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포인트
- 가격 자체만으로는 자산의 가치를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 XRP는 토큰당 가격이 낮아 ‘저렴하다’고 인식되지만, 진정한 평가는 시가총액을 통해 이뤄져야 한다.
- 현재 XRP의 시가총액은 약 1,900억 달러로, 로빈후드 마켓·코인베이스의 시가총액 합계보다 크다.
2025년 8월 14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새 성장주 투자자와 대형 금융기관이 암호화폐와 같은 변동성 높은 자산군에 눈을 돌리고 있다. 비트코인·이더리움처럼 일찌감치 시장을 개척한 코인이 가격 급등을 경험한 가운데, 비교적 후발주자인 XRP(티커: XRP)가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토큰은 핀테크 기업 리플(Ripple)의 글로벌 결제 네트워크에서 브리지 화폐 역할을 수행하도록 설계됐다. 리플은 기존 국제 송금 시스템을 대체할 차세대 금융 인프라 구축을 목표로 하며, XRP는 그 핵심 구성요소로 자리 잡았다.
가격과 가치의 오해
투자자들이 흔히 범하는 오류는 ‘낮은 단가 = 저평가’라는 등식이다. 실제로 XRP는 8월 10일 기준 토큰당 3.2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시가총액 기준으로 보면 XRP는 이미 로빈후드 마켓, 코인베이스 같은 수익 창출 기업을 합친 규모를 넘어섰다. 또한 소파이 테크놀로지·차임·스테이블코인 발행사 서클 인터넷 그룹 3사의 시가총액 합계의 세 배에 육박한다.
시가총액은 ‘주식 수 × 주당 가격’, 혹은 ‘유통 중인 토큰 수 × 토큰 가격’으로 산출된다. 이 지표는 기업·자산에 시장이 부여하는 총 가치를 나타내므로, 단순 단가보다 훨씬 중요한 비교 잣대다. 따라서 3달러대라는 낮은 XRP 단가만으로 ‘싸다’고 결론짓기에는 무리가 있다.
글로벌 송금 시장과 XRP의 잠재력
리서치 기관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전 세계 크로스보더(국경 간) 결제 시장 규모는 212조 달러로 추산됐다. 2030년에는 320조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이는 혁신적인 결제 인프라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시장이 커진다고 곧장 XRP 수요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점을 지적한다. 크로스보더 거래 증가가 리플 네트워크 자체에는 순풍이 될 수 있지만, XRP 토큰이 필수적으로 사용되지 않을 가능성도 존재한다. 예컨대 리플이 특정 은행·핀테크 회사와 손잡고 자체 결제 솔루션을 제공하되, 내부적으로는 스테이블코인이나 다른 디지털 자산을 활용할 수도 있다면 XRP의 활용 범위는 제한될 수 있다.
결국 XRP 가치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는 ‘대규모 유틸리티 채택’이다. 실제 결제 흐름에서 XRP가 브리지 화폐로 자리 잡고, 사용량이 꾸준히 늘어야 시가총액 프리미엄이 정당화된다.
투자 관점: 매수 vs 관망
“XRP는 이미 전통적 재무 지표(매출·이익 성장)로 뒷받침되지 않는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다.”
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저가 매수를 노리는 투자자에게 XRP 토큰당 3달러대 가격은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시가총액이 거품이라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암호화폐 산업 자체가 변동성이 크고 규제 리스크가 상존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XRP 투자 역시 고위험·고보상 성격의 투기적 포지션으로 분류된다. 특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규제 강화를 시사한 이후, 토큰의 증권성 여부가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은 추가적인 불확실성 요인이다.
한편 모틀리풀 ‘스톡 어드바이저’ 팀이 선정한 ‘10대 유망 주식’ 목록에서 XRP는 제외됐다. 과거 이 목록에 포함됐던 넷플릭스(2004년)·엔비디아(2005년)의 장기 성과를 감안하면, 해당 리스트에서 빠졌다는 사실도 투자 판단의 참고 자료가 될 수 있다.
*스톡 어드바이저 모델 포트폴리오의 평균 수익률은 2025년 8월 13일 기준 1,069%로, 같은 기간 S&P 500 지수 상승률 184%를 크게 웃돈다.
헷갈릴 수 있는 용어 설명
브리지 화폐(bridge currency)란 서로 다른 블록체인이나 결제 네트워크 간 자산 이전을 중개하는 디지털 토큰을 의미한다. 예컨대 A국 은행이 보유한 통화를 XRP로 전환해 전송한 뒤, B국 파트너 은행이 이를 현지 통화로 재전환하는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stablecoin)은 달러·유로·엔화 등 법정통화나 금과 같은 실물자산에 연동(페깅)돼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한 암호화폐다. 테더(USDT), USD코인(USDC) 등이 대표적이며, 크로스보더 결제에서 중간 매개로 활용되기도 한다.
결론
XRP를 ‘5달러 미만’이라는 단가만 보고 저렴하다고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다. 이미 시가총액이 상당한 수준에 도달했으며, 향후에도 높은 밸류에이션을 유지하려면 실질 사용처 확대라는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리스크 감내 능력이 높고, 리플 네트워크의 대규모 채택 가능성에 강한 확신이 있는 투자자라면 분산 포트폴리오의 일부로 검토할 수 있다. 반면 보수적 투자자라면, 전통 기업 주식이나 검증된 암호화폐(비트코인·이더리움) 등으로 시야를 넓혀 리스크를 줄이는 전략이 더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