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머리말: 하루라도 가벼워질 수 없는 ‘부채의 지구’
2025년 2분기 말, 국제금융협회(IIF)는 전 세계 부채가 337.7조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보고했다. 6개월 새 21조 달러가 증가한 속도는 코로나19 직후 글로벌 재정·통화 부양 국면과 맞먹는다. 본 칼럼은 특히 미국 재정·채권 구조가 보여 주는 단기물 편중 현상과 금융시장 전반의 장기 리스크 프리미엄 상승을 중심으로 장기(1년 이상) 파급 효과를 짚어 본다.
1. 글로벌 부채 지도: 숫자가 말하는 현실
| 구분 | 총부채(조 달러) | GDP 대비 비율(%) | 전년比 증가폭(조 달러) |
|---|---|---|---|
| 전 세계 | 337.7 | 324 | +21.3 |
| 선진국 | 228.6 | 391 | +17.9 |
| 신흥국 | 109.1 | 242 | +3.4 |
| 미국 | 97.0 | ~126* | +4.6 |
*미 의회예산처·IMF 추정치를 평균한 값
미국은 전체 부채 절대량 1위, GDP 대비 정부부채 120% 내외, 특히 연방정부 순부채가 35년 만에 5배로 불어났다. 문제는 ‘단기물 의존’이라는 시간 폭탄이 병행된다는 점이다.
2. 미국 국채 발행 구조의 질적 악화
2-1) 1년 이하 만기 비중 20% 돌파
재무부 발행 캘린더를 계량 분석하면, 2023년 이후 신규 국채의 80%가량이 만기 12개월 이내로 집중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10%대였던 단기물 비중이 20%를 넘어선 것은 재융자(roll-over) 리스크를 극대화한다.
• 2025~2027년 만기도래 연방채 규모: 약 11조 달러
• 최근 12개월 평균 T-Bill(1년 미만) 발행금리: 4.9%
• 2019년 동기 평균: 2.0% 미만
2-2) 왜 단기물에 몰렸는가?
- 금리 레벨링 전략: 팬데믹 직후 0%대 초저금리에 잠시 ‘단기 차입→장기차환’이 유리했다. 그러나 긴축 사이클이 예상을 뛰어넘어 장기화되자 장기물 고정금리 부담을 피하려는 정치적 유인이 커졌다.
- 부채한도 정치 리스크: 2023년·2025년 연방 셧다운 위기를 거치며 재무부는 운용 유연성이 큰 T-Bill 비중을 확대했다.
- 연준 QT 정책: 장기물 매수 축이 사라진 상황에서 시장 소화 능력을 우려, 수요가 사실상 무한대인 단기물로 이동했다.
3. 장기 파급 효과: 여섯 가지 ‘그림자’
① 실질 금리 상승 → S&P500 할인율 확대
10년물 실질금리는 2023년 0.5%→2025년 1.9%까지 상승했다. 컨센서스 EPS 성장률이 6%로 유지돼도 할인율이 120bp 상승하면 PER이 17배→14배로 축소된다. 가치평가 ‘리레이팅’ 기대가 제한되는 이유다.
② SOFR·기업 대출금리 연동 위험
단기 국채 수급 왜곡은 환매조건부 금리(SOFR) 변동성을 키운다. BBB 등급 회사채 스프레드는 2022년 150bp→2025년 200bp대로 확대됐다. 투기등급 리파이낸싱 시장도 위축되며, 2026~2027년 하이일드 만기가 집중된 섹터(통신, 에너지)에 주가 변동성이 재료화될 전망이다.
③ 미 연준의 ‘표적형 YCC’ 가능성
재무부가 단기물 리스크를 전가하면 연준은 중장기 금리 급등을 방어해야 하는 YCC(수익률곡선관리) 압력에 직면한다. 이는 달러 약세·인플레이션 기대 재상승으로 연결돼 통화정책 신뢰성 훼손을 초래할 수 있다.
④ ‘채권시장 행동주의’의 귀환
일명 Bond Vigilantes는 재정 건전성을 의심할 순간 특정 만기 국채를 공매도해 금리를 급등시킨다. 이미 2025년 8월 미국 30년물 금리는 4.8%로 위기 전 고점(2010년 5.0%)을 위협했다. 대규모 CTA·헤지펀드 포지션은 증시 변동성(VIX)을 동반 상승시킨다.
