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9월 소매판매가 시장 기대를 밑돈 반면,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압력이 일정 부분 유지된 것으로 나타났 다. 미국 상무부는 화요일(현지시간) 9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2% 증가해, 8월의 수정되지 않은 0.6% 증가에 비해 둔화됐다고 밝혔다. 이는 로이터가 집계한 경제학자 전망치인 0.4% 증가에 못 미친 수치다.
2025년 11월 25일,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미 노동부는 같은 기간 최종수요 기준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3% 상승해 시장 예상과 일치했다고 발표했 다. 앞선 8월 PPI는 수정 없이 0.1% 하락으로 집계된 바 있다.
연율 기준으로는 PPI가 9월까지 12개월 동안 2.7% 상승해, 8월과 동일한 상승률을 유지했 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악화되지는 않았지만, 목표 수준으로 빠르게 수렴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수치로 해석할 수 있 다.
이번 두 통계는 43일간의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발표가 지연됐다. 지연 발표된 데이터라는 점이 시장 해석의 신뢰도와 최신 흐름 반영 정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시장 반응(Market Reaction)
주식: S&P E-미니 선물은 약보합권으로 내려 3.25포인트(−0.05%) 하락했다.
채권: 미 국채 금리는 하락세를 유지했고, 벤치마크 10년물 수익률은 2.3bp(bp=1bp는 0.01%p) 하락한 4.013%를 기록했다.
외환: 달러인덱스는 한때 상승 후 낙폭을 키우며 0.29% 하락한 99.91로 마감권에서 거래됐다.
전문가 코멘트(Comments)
슬라보미르 소로친스키(Slawomir Soroczynski), 크라운 에이전츠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런던) 채권 총괄: “이번 9월 수치가 기대치와 얼마나 벗어나더라도 그 자체로 큰 거래 신호를 주기는 어렵 다. 너무 크게 빗나설 경우에는 오히려 데이터의 질을 시장이 의심할 수 있기 때문이 다.”
브라이언 제이컵슨(Brian Jacobsen), 애넥스 웰스 매니지먼트(위스콘신 멘로미니 폴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셧다운 이전 기준으로 소매판매는 0.2%로 미온적이었고, 생산자물가는 0.3%로 다소 끈적했다. 셧다운은 소비 둔화라는 흐름을 악화시켰을 가능성이 크 다. 물가 환경은 소비보다 더 큰 변화를 보였다. 다수 식품에 대한 관세 면제와 미·중 간 détente(데탕트, 긴장 완화)로 새 관세 현실에 대한 가격 조정이 아직 끝나지는 않았지만, 초입보다는 끝에 가까워진 듯하 다.”
“금리 인하 중단은 심리에 해가 될 가능성이, 추가 인하가 주는 효과보다 클 수 있 다. 그렇다고 해서 파월 의장이 ‘크리스마스를 훔친 그린치’가 될 필요는 없 다.”
피터 카딜로(Peter Cardillo), 스파르탄 캐피탈 시큐리티스(뉴욕) 수석 시장이코노미스트: “(PPI에 대해) 헤드라인은 예상보다 약간 강했지만, 근원 수치는 오히려 예상보다 다소 둔화됐다. 전년 대비 3% 아래라는 점은 긍정적인 신호다. 9월 수치라는 시간차가 있긴 하지만, 인플레이션이 악화하고 있지 않다는 점은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여는 요인이 다.”
“셧다운 동안에는 수요가 줄어 물가 압력이 개선됐을 수도 있 다. 다만 구시효 수치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며, 이는 어디까지나 참고 지표다.”
“(소매판매에 대해)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두고 올해 소비가 작년을 상회할 만큼의 증가를 보일 것으로 보이진 않는 다. 소득 상위층의 지출이 전체 소비를 지탱해 왔지만, 취약 계층의 지출은 셧다운 등의 영향으로 위축됐다. 소비 양극화가 심화되며 경기 둔화 신호가 나타나고 있고, 이는 12월 인하 필요성을 뒷받침한다.”
아담 사르한(Adam Sarhan), 50 파크 인베스트먼츠(뉴욕) CEO: “주식시장은 거의 반응하지 않았다. 구시효 뉴스이고, 시장은 미래를 선반영하는 메커니즘이기 때문이 다. 0.3%의 PPI 상승은 시장을 크게 흔들 수준이 아니며, 이는 9월 데이터다. 우리는 12월로 향하고 있고, 침착한 반응은 투자자들이 앞을 보고 있음을 말해 준다.”
