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달러’라는 금액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적 자유의 상징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70세 이후 은퇴 생활에서 이 금액이 과연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는 개인의 거주 지역, 건강 상태, 생활 방식, 보험 가입 여부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
2025년 8월 3일, 나스닥닷컴(Nasdaq.com)이 인용한 미 금융 전문 매체 고뱅킹레이트(GOBankingRates) 분석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BLS)이 발표한 2023년 연령대별 평균 지출 데이터를 기반으로 70세 은퇴자가 연간 평균 60,087달러를 소비할 경우, 100만 달러(약 13억2,000만 원)는 약 16.64년 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는 평균적으로 70세에 은퇴한다면 약 86세 말~87세 초까지 자금이 지속된다는 의미다.
노동통계국의 연간 소비 조사는 65세 이상 고령층의 실제 지출 항목(주거·식품·교통·의료·레저 등)을 세부적으로 파악한다. 평균값을 단순 적용하면 17년 남짓한 ‘안전기간’이 나오지만, 도시·주거비 수준·생활 습관 등에 따라 차이는 극심하다. 예컨대 맨해튼처럼 물가와 주거비가 높은 지역에서는 월 5,000달러로 생활하기가 거의 불가능해 자산 고갈 시점이 10년 이하로 단축될 수 있다. 반면 미시시피 주 농촌처럼 생활비가 낮은 지역에서는 동일한 자금으로 30년 이상 버티는 사례도 존재한다.
① 건강·보험 요인의 결정적 영향
통상 은퇴 이후 의료비는 가파르게 증가한다. 나이가 들수록 만성질환·예기치 못한 사고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좋은 건강보험을 유지하지 못하면 병·의원 방문 횟수와 입원 비용이 지출을 급격히 늘려 연평균 60,000달러 지출 추정치가 10만 달러 이상으로 뛸 위험이 있다. 이런 경우 100만 달러 자산은 10년 이내에 소진될 수 있다.
반대로 장수(長壽) 리스크도 존재한다. 실제로 건강을 지켜 30년 이상 생존할 경우, 17년 기준으로 설계한 자산은 중간에 고갈될 가능성이 높다. 전문가들은 “자산을 늘리거나 소비 패턴을 조정하는 이중 전략”을 권고한다.
② 생활 방식과 예산 편성의 중요성
“가장 확실한 노후 대책은 현실적인 예산을 세우고 그 안에서 생활하는 것이다.”
재무설계사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록스타 라이프스타일’을 고수하면 100만 달러도 금세 증발하지만, ‘소박한 시골 생활’을 선택할 경우 동일 자금으로도 안정적 은퇴가 가능하다는 점이 수차례 연구로 확인됐다.
예산 책정 시에는 ①주거비·②의료비·③식료품비·④교통비·⑤레저·취미 비용 같은 필수·선택 지출을 세분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특히 주거비는 전체 은퇴 지출의 30% 이상을 차지하므로, 다운사이징이나 저가 지역 이주 전략이 자산 수명을 연장하는 대표적 해법으로 꼽힌다.
③ 투자 수익률의 ‘복리 효과’
100만 달러를 현금으로만 보유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대부분은 고금리 예금·미 국채·배당주·중기 채권 등에 분산 투자해 연 2~6% 수익을 노린다. 고위험 상품이 아니더라도 ‘0% vs 3%’ 수익률 차이는 자산 생존 기간을 크게 바꾼다.
BLS 평균치(연 60,087달러 지출)에 단순 적용해도 연 3% 수익을 거둔다면 21년으로 늘어나며, 연 6% 수익을 기록하면 33년 이상으로 두 배 가까이 연장된다. 이는 금융공학에서 ‘복리(複利)의 마법’이라 불린다. 복리 효과는 시간이 길수록 지수적으로 확대되므로, 은퇴 시점 이후에도 일정 수준의 위험·수익 균형 포트폴리오를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만 고령자의 위험 허용도는 제한적이다. 시장 변동성 확대 국면에서 자산이 급락하면 심리적·현금흐름 측면에서 치명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융 전문가들은
① 필수 생활비를 커버할 저위험 자산과 ②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중위험 자산을 적절히 배분하는 ‘계단식 인출 전략’을 제시한다.
④ 알아두면 좋은 용어 해설
BLS(Bureau of Labor Statistics)는 미국 노동부 산하 기관으로 물가·실업률·임금 등 경제지표를 집계한다. Annual Expenditure Survey는 가구 단위 지출 구조를 통계적으로 분석해 정부 정책과 금융 시장의 의사결정 근거로 활용된다.
하이일드 세이빙스 어카운트(High-Yield Savings Account)는 전통 은행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하는 온라인 전문 예금 상품이다. 연 4~5%대까지 이자가 붙는 경우가 있어, 원금 손실 없는 단기 투자처로 주목받는다.
복리 효과(Compound Interest)는 이자가 원금에 더해져 다시 이자를 낳는 구조다. 시간의 제곱 함수로 성장하기 때문에 투자 기간이 길수록 폭발적으로 자산이 불어난다.
⑤ 기자의 시각 및 실무적 제언
국내에서도 ‘10억 원 은퇴 설계’가 자주 거론되지만, 물가·의료비·주거비 상승률을 고려하면 10억 원 역시 결코 안심할 수 있는 규모가 아니다. 장수 시대에 대비하려면, ① 예산 통제 ② 포트폴리오 다변화 ③ 보험·공적연금의 병행이 필수적이다.
특히 국민연금·퇴직연금·개인연금(IRP·연금저축)처럼 ‘정기 현금흐름’을 제공하는 제도를 충분히 활용해야 한다. 이는 자산 인출 속도를 늦춰 전체 포트폴리오 수명을 늘리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예산이 허락한다면 70세 이후에도 파트타임 근로·자문·임대수익 등 액티브 인컴을 확보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한다. 추가 현금흐름이 있을 경우, 투자 포트폴리오의 변동성에 덜 흔들리며 원하는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 출처: GOBankingRates(2025년 8월 3일 기사), 미국 노동통계국 2023 소비 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