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다시 열린 보호무역의 판도라 상자
도널드 트럼프 전(前) 미국 대통령이 ‘상호주의 관세(Reciprocal Tariff)’ 부활을 공식화하며 8월 1일부터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했다. 7월 9일로 알려졌던 시한을 8월 1일로 늦추긴 했으나, 이미 서명된 12통의 관세 통보 서한이 발송 대기 중이라는 점에서 “이번엔 진짜”라는 긴장감이 시장을 압도한다.
필자는 본 칼럼에서 1) 관세 구조·적용 대상, 2) 장기 인플레이션 경로, 3) 연준 통화정책·미 국채 금리, 4) 기업 실적 및 밸류체인 재편, 5) 섹터별 주가 파급, 6) 글로벌 통상·지정학 질서 — 이 여섯 축을 통해 미국 경제·증시에 미칠 10년 전망을 심층 진단한다.
1. 관세 설계: ‘10% 기본+국가별 최대 70%’ — 숫자로 보는 충격지수
구분 | 관세율(제안) | 해당 교역액*¹ | 세수 잠정치*² |
---|---|---|---|
기본 관세 | 10% | $2.01T | $201B |
추가 상호 관세 | 최대 50% | $925B | $463B |
징벌 상한 | 70% | High-risk 품목(자동차·배터리) | 미집계 |
*¹ 2024년 미국 수입 통계 기준 *² 세수 = 관세율×수입액(탄력성 미반영)
기본 10%만으로도 연간 $2,000억 이상의 세수가 창출된다. CBO는 “3조4,000억 달러 재정적자 확대”를 경고했지만, 트럼프 캠프는 관세를 ‘빚더미 법안(Big Beautiful Bill) 재원’으로 제시한다. 단, 관세는 거의 모든 학파가 인정하듯 수입자·소비자 부담으로 귀착된다.
2. 인플레이션 경로: ‘Good Inflation’ 인가, ‘Stagflation’ 인가
- 1차 라운드(1년): 수입단가 급등 → 소비자물가 (CPI) +0.9~1.3%p 상방 압력
- 2차 라운드(3년): 미국 내 생산 전환·CapEx(설비투자) 증가 → 공급 병목 완화 vs 임금 상승
- 장기(5~10년): 리쇼어링 성공 시 생산성 개선·직접투자 유입으로 CPI 안정 or 고임금·저성장 ‘슬로플레이션’
노벨상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은 과거 2018~19년 관세 국면에서 “물가 효과는 미미했다”고 평가했으나, 이번에는 3 배 이상 높은 세율과 범위가 적용된다. 연준(Fed)은 “공급 충격성 인플레”로 분류해 금리 인하를 지연하거나, 반대로 “성장 훼손”을 이유로 선제 완화에 나설 수도 있다. Policy Reaction Function이 불확실해진다.
3. 통화·채권 시장: 국채금리 vs 달러 DXY · 10년 BEI 시나리오
[그래프] 미 10년물 금리 전망
- 베이스 시나리오: 4.20% → 4.60%(’25 Q4)
- 고관세 시나리오: 4.20% → 5.10%(’26 Q1) — 채권공급↑ + 인플레 리스크 프리미엄
- 침체반전 시나리오: 4.20% → 3.50%(’26 Q1) — 성장 쇼크·완화적 Fed
[그래프] 달러지수 (DXY) 전망
- 베이스: 97 → 95(달러 약세) — 쌍방 보복관세·무역 적자 축소
- 리세션: 97 → 99(달러 강세) — 안전자산 수요
관세가 재정 확장과 연결되면 국채 발행이 급증한다. CBO는 ‘빚 슬레이브(부채 노예)’ 시나리오를 우려했다. 반대로 관세 수입이 실제로 유입되면 ‘난공불락 달러’ 귀환론도 가능하다. 시장 가격이 어디에 앉을지는 연준·의회·무역 파트너 보복 폭이라는 3인방 함수다.
