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조8000억 달러 규모 AZEK 인수 여파로 제임스 하디 이사회 대거 교체 위기

시드니발 보도에 따르면, 섬유 시멘트(fibre cement) 전문 제조업체인 제임스 하디 인더스트리즈(James Hardie Industries)가 올해 초 단행한 미국 건축자재 그룹 AZEK(나스닥 상장) 인수로 인해 전례 없는 이사회 재편에 직면했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8조8000억 달러(약 1조4800억 호주달러) 규모의 해당 M&A가 호주 기관투자가의 격렬한 반발을 불러오면서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 2명이 대규모 주주투표에서 재신임에 실패했다.

투표 결과는 지난 수십 년간 호주 증시에서 찾아보기 힘든 ‘의장 퇴진 사태’로 기록됐다. 주주들은 30일 더블린에서 불과 20분 만에 끝난 연례 주주총회에서 앤 로이드(Anne Lloyd) 의장 67.3% 반대, 라다 로드리게스(Rada Rodriguez)·피터존 데이비스(Peter-John Davis) 이사에 대해 과반 반대로 재선임안을 부결시켰다.

주목

ASX ‘주주 의결권 면제’가 갈등의 불씨

이번 반란의 핵심은 호주증권거래소(ASX)가 ‘주주총회 미개최’ 면제를 부여하며 인수 승인을 밀어붙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상장사는 대형 인수합병 시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ASX는 ‘규정 7.1 면제(shareholder vote waiver)’를 허가해 회사 측이 표 대결을 회피하도록 했다. 주주들은 이를 “투자자 권한 박탈”로 규정하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사회는 이번 결과의 중대성을 인정하며, 주주들이 전달한 메시지를 경청하겠다.” — 앤 로이드 의장, 연례총회 발언

그러나 로이드는 해당 발언 직후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고, 회사 측은 ‘빠른 시일 내’ 새 의장과 이사를 선임하겠다고 밝혔다.


주가 급락과 보수 패키지도 도마 위

제임스 하디의 미 상장 주가는 29일(현지 시각) 4.6% 급락하며 올해 들어 30.6% 하락했다. 시드니 상장 주가도 이날 0.8% 내린 33.87호주달러로 마감, 연초 대비 32.25% 빠졌다.1

주주들은 이사회 구성뿐 아니라 연봉 및 스톡옵션을 포함한 보수안에도 채찍을 들었다. 약 3분의 2가 임원보수 보고서(adoption of remuneration report)를 거부했고, 비상근 이사(non-executive) 보수 인상안도 부결시켰다.

주목

잔류 이사와 ‘AZEK 출신’ 신임 이사

한편 주주들은 하워드 헥스(Howard Heckes)와 게리 헨드릭슨(Gary Hendrickson) 이사 재선임안에 절묘한 ‘근소 찬성’(10% 미만 격차)을 던져 이들을 살려냈다. AZEK 전 CEO 제시 싱(Jesse Singh)은 무려 98.2% 압도적 지지로 신규 이사로 선출됐다. 이는 “인수 자체엔 전략적 가치를 인정하되, 이사회 책임론을 따로 분리했다”는 해석을 가능케 한다.


‘섬유 시멘트’란 무엇인가?

섬유 시멘트는 시멘트에 셀룰로스 섬유를 혼합해 압출·고온 처리한 건축 외장재로, 방수·방충·내화 성능이 뛰어나 목조주택이 많은 미국 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제임스 하디는 19세기 후반 호주에서 출발한 뒤 북미 시장을 주력 매출처로 전환했으며, 본사는 법인세 이점을 이유로 더블린으로 이전했다.


ASX, 규정 개정 착수

기관투자가 연합체들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ASX는 현재 ‘주주승인 면제’ 규정 전반을 재검토(revising)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제임스 하디 사태가 호주 기업지배구조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평가한다.

아론 에르터(Aaron Erter) CEO는 이번 인사태풍을 공식 연설문에서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미 주택시장 변동성 속에서도 ‘전략적 시너지’ 확보로 장기 수익성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기자 해설: 투자자 행동주의의 ‘새 국면’

이번 사태는 기관투자가가 ‘의장·이사’ 해임을 일사불란하게 성사시킨 보기 드문 사례다. 호주 연기금들은 과거엔 의장 해임에 신중했으나, 북미·유럽에서 확산된 투자자 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가 ‘경영진 책임론’에 불을 지핀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참가자들은 “ESG·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는 글로벌 자금이 늘수록, 호주 기업들도 ‘주주총회 면제’ 같은 편법을 더는 용납받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단기적으로는 주가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지만, 중장기 투명성 제고가 밸류에이션 재평가를 이끌 것이란 시각도 제기된다.


1편집자 주 : ‘Corrects to say revising, not reviving’라는 문구는 원문 13번째 단락의 정정 내용으로, ‘reviving(부활)’이 아닌 ‘revising(개정)’이 맞다는 취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