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미국 머니마켓펀드(MMF) 잔고가 사상 최대치 7조6천억 달러를 돌파했다. 2025년 9월 기준 이는 미국 GDP(약 29조 달러)의 26%에 해당하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약 3조8천억 달러)과 비교하면 두 배 이상 불어난 규모다. 연방준비제도(Fed)가 곧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들 현금이 채권·주식·대체자산으로 이동할지를 둘러싼 논쟁이 거세다.
1. 머니마켓펀드 ‘슈퍼 사이클’의 탄생
① 자금 유입의 구조적 배경
- 역대급 금리 인상: 2023~2024년 연준은 11차례 걸친 금리 인상으로 연 5.50%까지 기준금리를 올렸다. 단기 국채·레포·커머셜페이퍼 등에 투자하는 MMF 수익률이 4% 후반까지 뛰면서 예금에서 대규모 자금 이탈이 발생했다.
- 은행 리스크 회피: 2024년 상반기 뉴욕커뮤니티뱅크, 퍼시픽웨스트 등 지역은행이 잇달아 유동성 위기에 직면하자 기업·가계는 예금 보전 한도(250,000달러)를 넘어서는 자금을 일제히 MMF로 이동시켰다.
- 달러 유동성 기축화: 해외 중앙은행·펀드·보험사·연금은 달러 스왑시장 경색에 대비해 단기 달러자산을 공격적으로 쌓았다. 이 또한 미국 MMF의 체적을 키운 동력이 됐다.
② 통계로 보는 성장
연도 | MMF 잔고(조 달러) | 전년 증감률 | Fed 기준금리 상단 |
---|---|---|---|
2019 | 3.7 | +7% | 1.75% |
2020 | 4.6 | +24% | 0.25% |
2021 | 4.9 | +7% | 0.25% |
2022 | 5.5 | +12% | 4.50% |
2023 | 6.7 | +22% | 5.50% |
2025.9 | 7.6 | +11%(YTD) | 5.50% |
2. 연준 금리 인하 시나리오와 자금 이동 경로
현재 시카고상품거래소(CME) FedWatch는 9월 FOMC 25bp 인하 확률 92%, 10월·12월 추가 인하를 포함해 올해 총 75bp 인하를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금리가 인하되면 MMF 이자율은 초과지준·레포 금리 하락 폭만큼 30~45일 시차를 두고 내려간다.
가능한 자금 이동 경로 3가지
- 단기→중장기 국채·우량 회사채
듀레이션 확대 전략. 2~5년물 국채와 IG 회사채 ETF로 스텔스 자금 유입이 이미 관찰된다. - 대형 기술주·AI 인프라
매그니피션트 7에 집중됐던 모멘텀이 반도체 장비·네트워킹·전력 인프라로 확산될 가능성. - 프런티어 대체자산
금, 달러인덱스 약세 시 베타를 키우는 원자재(구리·리튬)·인프라·틱틱‧소규모 부동산 펀드.
3. ‘현금 벽’이 주는 장기적 함의
3-1. 자산가격 변동성 완충 vs. 거품 재점화
180일 만기 월물 분석(1973~2024년)에 따르면 MMF 잔고/시가총액 비율이 25%→20%로 하향 이동한 7개 사례 중 5차례는 S&P500 12개월 후 수익률이 +14%를 상회했다. 그러나 2000년 IT 버블, 2021년 SPAC·밈주기처럼 거품 지표(PSR 10배↑ 상장사 비중>12%)가 동반될 경우 2년 내 급락 리스크가 커졌다.
3-2. 은행 예금·MMF 경쟁구도의 구조 변화
Fed 인하 사이클이 진행돼도 역레포(RRP) 시설 잔고가 빠르게 줄어들지 않는다면 MMF 금리는 예금 대비 여전히 매력적일 수 있다. 즉, 금융시스템 내 ‘그림자예금(Shadow Deposit)’ 구조가 고착될 가능성이 있다.
3-3. 재정적자와 장기 금리 스티키 리스크
미 재무부 순상환·국채 발행 확대가 맞물리면, 장기 금리는 인하 이후에도 3.5~4%에서 하방 경직성을 보일 수 있다. MMF 자금이 안전+수익률을 동시에 추구하며 3년 이상 중기채에만 몰린다면 수익률 곡선 재역전도 재현된다.
4. 시나리오별 포트폴리오 전략
시나리오 | MMF→유출 속도 | 금리곡선 | 주식 섹터 수혜 | 권장 ETF·상품 |
---|---|---|---|---|
Soft Landing (기준) |
완만(-1.0조/12M) | 가파른 스티프닝 | 산업·중소형 가치 | IJR, XLI, SHY→IEF 로테이션 |
No Landing (고물가) |
지체(-0.3조/12M) | Bear-Flatten | 에너지·농산물 | DBA, XLE, TIPS |
Hard Landing | 급격(-2.0조/6M) | 추가 역전 후 급스티프닝 | 장기채·헬스케어 | TLT, XLV, 금 |
5. 위험 요인 및 정책 변수
- 재무부 TGA(General Account) 재축적: 2026년 상반기 국채 공급 쇼크 가능성.
- 예금 보험료 인상: 은행 자금조달 비용 확대가 MMF 금리와의 스프레드를 다시 키울 수 있다.
- SEC ETF Class Rule: 뮤추얼펀드→ETF 전환 러시가 MMF와 직접 경쟁하며 자금 흐름을 교란할 수 있음.
- 지정학 이벤트: 중동·대만·우크라 전선 확대 시 원자재·방산 섹터로 현금 대피.
6. 결론 및 전문적 통찰
① ‘현금의 벽’ 자체가 거품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MMF 유입이 사상 최대라도 실물경제 대비 총유동성 비중은 금융위기 직후와 유사하다. 문제는 잔고 역전 속도와 목적지다.
② 연준의 첫 인하→듀레이션·퀄리티 확대→리스크 자산 갭필이라는 자금 이동 순서는 과거 평균 3~6개월의 래그(lag)를 보였다. 2025~2026년은 AI‧리쇼어링‧방산 사이클이 동시 작동하는 특수 환경이므로, 퀄리티-그로스 간 바통터치가 평소보다 늦어질 수 있다.
③ 은행 시스템과 그림자예금 의존도를 완충하려면 Fed의 역레포·TGA 전략, 재무부 발행 스케줄, SEC 규제까지 삼위일체 조정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단기금리-장기금리-주식 밸류에이션 사이에 ‘균열의 골짜기’가 발생한다.
④ 7.6조 달러 중 최소 30%(2.3조 달러)는 ‘상시현금(Structural Cash)’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증시에 유입될 수 있는 가용실탄은 3~4조 달러 수준으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⑤ 투자자는 금리 인하 직후 주가 급등 시 과열 판단 지표(AAII 낙관/비관 스프레드, 옵션 PUT/CALL, 낮은 VIX 대비 MOVE) 를 동시에 점검해 ‘피크업 사이클’에 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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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박지훈(경제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