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억2,300만 달러 조달한 여행 테크기업 나반, 나스닥 데뷔 임박

미국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둔 여행 기술(travel-tech) 기업 나반(Navan)이 9억2,300만 달러를 신규 공모(IPO)에서 조달하며 10월 30일(현지시간) 나스닥 상장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25년 10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나반은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일시 업무 중단(셔트다운)이라는 변수에도 불구하고 공모 절차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 이번 IPO를 통해 회사와 기존 주주들은 총 3,692만 주를 주당 25달러에 매각했으며, 이는 제시한 밴드(24~26달러)의 중간값에 해당한다.

IPO 시장의 흐름
올해 하반기 들어 모멘텀을 회복하던 미국 IPO 시장은 10월 초 연방정부 셧다운으로 잠시 주춤했다. SEC 직원이 대거 휴무에 들어가면서 신규 상장 심사가 지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SEC가 곧 규제 완화 조치를 내놓아 셧다운 기간에도 기업들이 상장 작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나반을 포함한 다수 기업이 상승장과 투자 심리 회복세를 활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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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시장은 지난 한 달간 다소 흔들렸지만, 최근 상장 종목들은 대체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1— 매트 케네디(르네상스 캐피털 선임 전략가)

케네디 전략가는 글로벌 교역 긴장뜨거웠던 인공지능(AI) 열풍의 둔화가 변동성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공모 기준으로 나반의 시가총액은 약 62억 달러로 산정된다. 이는 2022년 후기 투자라운드에서 매겨졌던 92억 달러보다 낮지만, 시장 변동성 속에서 의미 있는 몸값을 방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AI 중심의 ‘원스톱’ 비즈니스 여행 플랫폼

나반은 자사를 “AI를 핵심으로 한 통합 비즈니스 여행 플랫폼”으로 정의한다. 항공·호텔·렌터카 예약부터 비용 정산, 경비 규정 준수까지 한 번에 처리하는 솔루션을 제공해 기업 여행 및 지출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설명이다.

월가에서는 최근 AI 관련 종목이 ‘현대판 골드러시’로 불릴 만큼 과열 양상을 보였다. 반도체, 클라우드, 소프트웨어를 가리지 않고 모든 기업이 AI 중심 전략을 내세우며 투자자 관심을 끌고 있다. 증권가 분석가들은 “AI 내러티브를 설득력 있게 입증하는 기업일수록 IPO 시장에서 성공 가능성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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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반이 진정한 AI 스토리로 인정받으려면, 모방하기 어려운 고유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2— 캣 리우(IPOX 부사장)

산업 환경과 경쟁 구도

기업들의 출장 재개와 소비자들의 경험 중시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여행 수요는 팬데믹 이후 지속적인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럼에도 법인 여행 관리 시장은 낮은 수수료, 글로벌 네트워크 확대, 통합 기술 플랫폼을 앞세운 다수 경쟁사들이 치열한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나반의 고객사에는 프라이마크(패션), 쇼피파이(전자상거래), 줌(화상회의), 웨이페어(가구) 등이 포함되며, 로이터 통신 모기업인 톰슨 로이터도 플랫폼을 사용 중이다.

리우 부사장은 “여행·결제·경비·데이터 분석을 하나로 묶은 통합 플랫폼이라는 내러티브는 노후화된 레거시 시스템을 현대화하려는 기업들의 요구와 맞물려 매력적”이라고 평했다.

주요 투자자로는 실리콘밸리의 유명 벤처캐피털 앤드리슨 호로위츠, 라이트스피드 벤처 파트너스, 지브 벤처스 등이 있다.


용어 설명(독자 이해 돕기)

• IPO(Initial Public Offering) : 비상장사가 최초로 공모를 통해 일반 투자자에게 주식을 판매하고 증시에 입성하는 과정이다. 기업은 자금 조달과 브랜드 인지도 제고 효과를 얻을 수 있지만, 재무·지배구조 투명성 요구가 증가한다.

• SEC :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urities and Exchange Commission)의 약칭이다. 증권·파생상품·자산운용업 규제를 총괄하며, 상장심사·공시감리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 셧다운(Shutdown) : 미국 의회의 예산안 합의 실패로 연방정부 일부 부처가 일시적으로 업무를 멈추는 현상이다. 이번 사례처럼 SEC가 인력 공백을 겪을 경우 IPO 심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망 및 전문가 시각

시장 참여자들은 나반의 상장이 최근 주춤했던 미국 IPO 시장에 재점화 신호탄을 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AI를 내세운 고성장 테크기업들이 줄지어 상장 대기 중이라는 점에서, 나반의 주가 흐름이 후속 딜의 바로미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동시에, 나반이 2022년 대비 낮아진 밸류에이션을 감수하며 공모에 나선 배경은 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자본 조달 창구를 열어두려는 실리콘밸리 스타트업의 전략을 보여준다는 해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AI 기능을 실제 업무 프로세스에 녹여낸 구체적 성과”와 “글로벌 대기업 고객사 확대 속도”가 향후 주가 및 기업가치를 결정할 핵심 변수라고 입을 모은다.

향후 나반이 AI 기술력을 앞세워 경쟁사 대비 차별화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고, 비용절감 효과를 실증적으로 입증할 경우, ‘통합 여행 경비 관리’라는 버티컬(특정 분야) 내에서 독보적 지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