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가 14일(현지시간) 혼조세로 마감했다. S&P 500 지수는 –0.03% 하락했고,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0.20% 떨어졌으며, 나스닥 100 지수는 +0.05% 상승해 소폭 강세를 기록했다. 선물시장에서도 9월물 E-미니 S&P 500 선물은 –0.09%, 9월물 E-미니 나스닥 선물은 –0.01%로 엇갈린 흐름을 보였다.
2025년 8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투자자들은 7월 생산자물가지수(PPI) 급등과 국채 금리 상승, 연방준비제도(Fed) 정책 불확실성에 주목했다. 특히 10년 만기 미 국채 수익률이 5bp 상승한 4.279%까지 뛰어오르자 주식 매수세가 한층 위축됐다.
이날 발표된 PPI는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3% 급등해 시장 예상치(+0.2%·+2.5%)를 크게 넘어섰다. 근원 PPI 역시 전월 대비 0.9%, 전년 대비 3.7%로 예상치(+0.2%·+3.0%)를 크게 웃돌았다.
“기업들이 관세 부담을 도매 단계에서 예상보다 빠르게 소비자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졌다.
금리 인하 기대치 급속 냉각
PPI 쇼크 이후 연방기금(FF) 선물시장은 9월 FOMC에서 50bp(0.50%p) 인하 가능성을 0%로 반영했고, 25bp 인하 가능성만 90%로 평가했다. 약 이틀 전 재무장관 스콧 베센트가 “9월 50bp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발언했을 때 11%였던 기대는 사실상 증발했다. 다만 7월 고용 부진과 13일 소비자물가지수(CPI) 둔화 이후 형성됐던 ‘완화적 베팅’(당시 90% vs. 40%)은 여전히 과거 평균보다 높은 수준이다.
주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224,000건으로 전주 대비 3,000건 감소해 예상치(225,000건)에 부합했다. 계속 실업수당 청구는 1,953,000건으로 15,000건 줄어든 가운데 노동시장 강건함을 시사했다.
연준 인사들의 잇단 매파성 발언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메리 데일리는 “노동시장에 그 정도 긴급성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9월 50bp 인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알베르토 무살렘 역시 “현 경제 상황으론 50bp 인하는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전날 완화적 발언으로 시장을 들썩이게 했던 베센트 재무장관은 이날 폭스비즈니스 인터뷰에서 “연준에 지시한 것이 아니다”라며 발언 수위를 낮췄다. 그는 단지 “여러 모형상 중립금리가 더 낮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관세 리스크 확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세 휴전을 90일 연장(11월까지)한 반면, 지난주 반도체 수입 관세를 100%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기업이 미국 내 생산투자를 약속하면 예외를 허용하겠지만, 반도체가 포함된 전자제품엔 별도 세금을 부과한다. 또한 인도의 러시아산 석유 구매를 이유로 인도산 수입품 관세를 25%→50%로 두 배 인상했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에 따르면 이 조치들이 모두 시행되면 미국 평균 관세율은 15.2%로 2024년(2.3%) 대비 여섯 배 이상 뛴다.
주요 이벤트·지표 일정
시장 시선은 트럼프–푸틴 정상회담(15일)과 함께 15일 발표 예정인 7월 소매판매(+0.6% 예상), 제조업·산업생산(보합 예상), 미시간대 소비자심리지수(62.0 예상)로 이동한다.
FF 선물은 9월 –25bp 인하 90%, 10월 추가 –25bp 인하 51%을 반영하고 있다.
기업 실적·주가 동향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집계에 따르면 S&P500 기업의 2분기 이익은 전년 대비 9.1% 증가할 전망이다. 시즌 전 예상(+2.8%)을 크게 웃돌며 4년 만에 최고 성장률을 보였다. 82%의 기업이 컨센서스를 상회했다.
‘매그니피센트 세븐’ 중 아마존이 +1.7% 상승으로 최대 수혜주, 테슬라는 –2.2%로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반도체주는 전일 급등 후 차익실현이 이어졌다. 마이크로칩 테크놀로지, 온세미컨덕터, AMD, 마벨, 얼라인테크놀로지가 모두 2% 이상 하락했다.
가상자산 약세도 두드러졌다. 비트코인 가격이 –3.7% 떨어지며 마이크로스트래티지 –5%·MARA –4%·비트디지털 –4%·코인베이스 –2% 등 관련주가 동반 하락했다.
디어는 곡물가격 하락과 관세 불확실성으로 연간 순이익 가이던스를 낮추면서 –7% 급락했다. 반면 다우는 뱅크오브아메리카가 투자의견을 ‘언더퍼폼 → 뉴트럴’로 상향 조정해 1% 가까이 올랐다. CVS헬스는 ‘턴어라운드 확신’이라는 배어드의 업그레이드로 1% 상승했다.
필수 개념 해설
PPI(Producer Price Index)는 생산자물가지수로, 도소매 단계 이전 생산 단계의 물가 흐름을 측정한다. CPI가 소비자 물가를 반영한다면, PPI는 기업들의 원가 압력을 보여주며 미래 소비자 물가의 선행 지표로 사용된다.
‘매그니피센트 세븐’은 애플·마이크로소프트·알파벳·아마존·엔비디아·메타·테슬라 등 시가총액 상위 7개 대형 기술주를 일컫는 애칭이다.
전문가 시각
본지는 이번 PPI 급등이 연준의 9월 금리 결정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더욱 키울 것으로 전망한다. 시장이 여전히 25bp 인하를 확신하고 있지만, 물가 재상승 조짐이 확인될 경우 연준은 정책 완화를 미룰 명분을 얻게 된다. 또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공세가 이어질 경우 공급망 비용 압력이 장기화될 수 있어,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에도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