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미국 기존주택 판매 2% 증가…가격은 전환점 근접

미국 워싱턴 D.C. 캐피톨힐 주택가에 걸린 ‘For Sale’ 표지판 Al Drago | Bloomberg | Getty Images은 여전히 뜨거운 주택 시장의 현주소를 상징한다.

2025년 8월 21일, CN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7월 기존주택 판매 건수전월 대비 2% 증가해 연율 401만 채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계절조정 및 연율 환산(seasonally adjusted, annualized basis·SAAR) 수치로,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소폭 감소 전망을 뒤집은 결과다.

같은 달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0.8% 증가했다. NAR 자료는 거래 완료 시점(클로징) 기준이기 때문에 실제 계약은 5~6월에 체결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당시 30년 만기 고정형 모기지 평균 금리는 한때 연 7%를 상회했다가 6월 말 6.67%까지 내려온 바 있다(Mortgage News Daily 기준).


공급 확대가 가격 압력 완화

7월 말 기준 매물155만 채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15.7% 늘었다. 현재 판매 속도(4.01 만 채 연율)로 환산하면 재고 4.6개월분에 해당한다. 일반적으로 6개월 재고가 매수·매도 균형점으로 간주되므로 아직 매도자 우위가 이어지지만, 2020년 5월 이후 최다 재고라는 점은 공급 확대로 인한 균형 회복 신호로 풀이된다.

중위주택가격은 0.2% 오른 $422,400로 7월 기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NAR은 25개월 연속 상승세가 ‘변곡점(inflection point)’에 근접했다고 진단한다.

“주택구입 여력이 아주 조금 개선되면서 거래가 소폭 늘고 있다. 임금 상승률이 주택 가격 상승률을 앞지르고, 매수자 선택권도 확대됐다.” — 로렌스 윤(NAR 수석이코노미스트)

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특히 미국 남부지역 콘도 가격이 1년간 하락한 덕분에 해당 시장에서 거래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가격대별·구매자 유형별 동향

고가 주택의 인기가 두드러졌다. 100만 달러 초과 주택 판매는 전년 대비 7.1% 증가한 반면, $10만~$25만 구간은 0.1% 감소, $10만 미만 구간은 8% 급감했다.

거래 완료까지 소요된 평균 일수는 28일로 1년 전 24일보다 길어졌다. 첫 주택구매자 비중은 6월 30%에서 7월 28%로 줄었으며, 전년 동월(29%)과 비교해도 감소했다.

반면 투자자(렌털·전매 목적) 비중은 전년 13%에서 이번 7월 20%로 크게 뛰었다. 공급이 늘자 투자자들이 매입 기회를 노린 결과로 해석된다. 같은 기간 현금구매 비중도 27%에서 31%로 높아졌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식·주택 자산에서 발생한 부(富)가 현금 구매력을 높였을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모기지 금리·SAAR 용어 해설

한국 독자에게 생소할 수 있는 SAAR(Seasonally Adjusted Annual Rate)는 월간 또는 분기 데이터를 계절 요인을 제거해 연율로 환산한 값이다. 예컨대 7월 한 달 거래량을 12배로 확대해 ‘연간 흐름’을 가늠하는 방식이므로 월간 편차가 과도하게 반영되지 않는다.

30년 고정형 모기지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대출상품으로, 만기 30년 동안 금리가 고정된다. 금리가 1%p 오르면 대출이자 부담이 크게 늘어나므로 매수 심리와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향후 전망과 함의

재고 확대와 금리 고점 논의가 맞물리면서 가격 상승세 둔화 또는 하락 전환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임금 상승률과 주택 가격 상승률의 역전이 지속될 경우, 실수요 중심 시장 재편이 예상된다.

다만 대출 금리가 여전히 6%대 중후반으로 높은 점, 그리고 팬데믹 이후 공급부족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은 가격 하방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시장 참가자들은 9월 미 연준(Fed) 회의 이후 금리 방향과 경기 지표를 주시하며, 주택 시장이 실제로 전환점을 통과할지 여부를 가늠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