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파크·콘텐츠 산업] 디즈니랜드 70주년—‘지구상에서 가장 행복한 곳’으로 불리는 이 상징적 공간이 어느새 일흔 번째 생일을 맞았다.
2025년 7월 17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에 자리 잡은 디즈니랜드는 1955년 개장 이후 지역 사회의 핵심 시설로 성장했다. 창업자 월트 디즈니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장소’를 꿈꾸며 설계한 이곳은 영화·TV·만화·음악·머천다이징 등 디즈니 전 사업군을 한데 엮는 체험형 무대로 기능해 왔다.
월트 디즈니 컴퍼니의 지적재산(Intellectual Property·IP) 포트폴리오는 최초 개장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테마파크 사업의 토대였다. 2024회계연도 기준, 파크·리조트·크루즈·소비재를 포함한 ‘익스피리언스’ 부문의 영업이익은 콘텐츠 중심 ‘엔터테인먼트’ 부문의 2배를 넘어서며 그룹 수익의 핵심 축으로 자리매김했다.
초창기 라인업을 살펴보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테마로 한 매드 티 파티, ‘이카보드와 토드 경의 모험’ 속 미스터 토드의 와일드 라이드, 피터 팬의 비행, 백설공주의 마법 소원, 덤보 더 플라잉 엘리펀트 등 극장용 애니메이션에서 직접 발굴한 어트랙션이 다수를 이뤘다.
현재까지 디즈니는 미국·유럽·아시아 전역에 총 12개 테마파크를 운영 중이며,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도 새 파크를 준비하고 있다. 2031년까지 크루즈선도 두 배로 확대할 계획이며, 전 세계에 약 60개의 리조트 호텔과 휴양 시설을 보유하고 있다.
“70년 전 월트는 자사가 창조한 훌륭한 스토리에 당시 최첨단 기술, 그리고 몰입형 경험을 결합하면 세상에 없던 무언가를 만들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 조시 다마로(월트 디즈니 파크&리조트 회장)
IP란 무엇인가?
IP는 특정 기업이나 개인이 창작한 캐릭터·스토리·브랜드·음악·디자인 등을 아우르는 ‘지식재산권’을 뜻한다. 테마파크 업체는 이 IP를 어트랙션·머천다이즈·공연으로 확장해 로열티 수익과 고객 충성도를 동시에 확보한다.
디즈니는 1960~80년대에도 정글 크루즈, 오토피아, 디즈니랜드 철도 등 순수 창작 어트랙션을 선보였으나, 최근 10여 년은 보유 IP를 적극 활용해 신규·리뉴얼 어트랙션을 내놓는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콘텐츠 사냥꾼’ 밥 아이거의 인수 효과
밥 아이거 최고경영자(CEO)는 2006년 픽사, 2009년 마블, 2012년 루카스필름, 2019년 20세기폭스를 잇달아 인수해 매력적인 프랜차이즈를 총망라했다. 조시 다마로 회장은 “우리가 그 IP를 품에 안으며 디즈니 브랜드는 한층 강력해졌다”고 강조했다.
인수 전부터 스타워즈 시뮬레이터 스타 투어스(1987), 인디아나 존스 어드벤처(1995), 버즈 라이트이어 아스트로 블래스터(2005) 등 라이선스 계약 형태로 운영하던 IP도 다수였다.
2002년엔 픽사의 ‘벅스 라이프’를 이식한 A Bug’s Land, 2017년엔 20세기폭스 ‘아바타’ 세계관을 재현한 Pandora—The World of Avatar를 플로리다 애니멀킹덤에 개장하며 ‘랜드(Land)’ 단위의 몰입형 공간을 확대했다.
마이클 아이즈너 시대의 초석
1984~2005년 회사를 이끈 마이클 아이즈너 전 CEO는 당시 최대 흥행작이던 스타워즈·인디아나 존스 IP를 공격적으로 확보했다. 미키비지트닷컴 창립자 개빈 도일은 “아이즈너가 해당 IP를 과감히 라이선스해 파크에 도입했다”고 평가했다.
루카스필름이 결국 디즈니 품에 안긴 뒤, 회사는 2019년 플로리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애너하임 디즈니랜드에 스타워즈: 갤럭시스 엣지라는 쌍둥이 랜드를 열었다. 또한 2027년 애니멀킹덤 ‘트로피컬 아메리카’ 구역에 신규 인디아나 존스 어트랙션을 선보일 계획이다.
실적·투자 현황
2024회계연도 ‘익스피리언스’ 부문 매출은 341억5,000만 달러로 전년 대비 5%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92억7,000만 달러로 4% 늘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회사는 2025년에도 6~8% 이익 성장을 전망했다.
“프리미엄 IP를 활용한 콘텐츠 창출이 파크, 디즈니+, 전사 포트폴리오 전반의 장기 수익력을 키우는 플라이휠 역할을 한다.” — 로버트 피시먼(모펫네이선슨 애널리스트)
디즈니는 2023년 9월, 10년간 600억 달러를 파크·크루즈 등 ‘익스피리언스’ 분야에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개발 리스트에는 매직킹덤 ‘빌런즈 랜드’, 할리우드 스튜디오 ‘몬스터 주식회사’ 랜드, 애니멀킹덤 ‘엔칸토’ 어트랙션, 어벤저스 캠퍼스 확장 등이 포함됐다. 애너하임 디즈니랜드 역시 ‘아바타: 파이어 앤 애시’를 모티브로 한 신규 구역이 예정돼 있다.
변화의 명암
새 프로젝트가 늘어나는 만큼 기존 인기 어트랙션의 폐쇄·재테마도 이어지고 있다. 애너하임 A Bug’s Land는 2018년 문을 닫고 마블 테마 어벤저스 캠퍼스로 재탄생했다. 플로리다 애니멀킹덤의 디노랜드는 ‘트로피컬 아메리카’ 개발을 위해 사라지며, 매직킹덤의 리버스 오브 아메리카·톰 소여 아일랜드도 피스톤 피크(픽사 ‘카’ 세계관) 건설로 폐쇄됐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스플래시 마운틴이 2024~25년 양대 리조트에서 폐쇄된 뒤,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를 기반으로 한 티아나의 바이유 어드벤처로 리뉴얼됐다.
“IP는 가장 목소리 큰 마니아층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대중 저변을 넓히기 위한 장치다.” — 개빈 도일(미키비지트닷컴)
조시 다마로 회장은 “애니메이션이든 스타워즈·마블·픽사든, 공감과 감정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를 파크 경험으로 연결하는 것이 디즈니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 시각: 왜 ‘IP 드리븐 테마파크’ 모델이 통할까?
첫째, 고정 팬층을 갖춘 IP는 신규 어트랙션 출시 직후 마케팅 비용을 최소화하면서도 즉각적인 수요를 창출한다. 둘째, 영화·드라마·OTT·게임 등 멀티 플랫폼 노출로 캐릭터가 계속 회자되므로 파크 방문 동기가 장기간 유지된다. 셋째, 테마파크 내부에서만 소비 가능한 한정 굿즈 판매로 수익의 레버리지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원작을 모르는 방문객은 서사 이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점, 과도한 IP 집중이 파크 간 개성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점이 도전 과제로 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디즈니는 ‘IP—미디어—파크—머천다이즈’로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통해 콘텐츠-경험-상품 판매가 서로를 증폭시키는 선순환을 구축했다.
향후 10년간 600억 달러라는 대규모 투자 계획이 현실화될 경우, 아부다비 진출과 디지털·AR(증강현실) 기술 접목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한국 테마파크 업계도 글로벌 IP 확보와 로컬 스토리텔링 간 균형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