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30대의 퇴직연금 준비 현주소가 최신 통계로 드러났다. 회사가 확정급여형 연금을 제공하지 않는 대신, 개인이 직접 운용해야 하는 401(k) 계좌가 사실상 노후 자금의 핵심이 되고 있다. 금융 이해도가 높아지면서 젊은 층도 은퇴 자금 마련을 서두르고 있지만, 실제 잔액은 은퇴 후 필요한 자금 규모에 크게 못 미친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7월 25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노스웨스턴뮤추얼(Northwestern Mutual) 설문조사에서 미국인은 편안한 은퇴를 위해 평균 $1.26 million(약 17억 원)을 필요 자금으로 꼽았다. 그러나 30대가 실제로 모아둔 401(k) 잔액은 이 목표치와 큰 격차를 보였다.
● 30~34세·35~39세 평균 잔액
피델리티인베스트먼츠(Fidelity Investments)가 5,000만 개 이상의 퇴직계좌를 분석한 결과, 2025년 1분기 기준 30~34세 평균 401(k) 잔액은 $44,800이었다. 35~39세는 $71,400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 줄어든 수치다. 피델리티는 “시장 변동성에도 불구하고 저축률은 유지됐다”고 강조했다.
● 얼마나 모아야 할까?
피델리티는 ‘30세까지 1년 치 연봉, 40세까지 3년 치 연봉’을 모을 것을 권고한다. 예컨대 연소득 6만 달러인 30대는 30세에 6만 달러, 40세에는 18만 달러를 보유해야 한다는 의미다. 현재 잔액이 이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IRA·로스 IRA 등 다른 세제혜택 계좌를 병행해 목표치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온다.
“밀레니얼 세대 57%는 자신이 노후 자금을 다 쓰고도 더 살게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 노스웨스턴뮤추얼 ‘2025 계획·진척 연구’
● 30대가 알아둘 401(k)·IRA 기초 상식
401(k)는 미국 세법 401조(k)항에 따라 설계된 세금 유예형 퇴직연금이다. 급여에서 불입액을 선공제해 과세소득을 낮추며, 운용 수익은 인출 시점까지 과세가 연기된다. IRA(Individual Retirement Account)는 개인형 연금계좌로, 세입공제 혜택이 있는 전통 IRA와 인출 시 비과세인 로스 IRA가 있다. 한국의 퇴직연금 DC형이나 개인형 IRP와 기능적으로 유사하다.
● 어떻게 저축을 늘릴 것인가
찰스슈왑(Charles Schwab)은 소득이 늘어도 소비를 과도하게 늘리지 말고 ‘저축 먼저, 소비는 그다음’ 원칙을 지킬 것을 권했다. 401(k) 불입 한도를 채운 뒤에는 세제혜택 IRA에 추가 불입하는 방안이 효과적이다. 또한 401(k)에서 대출을 받는 행위는 복리 성장 기회를 잠식하므로 가급적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30대는 경력 상승, 가족 부양, 학자금 대출 상환 등으로 재무 목표가 충돌하는 시기”라며 “작은 금액이라도 일찍, 꾸준히 투자하면 복리가 극대화된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S&P 500 인덱스펀드·타깃데이트펀드와 같은 저비용·분산 투자 상품이 장기 수익률을 안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한다.
● 기자의 시각
이번 통계는 ‘은퇴 적정 자산’과 ‘실제 보유 자산’의 괴리를 여실히 보여준다. 저축률 유지라는 긍정적 신호에도 불구하고, 자산 축적에는 시간·복리·규칙적 투자라는 세 가지 축이 모두 필요하다. 국내에서도 확정급여형 연금이 급감하는 추세인 만큼, 일찍이 자기주도형 퇴직연금에 눈을 돌려야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