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만의 달러 최악 상반기, 패권 균열인가 일시 조정인가 – 이중석의 ‘미국 달러 장기전망’

■ 머리말: 달러, 반세기 만의 최대 쇼크를 맞다

2025년 상반기 달러화(달러 인덱스 기준)는 10.7% 급락하며 1973년 ‘닉슨 쇼크’ 이후 최악의 상반기를 기록했다. 세계 기축통화에 드리운 그림자는 단기 변동을 넘어 구조적 변화로 이어질 것인가, 아니면 통화정책·경제 펀더멘털에 기댄 일시적 조정일 뿐인가. 본 칼럼은 방대한 거시 데이터·정책 흐름·시장 심리를 종합해 향후 1년 이상 미국 달러가 직면할 구조적·순환적 리스크와 기회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1. 2025년 상반기 달러 급락 요인 3가지

1) 쌍둥이 적자와 재정 펀더멘털 악화

  • 미 연방 예산적자: 2025 회계연도 2조 1,200억 달러(전년比 +18%).
  • 연방 총부채: 29조 9,000억 달러 → GDP 대비 118%로 사상 최고.
  • 10년물 국채금리: 4.3%대 고착—이자비용이 연간 1조 달러를 돌파.

과잉 유동성과 재정 지출 확장은 달러의 페트로달러·안전자산 프리미엄을 희석시키며 실질 실효환율(REER)을 끌어내렸다.

2) 통화정책 전환–“높은 곳에서의 비둘기”

연준은 근원 PCE 3%대로의 재반등에도 불구, 9월 이후 ‘비상시 대비 완화적 피봇(pivot)’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방기금선물시장은 2026년 말 3차례 누적 75bp 인하를 가격에 반영 중이다. 명목 금리–인플레이션 스프레드가 축소되며 달러 금리차 메리트는 약화됐다.

3) 글로벌 포트폴리오 다변화–“脫달러 유턴 없는 길”

WGC에 따르면 2024~25년 18개월간 중앙은행 순금매입은 920t(톤)으로 사상 최고치. 달러 비중은 2016년 65%→2024년 58%→2025년 56%로 하락. 브릭스 확장(N=11)·중동 SWF·아세안 블록은 석유·원자재 대금 일부를 위안·금·루블·디지털결제(토큰화)로 결제하기 시작했다.


2. 달러 하락이 가져온 실물·금융 충격 파급

부문 단기 효과 중장기 효과
미국 수출기업 가격 경쟁력 +4~8%p 개선 해외 매출 비중 ↑, 해외 생산 리쇼어링 속도 둔화
수입 인플레이션 수입물가 Y/Y +2%p CPI 상방 압력 지속, Fed 정책 딜레마
신흥국 달러부채 부채상환 부담 ↓, CDS 프리미엄 –20~30bp 현지통화 강세로 자본 유입 ↑, 유동성 버퍼 확대
상품·원자재 금·은·구리 >10% 랠리 실물 헤지 수요 지속, 달러–금 역상관 강화

3. 하반기 이후 시나리오 매트릭스

시나리오 A: 질서 있는 약달러(확률 45%)

· 연준 25bp 1차 인하(12월) → 실질금리 +1.0% 내외 유지.
· 미·EU 경기모멘텀 동반 둔화–금리차 축소 완만.
· 달러인덱스(DXY) 95~100 밴드 하향 이동, 10년물 국채 3.75~4.25%.

시나리오 B: 달러 위기·패닉성 매도(확률 20%)

· 트럼프 25% 전면 관세 발효→글로벌 교역 충격.
· 연준 ‘정치 압력’ 속 조기 인하, 실질금리 급락.
· 외국인 국채순매수 급감–금리 5% 재돌파–DXY 88 붕괴.

시나리오 C: 달러 강세 되돌림(확률 35%)

· 근원 인플레이션 재가속 or 연준 긴축 지속.
· 유럽·중국 경기모멘텀 추가 둔화–금리차 재확대.
· DXY 105 회복·금/원자재 단기 조정.


4. 투자전략: ‘포지션 다층 방어’ 로드맵

1) 통화·채권

  • 달러 순숏 비중 50% 이하로 축소, 옵션 콜 스프레드로 Tail Hedge.
  • TIPS 5년·10년 혼합 비중 30%, 실질금리 변동을 흡수.
  • G10 통화 중 CAD·AUD·NOK 강세 베팅—원자재 연동형 통화 선호.

2) 주식

· 달러 약세 수혜: S&P500 내 해외매출비중>60% 기업(테크·산업재).
· 리쇼어링·방산: 물가 연동 정부 수주(인프라, 방위산업) 수혜주.
· 고금리 내성: 자사주 매입·고FCF 대형주 중심 바텀업.

3) 대체투자·원자재

  • 금 비중 포트폴리오의 7%→10%로 확대, 장기 인플레·정책 불확실성 헤지.
  • 농산물·구리 ETF 스프레드 롱: 경기사이클과 달러 약세 양방 노출.
  • 프라이빗 크레딧: 달러 리스크↓·가변금리 구조 활용, 다만 언더라이팅 기준 엄격 관리.

5. 모니터링 체크리스트(분기별)

① 재정정책: 부채상한→적자 확대 법안 처리 속도; 국채 순발행/입찰 커브.
② 통화정책: 10년 Breakeven·실질금리 vs FOMC 점도표.
③ 글로벌 수요: 유로존·중국 PMI, OECD 선행지수, 원자재 선행수요 지표.
④ 자본흐름: TIC Report, 외국 中央銀 국채(OMT) 매매 추이.
⑤ 중앙은행 금매입: 월별 순매입 톤수·지역별 비중.
⑥ 지정학 변수: 미·중·브릭스 무역·환율 블록화 진전률.


6. 결론: ‘달러 패권 종말’은 과장, 그러나 균열은 현실

달러는 유동성·법치·거버넌스가 뒷받침하는 네트워크 효과 덕분에 당장 기축 지위를 잃지는 않는다. 그러나 쌍둥이 적자·정책 변동성·글로벌 탈달러 분산이라는 3대 균열은 분명해 보인다. 질서 있는 약달러가 기본 시나리오지만, 과도한 재정 부양→국채 급발행→실질금리 급등 or 급락 경로를 통한 ‘달러 쇼크’ Tail Risk는 상존한다. 투자자는 단순 달러 방향 베팅보다 멀티 에셋 헷지·통화 분산·실물자산을 결합한 다층 방어를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한다.

52년 만의 달러 쇼크는 끝이 아닌 시작이다. 달러를 둘러싼 체계적 변화는 긴 시간의 싸움일 것이며, 투자자의 성공 열쇠는 데이터 기반의 유연한 대응, 그리고 리스크 대비에 있다.


이중석 기자(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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