팀 그림스키(Tim Ghriskey), 잉갈스 앤드 스나이더(뉴욕)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 “오늘 핵심은 소매판매의 약세다. 광의의 소매판매가 전반적으로 약했다. 큰 놀라움은 아니며 대체로 예상된 흐름이 다. 다만 9월이라는 시차가 있어, 보다 최근의 데이터가 나오면 상황을 더 명확히 볼 수 있 다.”
“예상치보다는 낮지만 플러스 성장이라는 점이 투자자들을 다소 놀라게 했다. 초기 반응은 있겠지만, 구시효 데이터인 만큼 하루 종일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다. 우리는 이미 거의 두 달치의 최신 데이터가 아직 비어 있는 상태다.”
핵심 지표가 말해 주는 것: 소비 둔화 vs. 물가 견조
9월 미국 소매판매는 0.2% 증가에 그쳐 소비의 탄력 둔화를 시사했 다. 이는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둔 소비 모멘텀에 대한 경계로 이어질 수 있 다. 반면, PPI 0.3% 상승과 연율 2.7% 유지라는 결과는 생산 단계의 가격 압력이 여전히 잔존함을 보여 준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성장(소비)과 물가의 비대칭 신호 속에서 연준(Fed)의 12월 통화정책 경로를 가늠하는 국면이 다.
시장 가격은 즉각적이고 일방적인 재평가보다는 대기 모드에 가깝 다. S&P E-미니의 미미한 약세, 10년물 금리의 2.3bp 하락, 달러인덱스의 0.29% 하락은 ‘예상 범위 내 물가’와 ‘예상 하회 소비’가 상쇄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 다. 이는 ‘빅 피처’가 변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진단과도 궤를 같이 한다.
용어로 읽는 이번 발표
PPI(Producer Price Index): 생산·도매 단계의 가격 변동을 측정하는 지표로, 최종수요 PPI는 기업이 최종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전 단계에서 받는 가격의 변화를 뜻한 다. 일반적으로 PPI 상승은 향후 CPI(소비자물가)로의 전가 가능성을 시사하지만, 전가 강도는 수요 여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 다.
소매판매(Retail Sales): 미국 상무부가 집계하는 명목 매출 지표로, 자동차·가솔린 등을 포함한 광의의 소비 흐름을 보여 준다. 월간 변동성이 크며, 연말 쇼핑 시즌을 앞둔 9~11월 수치는 경기선행성을 평가하는 데 자주 활용된다.
S&P E-미니 선물: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거래되는 소형 S&P 500 지수 선물로, 현물 개장 전후 심리를 가늠하는 데 널리 쓰인다.
기준금리·bp: bp(베이시스 포인트)는 금리 단위로, 1bp=0.01%p를 의미한다. 국채수익률은 채권 가격과 반대로 움직인다.
달러인덱스: 달러의 주요 통화 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미 금리·물가·성장 전망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정부 셧다운: 연방정부의 예산 승인이 지연되면서 일부 기능이 일시 정지되는 현상이다. 통계 생산·공표의 지연을 야기해 데이터 공백이 생길 수 있 다.
기자 해설: 데이터 공백 속 연준의 균형 과제
이번 발표의 핵심은 수요 쪽 둔화 신호(소매판매)와 공급 측 가격 경직성(PPI)의 엇갈림이 다. 헤드라인 물가가 예상과 대체로 부합한 반면, 소비의 스팀은 빠지는 모습이다. 연준이 12월 회의에서 ‘인하’ 카드를 꺼낼지에 대한 판단은 추가로 공개될 최신 고빈도 지표(카드결제, 고용세 등)와 셧다운 영향의 일시성 평가에 좌우될 가능성이 높 다. 시장이 강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은 것은 정책 변수가 아직 확정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 관점에서 전술적 시사점은 명확하 다. 첫째, 인플레이션 재가열 리스크는 이번 PPI에서 크지 않았고, 이는 장기물 금리 안정에 우호적이다. 둘째, 소비 둔화는 경기민감주·소비재에 단기 부담이 될 수 있으나, 예상 범위 내 둔화라면 방어주·필수소비재로의 자금 순환이 나타날 수 있 다. 셋째, 달러 약세는 달러 민감 자산(신흥국·원자재)에 숨 고르기를 허용하나, 추세 전환을 논하기엔 데이터가 더 필요하 다.
결론적으로, 9월 미국 소매판매와 PPI는 극단적 변화가 아닌 점진적 둔화·완화의 서사를 이어갔다. “빅 피처는 변하지 않았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처럼, 정책·성장·물가의 미세 조정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12월 연준 회의 전후로 더 최신 데이터가 방향성을 가를 전망이 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