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노동시장이 완만하게 둔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또 한 번 확인됐다. 노동부가 30일(현지시간) 발표한 8월 구인·이직보고서(JOLTS)에 따르면, 구인 건수는 전월 대비 1만9,000건 늘어난 722만7,000건으로 집계된 반면, 채용 건수는 11만4,000건 감소한 512만6,000건에 머물렀다.
2025년 9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지표는 소비 지출이 견고함에도 불구하고 고용시장이 점진적으로 냉각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흐름이 연방준비제도(Fed)가 다음 회의에서 추가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는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한다.
주요 수치 및 시장 예상치 비교
로이터가 집계한 시장 전망치는 미충원 일자리(구인) 718만5,000건이었지만 실제 수치는 이를 근소하게 상회했다. 반면 채용 건수는 전달 대비 2.2% 줄어들어 기업들이 신규 인력 충원에 한층 신중해졌음을 보여준다. 해고·감원(Layoffs)은 62,000건 감소한 172만5,000건으로, 기업들이 당장 인력 구조조정을 확대하고 있지는 않음을 시사했다.
제롬 파월 의장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이민 억제와 보호무역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노동 수급이 ‘기묘한 균형(curious balance)’ 상태에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JOLTS란?
JOLTS(Job Openings and Labor Turnover Survey)는 미국 노동시장의 ‘수요 측면’을 보여주는 월간 통계로, △구인(Job Openings) △채용(Hires) △이직(Quit) △해고·감원(Layoffs) 등 네 가지 항목을 통해 기업들의 고용 의사결정을 파악할 수 있다. 비농업 고용지표(Nonfarm Payrolls)보다 한 달 가량 시차를 두고 발표되지만, 연준이 통화정책을 설계할 때 참고하는 핵심 자료다.
연방정부 셧다운 가능성과 데이터 공백
보고서는 또 다른 불확실성도 예고했다. 정부 자금이 30일 자정을 기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동부와 상무부는 9월 고용보고서를 포함한 모든 경제지표 발표를 잠정 중단한다고 밝혔다. 경제지표 ‘블랙아웃’이 현실화될 경우, 시장은 제한된 정보 속에서 연준 행보를 추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인다.
금리·물가·고용의 삼각 관계
연준은 이달 초 기준금리를 25bp(0.25%포인트) 내려 4.00%~4.25% 구간으로 조정했다. 다만 2분기 GDP(연율 2.7% 성장)와 8월 개인소비지출(PCE)이 예상보다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추가 완화가 과연 필요한가’라는 논란도 존재했다. 이번 JOLTS는 그 물음을 어느 정도 잠재우는 자료로 평가된다.
3개월 이동평균 기준 비농업 신규 고용은 29,000명/월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82,000명/월에 비해 크게 줄었다. 로이터가 조사한 9월 전망치는 5만 명 증가, 실업률 4.3%로 전월과 동일하다.
무역 갈등·이민 억제의 여파
경제학자들은 관세 불확실성이 기업 투자·고용 의지를 식게 했다고 분석한다. 또한 이민 규제 강화로 노동 공급이 줄면서 임금 상승 압력을 자극, 기업들이 정규직 고용 대신 시간제·계약직 활용을 늘린다는 진단이다.
‘베이시스포인트’(bp)란 무엇인가?
금융시장에서 1bp는 0.01%포인트를 뜻한다. 따라서 ‘25bp 인하’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추는 조치를 의미한다.
용어가 생소한 독자들을 위해 부연하면, bp는 채권 금리나 스프레드(금리 차)를 정밀하게 표현할 때 사용된다.
전문가 시각 및 향후 전망
일부 애널리스트는 “소비는 견조하지만 고용 모멘텀 둔화가 이어질 경우, 결국 임금과 물가에도 냉각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11월 FOMC에서 추가 25bp 인하 가능성을 60% 내외로 점쳤다. 반면 매파 인사들은 “셧다운으로 지표 가용성이 제한되면, 연준이 데이터 의존적 결정 방식을 유지하기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종합하면, ‘비둘기파적 완화 vs 매파적 인내’라는 통화정책 논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번 JOLTS가 보여준 채용 감소·구인 정체 흐름은 ‘연착륙’보다는 ‘냉각’에 무게를 싣는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임박한 셧다운과 연준 회의 사이에서, 노동시장 방향성을 가늠할 추가 단서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