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1(k) 사적자산 편입, 장기 수익 개선 가능성…뱅가드·모닝스타·JP모건 사례가 보여준 조건과 한계

프라이빗에쿼티(사모주식)와 프라이빗크레딧(사모대출)은 적절히 실행될 경우 401(k) 등 확정기여형 퇴직연금의 장기 성과를 개선할 수 있다는 최근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가입자들이 기대하는 만큼의 폭발적 개선은 아닐 수 있다는 단서도 확인됐다. 그간 개인투자자에게 멀게만 느껴졌던 사적자산이 신상품 출시를 통해 점차 접근 가능해지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2025년 11월 19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401(k) 및 기타 확정기여형(DC) 플랜에서 프라이빗크레딧, 프라이빗에쿼티, 암호화폐대체자산에 대한 접근을 “민주화”하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 명령은 1974년 제정된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RISA1974)의 규율을 받는 해당 플랜 내 투자와 관련해, 미 노동부 장관이 수탁자 의무(fiduciary) 지침을 재검토하도록 지시한다.

포트폴리오 강화 논쟁과 데이터의 경고
사적자산 편입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주장이 있는 반면, 최근 두 건의 분석은 그 명제에 중요한 단서가 붙는다고 지적한다. 뱅가드(Vanguard)는 고숙련 운용인력을 가정해 40년 동안 타깃데이트펀드(TDF) 내 사적자산 10%~20% 배분 시(수수료 차감 후) 은퇴자산가치7%~22%, 은퇴소득5%~15% 개선될 수 있다고 밝혔다. 뱅가드 투자전략그룹의 정책·리서치 글로벌 총괄 피오나 그리그(Fiona Greig)는 사적자산의 수익률 분산이 수동형 TDF보다 훨씬 크기 때문에 충분히 긴 투자기간이 결정적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해, 일시적 부진을 감내할 체력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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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뱅가드가 운용하는 401(k) 내 TDF의 중위 보유기간4년에 불과하다. 직장을 옮기면 기존 펀드를 팔고 새 401(k)에서 다른 펀드를 사는 과정이 반복된다. 공모 시장이 하락한 시점에 팔더라도, 신규 플랜에서 다시 낮은 가격으로 매수할 수 있다. 사적자산은 반드시 그렇지 않다고 그리그는 CNBC에 말했다.

“나는 이 플랜에 있고, 이직 때문에 자산을 팔아야 한다. 다음 플랜으로 가면, 내가 저점에 팔아야 했던 그 동일한 사적자산군에 다시 접근할 수 있다고 가정할 수 없다. 아예 사적자산에 접근조차 못할 수도 있다.”

모닝스타의 시뮬레이션: 인출여력 1%~17% 개선
모닝스타(Morningstar)의 별도 분석은 프라이빗크레딧 및/또는 프라이빗에쿼티 배분이, 투자자 특성·사적자산 배분 비중·총 포트폴리오 규모에 따라 은퇴기간 내 지속가능한 지출1%~17% 높일 수 있다고 제시했다. 주목할 점은, 사적자산 배분을 늘려 명확한 역효과가 나타난 사례는 모델에서 관찰되지 않았다는 대목이다. 모형은 만기가 정해져 있지 않고 상환·투자·정기 리밸런싱을 위한 유동성 슬리브를 갖춘 준유동성 에버그린 펀드 구조를 가정했다.

다만 모닝스타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리서치 총괄 할 랫너(Hal Rattner)는 해당 영역이 비교적 신생 시장이라 심층적 역사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모시장 편입 여부는, 역사 데이터의 부족과 더불어 제공 상품의 성격, 플랜 가입자 구성, 그리고 플랜 내 다른 옵션 등 여러 요소가 결합해 좌우되는 의사결정이다.”

랫너의 결과는 성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2차적 수수료를 가정에 포함하지 않았다. 그는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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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구조가 최종적으로 어떻게 정착하느냐가 가치 창출 여부를 좌우할 것이다. 수수료 환경은 아직 진화 중이다.”

‘원하지만 필수는 아님’…점진적 접근 필요
JP모건의 기관 포트폴리오 전략 총괄 재러드 그로스(Jared Gross)는 사적자산의 DC 플랜 편입은 ‘필수’라기보다 ‘원함’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전통적 401(k)가 크게 발전해 이미 효과적인 수익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보고서에서 사적자산이 투자 기회를 확장하는 것은 사실이나, 활동적 운용·투명성·유동성을 갖춘 절제된(측정된)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플랜 스폰서(기업 등)는 가입자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문턱은 높다. 그러나 플랜 스폰서가 적절한 조언을 구하고, 이 분야 경험이 있는 파트너를 선택한다면, 그 문턱을 충분히 넘어설 수 있다.”

사례 1) JP모건: 일일가치 산정 직접부동산 슬리브
JP모건은 이 분야에서 20년 이상의 경험을 축적했다. 동사는 확정기여형 플랜을 위해 일일가치 산정이 가능한 직접부동산 전략을 제공해 왔다. 이는 TDF의 하나의 슬리브로서, 사모 펀드 구조를 갖추되 유동성 확보를 위해 일부 공모 부동산자산도 포함한다. 그로스에 따르면, 해당 전략은 공모시장 중심 전략 대비 장기적으로 더 나은 위험조정 수익률을 보여왔다. 그는 말했다.

“성과의 일부는 변동성 축소에서, 일부는 성과 개선에서 온다. 공모자산이 부동산을 앞서는 시기도, 뒤처지는 시기도 있다. 종합하면, 부동산은 공모시장에 견줄 만하거나 다소 앞서는 매력적 수익을 제공하고, 분산효과와 자산 그 자체의 낮은 변동성 덕에 전체 변동성도 낮춘다.”