⑤ GDP 대비 순이자비용 2030년 4% 전망
미 의회예산처(CBO)는 금리가 2025~2027년 4.0%대로 유지될 경우 연간 순이자비용이 국방비를 추월한다고 추정한다. 생산적 지출 여력이 축소돼 장기 잠재성장률 1%대 고착 위험이 증대된다.
⑥ 안전자산 프리미엄 약화 vs. 달러 패권 흔들림
미국 국채는 ‘무위험채권’ 지위를 누려 왔지만, 단기물 과도 발행+신용등급 강등 이중 충격은 글로벌 준비통화 수요를 잠식할 수 있다. 중·러·중동 중심 위안화·금·원자재 통화 블록 부상이 가속화될 경우, 달러지수(DXY) 90선 이탈 시나리오도 현실화된다.
4. 투자전략: 방어·공격 두 축의 포트폴리오 재조정
4-1) 방어 축: 듀레이션 헷지·퀄리티 스프레드 축소
- 듀레이션 바터(DV01 중립): TLT(20년 이상), EDV(25년 스트립) 숏 vs. 3개월 T-Bill 롱
- AAA 회사채 + 발표 앞둔 배당 귀족 ETF: 금리 리스크 대신 퀄리티 프리미엄 수취
- 골드·실물 ETF 5~7%: 달러 패권 변동에 대비한 통화 헤지
4-2) 공격 축: 인프라/에너지·AI CAPEX 수혜
미국 재정은 국방·인프라·AI 연구에 ‘정치적 초과 지출’이 예상된다. 조달 금리는 오르지만 정책 수혜주가 상대적 초과수익을 낼 가능성이 높다.
• 전력망 업그레이드: Utilities Select Sector ETF(XLU)
• 에너지 인프라 MLP: Alerian MLP ETF(AMLP)
• GPU·데이터센터 REIT: NVIDIA, Equinix, Digital Realty
5. 정책 시나리오 매트릭스(2025~2027)
| 시나리오 | 미 10년물 금리 | S&P500 12M Forward PER | 달러(DXY) | |
|---|---|---|---|---|
| 2025말 | 2027말 | |||
| ① 개혁 시나리오 (재정준칙+장기물 전환) |
3.6% | 3.2% | 18배 | 103 |
| ② 현상 유지 (단기물 지속+연준 부분 YCC) |
4.4% | 4.6% | 15배 | 96 |
| ③ 악화 시나리오 (부채한도 교착+신용등급 추가 강등) |
5.2% | >5.5% | 13배 이하 | 90 |
6. 필자의 시각: “금융공학 아닌, 회계학적 위기”
저금리 시대의 금융위기는 유동성·파생상품 등 금융공학적 요소가 근원이었다. 그러나 현재 부채 위기는 회계학적 현실, 즉 재정 수지와 현금흐름이라는 기본 방정식을 시험한다. 부채=미래 세대의 세금이라는 단순 명제가 시장 가격에 다시 반영되는 과정이 시작됐다고 판단한다.
미국 증시는 여전히 혁신과 자본의 힘으로 ‘상승 편향’을 유지할 것이다. 다만 할인율 체계가 40년 만에 재조정되는 시점에서, 지난 10년간의 초과 위험 조정수익을 그대로 투영하는 모델은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다.
결국 장기 투자자는 ① 구조적 성장 업종의 현금창출력, ② 재무 레버리지 대비 자사주·배당 여력, ③ 환헤지·실물자산 결합이라는 삼각 구도를 갖춘 포트폴리오로 이동해야 한다.
■ 맺음말: “부채는 숫자, 신뢰는 마음”
337.7조 달러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신뢰의 방향성이다. 투자자·국민·정치권 누구도 부채 문제를 단숨에 해소할 수 없지만, 재정 건전성 회복 의지와 만기 구조 정상화를 명확히 제시한다면 시장은 시간을 벌어 줄 것이다. 반대로 정책 교착이 지속될 경우, 장기 자본시장은 ‘할인율 재앙’이라는 더 큰 비용으로 응답할 것임을, 우리는 역사에서 배웠다.
※본 칼럼은 이중석 기자의 개인적 견해이며, 소속 언론사의 공식 입장과 무관하다. 투자 판단의 최종 책임은 독자에게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