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고용보고서 논란 속, 미국 경기 급격 둔화 확인

미국 경제 엔진이 급격히 식고 있다. 7월 비농업부문 고용이 7만3,000명 증가에 그치며 시장의 낮아진 기대치마저 밑돌았다. 특히 5·6월 수치가 대폭 하향 조정되면서 최근 3개월 평균 고용증가는 3만5,000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 대비 3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2025년 8월 4일(현지시간),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전통적으로 경기 후행지표로 여겨지는 고용시장의 급격한 약세는 이미 일부 지표가 보여주고 있는 속도보다 경제 둔화가 훨씬 심화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Federal Hall caution tape
블룸버그 통신 사진기자 Michael Nagle이 촬영한 월가의 페더럴홀 인근 계단 모습이다. 주가 화면 뒤편에 걸린 경고 테이프는 시장 불안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윌밍턴트러스트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루크 틸리(Luke Tilley)는 “전반적인 경제 둔화 국면에 있다”며 “이를 침체로 볼 것이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관세 장기화가 소비·투자·고용에 번지는 구조적 충격을 우려하며, 미국이 침체에 빠질 확률을 50%로 제시했다.

“관세 부담이 소비자에게 전가되면, 항공·디즈니 여행·테마파크·호텔 등 레저 지출이 줄어든다. 실제 데이터가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 소비자물가가 예상보다 덜 오르고 있다.” — 루크 틸리

낙관론 역시 존재한다.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연율 3% 성장해 겉으로는 탄탄해 보인다. 그러나 상반기 평균 성장률은 1.2%에 불과했고, 소비지출 증가율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2분기 반등은 1분기 관세 회피를 위한 수입 급증이 되돌려진 ‘기저효과’가 컸다.

PNC의 수석이코노미스트 거스 포처(Gus Faucher)는 “2025년 하반기와 2026년 초 성장세가 2024년보다 둔화하겠지만 침체는 피할 것”이라는 기본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다만 고용·관세 리스크가 커져 침체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경고했다.

Jobs Report

골드만삭스는 4분기부터 성장률이 1%대로 내려앉을 것으로 전망했다. 고용 부진, 관세발 인플레이션, 정부 이전소득 감소가 실질소득을 깎아 소비를 제약할 것이란 분석이다. 골드만은 “미국 경제가 잠재성장률 이하 속도로 확연히 둔화했다”고 평가했다.

정책당국·백악관의 엇갈린 메시지

케빈 해싯(국가경제위원회·NEC) 국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수정치가 사실이라면 경기 모멘텀이 예상보다 약하다”면서도 “연말에는 긍정적 요인이 많다”고 주장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7월 고용보고서를 “조작된 가짜 수치”라고 비난하며 노동통계국(BLS) 국장 에리카 맥엔터퍼를 해임했다. 백악관은 향후 ‘One Big Beautiful Bill Act’가 본격 시행되면 경기가 회복된다고 강조하지만, 시장은 회의적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도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Fed는 7월 말 기준금리를 동결했고, 7%에 근접한 30년 고정형 모기지 금리와 부진한 주택지표가 맞물리며 ‘정책 미스매치’ 논란이 커졌다. 베테랑 전략가 짐 폴슨(Jim Paulsen)은 Substack에서 “‘건전’하다고 보기 어려운 성장률이 1%대인데, 7% 모기지 금리는 과하다”고 지적했다.

전문 용어 해설

  • 비농업부문 고용(Nonfarm Payrolls): 농업·가정부·비영리기관 종사자를 제외한 민간·공공 부문의 종업원 수를 집계한 지표로, 미국 노동시장 상황을 대표한다.
  • 잠재성장률: 경제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고 장기적으로 달성할 수 있는 성장 속도. 현재 미국 잠재성장률은 약 1.8~2.0%로 추산된다.

시장 반응과 향후 변수

주식시장은 비교적 탄력적이었다. 다우지수는 한 달 새 1.7% 하락했으나, 8월 4일에는 EU와의 관세협상 낙관론에 힘입어 반등했다. 그러나 Fed 금리정책 전망은 오락가락한다. 고용보고서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은 낮았지만, 지금은 거의 90%까지 치솟았다.

키프라이빗뱅크의 최고투자책임자(CTO) 조지 마테요(George Mateyo)는 “드디어 몇 개의 신발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며 “투자자들은 워싱턴 정쟁과 경제 불확실성을 간과해왔고, 이제 위험자산 비중을 줄일 때”라고 권고했다.

전문적 관전 포인트
① 관세: 트럼프 행정부가 예고한 추가 관세가 현실화될 경우, 소비자물가 상승과 실질소득 위축이 동시에 발생해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을 높인다.
② 고용→소비→기업 실적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면, 연말 쇼핑 시즌(11~12월)이 경기 변곡점이 될 수 있다.
③ Fed가 9월 또는 11월에 신속히 금리를 인하하지 않을 경우, 주택·설비투자 위축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


전망: 단기적으로는 고용·주택·제조업 지표가 추가 확인될 때까지 “데이터에 따라 움직이는” Fed와 시장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전망이다. 장기적으로는 관세 정책과 재정법안 효과, 그리고 2026년 대선 시즌 정치 불확실성이 성장 경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