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가 오는 8월 1일부터 미국의 전면 25% 관세를 그대로 적용받게 되면서, 양국 간 무역 긴장이 다시 한번 수면 위로 부상했다. 이는 지난 4월 2일 처음 발표된 관세 계획과 사실상 동일한 수준이어서, 4개월간의 협상과 물밑 교섭이 아무런 실질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2025년 8월 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 번스타인(Bernstein)의 애널리스트 베누고팔 가레(Venugopal Garre)는 “4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한 치도 달라지지 않았다“며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인도가 8월 1일부터 부과받게 될 25% 관세는 4월 발표 당시와 거의 동일하다”고 지적했다.
관세 환경의 악화
가파른 관세 부담은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최근 몇 달 새 체결된 다자·양자 무역협정이 동남아 국가들에 유리하게 작용하면서, 인도의 상대적 경쟁력은 더욱 흔들리고 있다. 4월만 해도 인도는 26%의 관세율로 베트남 46%, 인도네시아 32%보다 유리한 듯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베트남 20%, 인도네시아 19%, 일본 15%로 인하된 반면, 인도는 어떤 면제나 조정 혜택도 얻지 못했다. 가레는 “이 격차가 실질적 수출 경쟁력에 심각한 타격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러시아와의 원유·무기 거래에 대한 추가 제재가 아직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추가 벌칙(penalty)이 확정될 경우 인도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 베누고팔 가레
그는 이어 “4개월 동안 인도에 변한 것이 없을수록,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됐다“고 꼬집었다.
양국 관계의 균열
가레 애널리스트는 관세 문제를 넘어 인도-미국 관계 전반의 냉각 조짐을 우려했다. 그는 “무역 협정 체결 가능성이 6월까지만 해도 남아 있었으나, 현재는 사실상 물 건너간 상태”라며 “방위 협력·러시아 제재 등 여러 현안이 얽혀 근본적 신뢰도가 흔들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2025년 초 인도-파키스탄 무력 충돌 이후, 백악관의 대(對)인도 수사(修辭)가 달라지면서 정책 방향도 급격히 경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강경 발언을 예로 들며 “최근 몇 달 새 형성된 긴장 국면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단기 충격은 제한적…그러나 장기적 손실 우려
분석에 따르면, 서비스 부문은 관세 부과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거시경제적 단기 충격은 크지 않을 전망이다. 인도의 대미 상품 수출은 약 850억 달러로, 국내총생산(GDP) 3조 9,000억 달러(약 4조 달러)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비중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기적 타격은 상당할 수 있다. 가장 우려되는 분야는 전자제품 수출이다. 인도의 전자수출(특히 스마트폰)은 2024회계연도 기준 약 300억 달러 규모로 최근 연평균 40% 성장해 왔다. 가레는 “25% 관세는 이 부문의 성장 정지 또는 역성장으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 부품, 전자기기 위탁생산(EMS) 업체들이 직접적인 압박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용어 풀이: EMS란?
EMS(Electronic Manufacturing Services)는 완제품 기업이 설계·마케팅에 집중할 수 있도록, 부품 조달·조립·검사·물류를 일괄 대행하는 제조 방식이다. 애플, 샤오미 등 글로벌 IT 기업이 대규모로 활용하며, 인도 역시 다수 EMS 업체를 통해 스마트폰·가전 수출을 확대해 왔다.
향후 전망
번스타인은 “이번 관세 이슈가 일시적 난기류인지, 장기적 구조 변화의 시발점인지”가 관전 포인트라고 진단했다.
“무역 합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으나, 당장의 돌파구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2025년에도 뜻밖의 반전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 단계에서 우리는 또 하나의 기회를 놓쳤을 뿐이다.” — 번스타인 보고서
전문가들은 대미 의존도를 낮추는 동시에, 동남아·유럽 시장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미국과의 지정학·안보 협력도 관세 협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 결론
4개월간 지속된 협상에도 불구하고 인도는 25% 관세라는 첫 선언 그대로의 현실을 맞게 됐다.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겠지만, 전자·자동차 부품 등 핵심 수출 산업이 흔들릴 경우 인도의 중장기 성장 로드맵에 균열이 발생할 수 있다. 양국 간 무역 갈등이 구조적 냉각으로 이어질지, 아니면 새로운 협상 국면으로 전환될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