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k) 퇴직연금에 사모자산 편입 확대… “문제만 키울 뿐” 전문가 경고

美 401(k) 시장에 사모자산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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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직장인들이 운용하는 401(k)·403(b) 등 확정기여형 퇴직연금비상장 주식·사모대출·부동산·암호화폐 등이 속하는 사모자산 (Private Assets)이 포함될 길이 열리고 있다.

2025년 8월 7일, CNBC 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401(k) 계획에 대체투자 자산을 확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고용주와 자산운용사가 사모자산을 편입할 때 적용해야 할 노동부(DOL) 지침을 재검토하도록 촉구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사모자산이란 무엇인가

사모자산은 공개시장(증권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주식·채권을 뜻한다. 연기금·보험사·국부펀드·초고액자산가가 주로 투자해 왔으며, ▲사모주식(Private Equity)사모대출(Private Credit)비상장 부동산이 대표적이다. 높은 기대수익이 장점이지만, 유동성 저하·투명성 부족·높은 수수료가 단점으로 꼽힌다.

Private equity 설명 이미지

정책 배경과 노동부(DOL) 움직임

트럼프 1기 때인 2020년 6월 노동부는 정보 서한(Information Letter)을 통해 “전문운용가가 관리하는 포트폴리오 안에서라면 사모주식도 ‘신중한 투자믹스(prudent investment mix)’가 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당국의 해당 입장을 더욱 명확히 하라는 주문이다.

투자자 최선의 이익을 위해 위험·수익을 검토해야 하는 수탁자(Fiduciary) 의무와 사모자산 편입이 양립 가능한지 DOL이 답을 내놓아야 한다.”

전문가들의 우려

일선 자문가들은 일반 근로자가 사모시장 구조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점을 걱정한다. 뉴욕 롱아일랜드의 자문사 웰스인핸스먼트의 찰스 마시모(Charles Massimo) 수석부사장은 CNBC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경고했다.

“주식·채권 차이도 모르는 투자자에게 사모주식의 ‘한방’ 매력을 주입하면 문제만 키우게 된다.”

찬반 논쟁

찬성론은 장기투자 성격의 퇴직연금이야말로 사모자산 다변화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주장한다. 투자회사협회(ICI)의 멜리사 바로시(Melissa Barosy)는 “퇴직저축자는 궁극적인 장기투자자”라며 “사모자산 편입으로 시장 변동성 완화와 잠재적 고수익을 함께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반대론은 복잡성·비용을 지적한다. 모닝스타 자료에 따르면 평균 ETF 연간 운용보수는 0.51%로, 뮤추얼펀드 1.01%의 절반 수준이다. 그러나 사모펀드는 연 2% 고정 수수료성과의 20%를 가져가는 ‘2 and 20’ 구조가 일반적이다.

Private market index fund image

투명성과 정보 비대칭

민간 감시단체 Private Equity Stakeholder Project의 정책이사 크리스 노블(Chris Noble)은 “사모시장은 정보 공시 기준이 낮아 펀드가 가진 기업 목록·재무현황을 파악하기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가치를 비교하기 힘들어 401(k) 가입자는 전통적 주식·채권만으로도 충분하다.”

품질 저하 리스크

마시모 부사장은 “대형 운용사는 좋은 딜을 최우선 고객에게 우선 배분하고, 판매가 어려운 자산을 이해도가 낮은 직장인 계좌에 밀어 넣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법적 방패와 소송 리스크

현행 퇴직소득보장법(ERISA)은 계획 스폰서를 수탁자로 규정한다. TD 코웬의 정책분석가 제럿 사이버그(Jaret Seiberg)는 “DOL이 사모자산이 수탁자 의무를 충족한다고 공식 확인하면 고용주·자문사는 집단소송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 도입 전망

Apollo, BlackRock, Blackstone, KKR 등 거대 운용사는 퇴직연금 전용 사모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1,900만 명 가입자를 둔 ‘엠파워(Empower)’는 사모주식·사모대출·사모부동산·암호화폐를 책임 있게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컨설팅사 Aon의 러스 아이빈잭(Russ Ivinjack) 글로벌 CIO는 “도입까지 36~60개월은 걸릴 것”이라며 “수탁자는 매우 신중하다”고 설명했다.

초기 적용은 정해진 은퇴 시점에 맞춰 자산배분이 변하는 타깃데이트펀드(Target-Date Fund)가 유력하다. 주식·채권에서 발생하는 저비용 인덱스 수익으로 사모자산의 높은 보수를 상쇄하는 구조다.


한국 투자자에게 주는 시사점

국내에도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도입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미국 사례는 “고위험 대체투자 편입 시 교육·보호장치가 필수”라는 교훈을 제공한다. 전문가들은 장기투자·분산투자의 원칙을 유지하되, 비용·유동성·투명성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고 조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