4. 기업 실적: S&P500 EPS 멀티플 해체 vs 대체 공급망 기회
4-1. 매출 타격 Top 5 업종
- 자동차 & 부품 (대EU · 대일 의존)
- 의약품 API (인도 · EU)
- 기초화학 · 공작기계 (독일 · 한국)
- 럭셔리 소비재 (프랑스)
- 태양광 · 배터리 밸류체인 (중국, 동남아 우회 수입)
4-2. 장기 수혜 4 대 테마
- 리쇼어링 플랫(Reshoring-Tech) : 온셰어 설비 투자를 촉진하는 CHIPS 2.0·IRA 세액공제 확대
- 스몰-캡 지역 제조업주 : 주황색 ‘Buy America’ 라벨 수혜
- 디지털 무역 · SaaS : 관세 대상 외 국경 없는 서비스
- 방위산업 & 사이버보안 : 지정학 리스크 격화 → 정부 수주 증가
팩트셋 추정에 따르면 고관세가 전면 발효될 시 2025E S&P500 EPS는 -$8.20 (-3.5%) 감소한다. 그러나 IRA·CHIPS 2.0 보조금으로 설비투자가 늘면 2027E EPS 개선폭은 +2.1%P 회복 가능하다.
5. 섹터·산업별 주가 파급 — ‘하이컨빅션 맵’
섹터 | 12M α 전망 | 주요 종목·ETF | |
---|---|---|---|
Base(타결) | Tariff Shock | ||
반도체 장비 | ▲ | ▼ | AMAT, LRCX, SOXX |
산업 리쇼어링 | ▲ | ▲▲ | CAT, DE, XLI, RSPN |
소비 필수재 | = | ▼ | PG, KO, XLP |
유틸리티/인프라 | ▲ | ▲ | NEE, DUK, BKGI |
글로벌 럭셔리 | ▼ | ▼▼ | LVMH, CFR, EWQ |
▲ : +5% ~ +15%, ▲▲ : +15%↑, ▼ : -5% ~ -15%, ▼▼ : -15%↓
6. 통상·지정학: 달러 패권과 ‘디드러라이제이션(De-dollarization)’ 교차로
BRICS 리우 정상회의 공동선언은 관세에 “심각한 우려”를 표했다. 특히 디지털 위안·이슬람 금 기반 통화·중동 CBDC 논의가 가속화될 전망이다. 달러 점유율이 2010년 62% → 2024년 58%로 소폭 하락했으나, 글로벌 금융시장 깊이·유동성을 대체할 통합블록은 아직 없다. 따라서 달러는 약세 → 강세 → 재균형이라는 U자형 경로가 유력하다.
■ 결론: 2030 원포인트 시나리오
① 협상 타결·10% 기본관세 유지 → 2026년까지 연 CPI +0.3%P, S&P500 EPS -1%P, 실업률 4.4% (통제 가능)
② 50% 관세 + 보복 → 단기 스태그플레이션, 2026년 실질GDP -1.1%, 10년물 5% 근접, S&P500 -18% (역대 최장 조정 가능성)
③ 관세·보복 뒤 재협상 (‘플라자 합의 2.0’) → 글로벌 공급망 G2 블록화, 미국 내 CapEx 붐, 기술·친환경 리쇼어링 장기 수혜
필자는 시나리오 ① 45% · ② 30% · ③ 25% 확률을 제시한다. 투자자는 1) 동일가중 산업 ETF(RSPN), 2) 글로벌 인프라 인컴 ETF(BKGI), 3) 현금성 T-Bill + 중기 회사채(SPIB) 조합을 ‘관세 방어형 바스켓’으로 제안한다.
관세는 한밤중 트윗 한 줄로도 뒤집힐 수 있다. 그러나 제조 주권과 안보 리쇼어링 트렌드는 외부 쇼크에 관계없이 지속될 대세다. 결국 승자는 “내일의 기준”에 맞춰 밸류체인을 재설계한 기업과 투자자일 것이다.
— 이중석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