사례 2) 얼라이언스번스타인: 커스텀 TDF와 CIT
얼라이언스번스타인(AllianceBernstein) 역시 맞춤형 타깃데이트펀드를 통해 사적자산에 배분한다. 해당 커스텀 펀드는 글로벌 운용자산(AUM)$105억 (기사 원문 수치 표기 기준)이며, 커스텀 TDF 고객의 약 25%가 이미 사적자산에 배분하고 있다. 동사의 멀티에셋 솔루션 조직에서 글라이드패스 전략을 총괄하는 크리스토퍼 니콜리치(Christopher Nikolich)는, 401(k) 등 DC 플랜에서는 자산을 집합투자신탁(CIT)에 담아 일일 평가와 유동성을 확보한다고 설명했다. 이 CIT는 TDF 안에서 공모 주식·채권과 함께 사용된다. 니콜리치는 배분을 정할 때 가입자가 청년기, 중년기, 은퇴 전·후 어느 생애구간에 있는지를 보고 목표를 설계한다고 밝혔다.

“그 세 구간을 떠올리면, 나는 프라이빗에쿼티수익률을 제고할 기회를 갖는다. 또 프라이빗 부동산·인프라 배분을 통해, 가입자들이 정말 필요로 하는 시기에 인플레이션 민감도를 높일 수 있다. 프라이빗크레딧주식 리스크를 분산하면서 동시에, 은퇴자에게 제공하는 수익률·현금흐름을 개선한다. 바로 이런 이유들로 이 전략을 채택한다.”


용어 해설: 한국 독자를 위한 핵심 개념 정리

• 401(k): 미국의 대표적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 근로자가 세전 또는 세후(로스)로 적립하고, 운용 성과에 따라 노후자산이 결정된다.

• ERISA: 근로자퇴직소득보장법(Employee Retirement Income Security Act). 1974년 제정되어 퇴직연금의 수탁자 의무, 적격 투자, 정보공시 등을 규율한다.

• 타깃데이트펀드(TDF): 가입자의 은퇴 목표시점(예: 2050)에 맞춰 위험자산 비중이 자동으로 완만히 낮아지도록 설계된 펀드(글라이드패스 적용).

• 프라이빗에쿼티/프라이빗크레딧: 비상장 지분 또는 비상장 대출에 투자하는 자산군. 유동성은 낮지만 장기 프리미엄을 노린다.

• 준유동성 에버그린 펀드: 만기 없음, 정기 상환·구독을 허용하며 유동성 슬리브(현금·상장자산 등)로 환매·리밸런싱을 지원하는 구조.

• 집합투자신탁(CIT): DC 플랜에서 광범위하게 쓰이는 기관 전용 집합 투자기구. 일일가치 산정과 비용 효율성을 특징으로 하며, 공모펀드와 유사하나 법적 구조는 다를 수 있다.


분석: 장기 프리미엄 vs. 현실 제약의 균형

기사에 제시된 뱅가드·모닝스타의 수치는 사적자산의 장기적 이점(분산, 잠재 수익률)을 뒷받침하지만, 현실의 제약도 분명하다. 첫째, 보유기간 미스매치다. 사적자산은 장기 전제를 요구하지만, 실제 401(k) TDF의 중위 보유기간 4년은 그 전제와 어긋난다. 이직 시점의 강제 매도와 차기 플랜의 접근성 불확실성은, 공모자산과 달리 재매수의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둘째, 수수료·구조 리스크다. 랫너가 지적했듯, 2차적 비용(플랫폼·성과보수·유동성 관리 비용 등)의 총비용은 아직 정형화되지 않았고, 가치 창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 셋째, 운용역량·상품설계다. 뱅가드의 모형 또한 고숙련 매니저를 전제한다. 성과 분산이 큰 사모영역에서, 매니저 선택리스크관리·평가체계는 결정적인 변수가 된다.

그렇다면 실행의 현실적 전제는 무엇인가. 사례에서 보듯, 일일가치 산정유동성 슬리브, CIT 구조를 통한 온-오프마켓 혼합은 DC 플랜의 환매·재배분 요구를 충족하는 실무적 해법이다. 또한 생애주기 기반 배분(청년기 수익률 제고, 은퇴기 인프라·부동산으로 인플레 민감도 강화, 프라이빗크레딧로 주식 리스크 분산·현금흐름 보강)은 목표지향적 설계의 사례로 제시된다.

종합하면, 사적자산의 편입은 ‘원할 수 있는 선택지’이며, 투명성·유동성·활동적 운용을 중심으로 한 측정된 도입이 관건이다. 플랜 스폰서는 가입자 최선의 이익을 입증할 프로세스(상품실사, 수수료 총량관리, 유동성 스트레스 테스트, 매니저 트랙레코드 검증)를 갖추는 것이 요구된다.


핵심 인용

피오나 그리그(뱅가드): “사적자산 수익의 분산은 수동형 TDF보다 크다. 장기 투자기간이 중요하고, 일시적 부진을 견딜 수 있어야 한다.”

할 랫너(모닝스타): “히스토리 부족상품·가입자·대안옵션의 조합이 의사결정을 좌우한다. 수수료 환경아직 진화 중이다.”

재러드 그로스(JP모건): “문턱은 높지만, 적절한 조언경험 있는 파트너를 통해 충분히 넘을 수 있다.”


요약 시사점
사적자산은 401(k) 장기성과를 개선할 잠재력이 있다. 그러나 보유기간유동성, 수수료, 운용역량이라는 현실적 제약을 함께 관리해야 한다. JP모건과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의 사례는 TDF 슬리브·CIT·일일가치 산정을 통해 DC 환경에 맞춘 실무적 구현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뱅가드·모닝스타의 수치는 가능성의 범위를 제시하되, 장기·정책·구조라는 전제를 강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