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들어가며: 다시 쓰이는 통상 패러다임
2025년 7월 31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상호적 관세’ 행정명령은 즉시 발효되는 추가 40% 우회관세 조항을 포함했다. 명령문은 단 한 문장으로 핵심을 요약한다.
“제3국 환적품에 대하여 예외 없는 4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
표면적으로는 ‘관세 회피 근절’이지만, 실상은 글로벌 가치사슬(GVC)을 다시 짜겠다는 정책 신호다. 필자는 이를 <우회관세 시대>라 명명한다. 본 칼럼은 향후 최소 1년, 길게는 차기 행정부 임기 내까지 전개될 구조 변화를 5대 축으로 분석한다.
1. 무역 비용 구조의 구조적 상승
1) 관세 매트릭스의 대전환
구분 | 기존 평균 세율 | 우회 관세(추가) | 최대 잠정 세율 |
---|---|---|---|
철강·알루미늄 | 25% | +40% | 65% |
자동차·부품 | 15% | +40% | 55% |
완구·섬유류 | 10% | +40% | 50% |
우회 관세는 ‘덤터기’ 관세라는 별칭까지 얻었다. 글로벌 OEM·ODM 업체가 중국‧베트남 공장에서 미국향 라벨만 바꿔 달던 관행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2) INFLATION: 2025~2026 누적 0.6%p 상방 압력
뉴욕 연준 Nowcast 모델에 따르면, 관세 10%p 인상은 1년 내 물가 0.15%p, 2년 내 0.25%p를 끌어올린다. 40% 추가 관세가 실제 물류비·마진으로 전가될 경우 누적 0.6%p 상방 압력이 계산된다. 연준의 장기 물가 목표(2%)를 고려하면 ‘조기 완화→달러 약세’ 시나리오는 후순위로 밀릴 공산이 크다.
2. 생산 거점—‘저스트 인 케이스’의 정착
CEO 인터뷰에서 반복된 키워드는 두 가지다. Near-shore(인접국 생산)과 Friend-shore(우방국 생산)이다.
- 에릭슨: 北텍사스 5G 장비 공장 2026년 CAPEX 12억 달러 추가.
- 볼보: 美 사우스캐롤라이나 전기차 라인 증설, 완성차 10만 대↑.
- 아스트라제네카: 버지니아 바이오시밀러 캠퍼스 신축.
서플라이체인 연구기관 Resilinc가 추적한 글로벌 제조 FDI 흐름은 2023년 이후 ‘미국·멕시코·캐나다 3국’으로 34% 쏠렸다. USMCA 내부 무역 비중이 2021년 47% → 2025E 55%로 높아질 전망이다.
이는 멕시코 무역 적자를 파악할 때도 필수 변수다. 미국은 관세 면에서 ‘中→멕시코→美’ 환적을 직접 겨냥했지만, 의도치 않은 NAFTA(USMCA) 역내 생산 증폭이라는 파생 효과를 얻는다.
3. 기업 실적·밸류에이션의 양극화
1) 초과이익 vs. 마진 스퀴즈
삼중 비용(관세·물류·재고) 중 두 항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기업은 제한적이다. 모닝스타가 집계한 top 500 non-financials를 GICS 기준 재분류하면, ‘가격 전가 여력(High Pass-Through)’ 기업은 23%에 불과하다.
• 린트&슈프룽리: 가격 15.8% 인상에도 판매량 –4.6%에 그침.
• 에이서·델: PC OEM, 3%만 전가, 잉여 마진 –180bp.
즉, 브랜드 프리미엄·공급망 다각화·현지 생산율이 곧 중장기 이익률을 가른다.
2) 주식·채권시장 함수
골드만삭스 US 글로벌 인플레이션 링크드 총수익 지수(GSAILT)는 7월 말 이후 250bp 스프레드를 시사한다. 인플레에 강한 소재·방산·유틸리티 섹터 vs. 관세 민감 IT 하드웨어·섬유·완구 섹터의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4. 통화·재정정책의 재배치
1) 연준—‘제3의 맨데이트’ 압력
고용·물가에 더해 ‘전략 산업 육성’이 비공식 임무로 부상한다. 파월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관세 인플레이션을 “정책적 외생 변수”로 규정했으나, 내부(베이지북)는 “공급망 재조정이 내구재 가격을 지탱한다”고 지적했다. 시장은 2026년까지 기준금리 3.25% ‘중립 상단’을 가격에 반영하기 시작했다.
2) 재무부·의회—IRA·CHIPS 2.0
관세가 영구화될수록 국가보조금→내수 생산 선순환 고리가 요구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CHIPS 법안 수혜 범위 확대 가능성이 거론된다. 향후 5년 누적 세액공제 4000억 달러가 추정되어 재정 부담 논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5. 국제질서—WTO에서 ‘블록 경제권’으로
EU·영국·호주 통상 당국은 우회관세를 WTO 최혜국 대우 원칙 위반으로 문제 삼을 전망이지만, 미국은 이미 국가안보(Section 232) 조항으로 방어 논리를 확보했다. 결과적으로 ‘규칙 기반 다자체제→권역별 블록’ 전환이 가속화될 시나리오다.
각 블록 내부는 저관세·규제 공조, 블록 간은 고관세·표준 경쟁이라는 ‘이중 규칙’ 체계가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 12개월·36개월·60개월 로드맵
기간 | 주요 이벤트 | 시장 변수 | 투자 포인트 |
---|---|---|---|
T+12M (~2026.7) |
우회관세 시행 1년 누적 데이터 발표, 연준 금리경로 재점검(EoY ’25) | PCE 0.3%p↑ ISM 제조 48→46 |
리쇼어링 테마 ETF·구리/알루미늄 매수, 하드웨어·섬유·완구 숏 |
T+36M (~2028.7) |
USMCA 재협상, IRA 보조금 효과 만료 구간 | 미·멕시코 교역 20%↑ 달러 인덱스 2%↑ |
멕시코 산업 REIT, 북미 철도주 롱, 소비 디스크리셔너리 비중↓ |
T+60M (~2030.7) |
탄소관세(CBAM)·디지털세 동시 발효 가능성 | 탄소배출권(CCA) 50$/t 전망 | 그린 스틸·탄소포집(CCS) 기업 로ング, 탄소집약 수출기업 피벗 |
■ 맺음말: “관세는 총성 없는 산업 전쟁”
트럼프式 우회관세는 명백히 미국 내 생산과 공급망 재정비를 노린다. 그러나 파급력은 국경 밖에서 더 클 수 있다. 물가·환율·재정·표준 경쟁이 맞물려 ‘저스트 인 케이스’ 경제가 상시화되는 상황에서, 투자자는 가격 전가력·공급망 지리학·정책 수혜 여부라는 세 가지 벡터로 기업을 재평가해야 한다.
끝으로, 관세는 단순 세율이 아니라 ‘규칙의 우선순위’를 드러내는 정책 언어다. 향후 5년 글로벌 시장을 읽는 키워드는 ‘블록화’와 ‘내셔널 볼트(National Vault)’다. 최적화보다는 복원력, 저비용보다는 안전재고가 강조되는 새 패러다임에서, 투자의 척도 역시 수정될 수밖에 없다.
이중석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