출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조치다.

경제학자 루시아 무티카니 기자가 전한 이번 보고서에 따르면, 총 CPI는 전월 대비 0.4% 상승해 8월(0.4%)과 같은 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 대비로는 3.1% 올라 16개월 만에 최대치다. 품목별로는 휘발유·디젤 등 에너지가 전월 대비 큰 폭으로 뛰었고, 쇠고기·커피 등 농산물 가격도 가뭄과 관세 여파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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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물가(Core CPI)의 끈질긴 상승도 눈에 띈다. 변동성이 큰 식품·에너지를 제외한 Core CPI는 두 달 연속 0.3% 상승했으며, 전년 동월 대비로는 3.1% 올라 세 달째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이는 의류·가구 등 관세 영향을 받는 수입재 가격의 상승이 주 요인으로 지목된다.

관세 전가 현황과 기업의 선택

전문가들은 Tariff Pass-Through(관세 전가)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BNP파리바 증권의 앤디 슈나이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향후 6개월 동안 총 관세 비용의 60% 정도가 소비자 가격에 추가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관세 전가율은 기업 재고 소진 속도·원가 부담·소비자 수요 탄력성에 따라 달라지는데, 현재까지 소비자가 떠안은 비중은 약 20%로 추정된다.

반면 기업은 마진 축소로 대응하고 있다. 보스턴칼리지 브라이언 베서운 교수는 “영업이익률이 압박을 받자 고용 계획을 축소해 인건비 증가세를 억제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분기 소매업 재고는 크게 줄었으며, 월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는 “관세 부과 이후 가격이 오른 제품으로 재고를 채우면서 비용 압력이 연말까지 지속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서비스 물가와 임대료 둔화

관세로 인한 상품 가격 상승을 완충한 것은 서비스 부문의 둔화다. 8월 급등했던 항공권·호텔비가 9월에는 속도를 줄였고, 임대료 상승률도 일부 대도시에서 비정상적으로 높았던 8월 대비 완화됐다. 이는 CPI 전체 상승률을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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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준(Fed)의 정책 전망

연방준비제도(Fed)가 물가 목표로 삼는 지표는 CPI가 아니라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이지만, CPI는 시장심리와 기대인플레이션 형성에 직접적인 신호를 준다. 로이터 컨센서스에 따르면 연준은 다음 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25bp 내려 3.75~4.00% 범위로 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시장은 “물가가 여전히 목표치(2%)를 상회하지만 경제 불확실성·고용 둔화가 더 큰 리스크”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데이터 수집 차질·품질 우려

BLS는 Government Shutdown(연방정부 부분 업무정지) 속에서도 9월 CPI를 발표했지만, 10월 CPI의 정상 공표 여부는 불투명하다. CPI는 월중 내내 가격을 물리적으로 수집하는데, 셧다운으로 10월 수집분의 절반 이상이 이미 누락돼 있다는 설명이다. 골드만삭스 로니 워커 이코노미스트는 “셧다운이 이달 말까지 이어지면 BLS가 통상 기준을 충족하는 방식으로 CPI를 발표하기 어렵다”며 “자료가 비어 있는 구간을 보완하려면 추정치 산정·후속 조사·보간법 등이 필요하지만 각 방법에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용어 설명

Tariff Pass-Through: 정부가 부과한 관세가 어느 정도까지 최종 소비자 가격에 반영되는지를 뜻한다. 초기에는 기업이 재고를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소비자가 부담하게 된다.

Core CPI: 식품·에너지처럼 변동성이 큰 품목을 제외한 물가지수다. 중앙은행이 물가 추세를 파악할 때 중요하게 본다.

Government Shutdown: 의회 예산안 통과 실패로 연방정부 기관 일부가 문을 닫는 상황이다. 통계 작성·공급망 관리 등 핵심 데이터 수집이 중단돼 경제지표의 공백이 발생한다.

PCE Price Index: 개인소비지출 물가지수. 연준이 법정 목표(2%) 달성 여부를 판단할 때 중시하는 지표다.

전망과 시사점

전문가들은 물가상승률이 당분간 3%대 중반을 오르내릴 것으로 본다. 관세 전가가 가속화되면 소비자 체감 물가가 추가로 높아질 수 있으며, 이는 연준의 완화적 통화정책 여력을 제약할 변수다. 다만 서비스 부문 둔화·주택 임대료 안정세가 이어진다면 2026년 초부터는 CPI 상승세가 점진적으로 둔화될 것이란 전망도 병존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일단 다음 주 FOMC 이후의 점도표(dot plot)와 제롬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을 통해 금리 경로와 물가 전망에 대한 실마리를 얻으려 한다. 동시에 10월 CPI 공표 불확실성은 국채금리·달러화·주식시장 변동성을 키울 잠재적 요인으로 지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