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발 마크 존스 특파원—올해 초 거세게 몰아쳤던 금융시장의 ‘폭풍’이 지나가자 투자자들은 뜨거운 여름 랠리 속에서 다시 한 번 기록적인 시가총액 확대를 경험했다. 3분기 동안 전 세계 주식시장 가치는 약 5조 달러가 추가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다른 주요 자산도 대부분 동반 상승했다.
2025년 9월 30일,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재정건전성을 관리해야 하는 파리와 런던의 정책 입안자들은 이 같은 열기를 못마땅해할 수 있지만, 시장 참가자들은 마치 모든 재정·무역 불확실성이 잦아든 듯 고평가된 기술주 매수에 다시 몰두하고 있다.
알파벳(구글 모회사) 주가는 분기 중 약 40% 급등했고, 인공지능(AI) 대표주 엔비디아는 세계 최초 시가총액 4조 달러 기업이 됐다. 중국의 AI 반도체 설계기업 캠브릭콘도 같은 기간 120% 폭등하며 ‘중국판 엔비디아’란 별명을 굳혔다.
안전자산도 동반 강세…금·은 빛나다
흥미로운 점은 위험 회피 시기에 선호되는 대표 안전자산인 금 가격도 3분기 중 15% 올라 사상 최고치를 또 경신했고, 은은 무려 30% 가까이 뛰었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주식 강세장과 금 가격 급등이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는 드물다.
안전통화로 여겨지는 일본 엔화는 하락했지만, 채권시장의 불안 신호는 사라지지 않았다. 프랑스 정국 혼란 여파로 프랑스 국채금리가 잠시 이탈리아 국채보다 높아졌고, 일본 3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반면 미국 국채 변동성 지표(일드 MOVE 지수)는 3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모리츠 크레머 LBBW 수석이코노미스트(전 S&P 글로벌 국가신용평가 책임자)는 “무역전쟁 환경에 시장이 적응해 가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그는 동시에 “미국 주식의 주가수익비율(PER)이 역사적으로 상위 2~3% 구간에 진입했고, S&P500 시가총액의 40%가 불과 10개 기업에 집중됐다”며 “트럼프노믹스 변수까지 감안하면 설명하기 어려운 구도”라고 지적했다.
달러 안정·유가 제자리…그러나 금은 1979년 이후 최대 상승세
달러 인덱스는 연초 대비 여전히 10% 가까이 하락해 1989년 이후 가장 큰 연간 낙폭을 기록하고 있지만, 3분기만 놓고 보면 1% 반등했다. 주된 원인은 엔화 약세다. 유가는 분기 초 수준을 유지한 반면, 금과 은은 각각 연초 대비 45%, 60% 이상 급등하며 1979년 이후 최대 연간 상승폭을 예고하고 있다.
존 하디 삭소은행 외환전략 총괄은 “막대한 정부 부채가 금융억압(financial repression)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금·은 강세를 이끌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억압은 정부가 낮은 실질금리 유지 등을 통해 채무 부담을 완화하려고 시장메커니즘을 제한하는 조치를 의미한다.
방산주 초강세…트럼프의 ‘방위비 증액 압박’ 영향
올해 들어 유럽 방산주 지수는 85% 폭등해 중국 기술주와 유럽 은행주를 제외한 대부분의 자산 수익률을 따돌렸다. 조 바이든이 아닌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안보 부담 전가를 시사한 점이 NATO 회원국의 재무장 필요성을 부각시키며 해당 섹터에 지속적인 매수세가 몰린 결과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연초 이후 추가로 0.25%포인트 금리를 인하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준 정책을 공개 비판한 것도 채권시장 변동성을 키웠다. 5월에는 미 국채 30년물 수익률이 한때 5.1%를 돌파하며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가 현재는 4.7%로 내려왔다. 스위스는 정책금리를 다시 0%로 인하했다.
신흥국 통화 엇갈린 성적…아르헨티나 ‘또다시’ 혼돈
달러가 진정되자 유로화는 연초 대비 13%, 스위스 프랑은 13.5% 상승했다. 러시아 루블은 트럼프의 푸틴 비판으로 상승폭이 일부 줄었으나 여전히 세계 최고 수준인 32% 상승률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3분기 가장 극적인 추락을 경험했다. 부패 스캔들과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 소속당의 지방선거 참패가 페소화와 증시를 폭락시켰다. 중앙은행이 방어에 나섰지만 효과가 없었고, 미국이 ‘마리오 드라기식 whatever it takes*’ 지원 의사를 밝히자 시장은 충격에 휩싸였다. (*유로존 위기 당시 ECB 총재였던 드라기의 발언으로, 필요한 모든 조치를 하겠다는 뜻)
다니엘 셰이케비치 뱅가드 신흥국채 공동대표는 “아르헨티나는 경제 전면 개편을 추진 중인 국가”라며 “개혁 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4분기 변수 산적…‘잔잔함’이 오래가지 않을 수도
시장에는 숨 돌릴 틈이 많지 않다.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 가능성이 고조되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추가 관세 카드를 만지작거린다. 중국 14차 5개년 경제계획 발표가 10월 20~23일 예정돼 있고, 아르헨티나 중간선거는 그로부터 3일 뒤다. 연준 통화정책, 글로벌 성장률, AI 열기 역시 여전히 불확실한 요인이다.
리처드 플린 찰스슈왑 매니징디렉터는 “현재 시장은 읽기 어려운 국면”이라면서 “투자자들은 지난 5년간 충분히 좋은 시기를 보냈지만, 역사가 말해주듯 호황이 영원할 수는 없다”고 경고했다.
전문가 시각·종합 평가
이번 3분기는 주식·원자재·채권·외환이 동시에 상승 또는 변동성 둔화를 보인 ‘교차적 강세’가 특징이다. 이는 글로벌 유동성 확대와 정책 불확실성 내성 강화라는 두 축이 맞물린 결과로 해석된다. 그러나 PER 고점, 채무 부담 누적, 지정학 리스크가 동시다발적으로 누적되고 있어 장기적으론 수익률 변동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 전략 측면에서 방산·AI·귀금속 섹터는 모멘텀이 지속될 여지가 있지만, 2026년 미국 대선 레이스 본격화, 유럽 정치 일정, 신흥국 디폴트 리스크를 고려할 때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변동성 헤지는 필수적이다. 안정적 현금흐름 자산과 실질가치 방어 자산(예: 금·농산물 ETF)의 비중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폭풍 뒤 고요’는 당분간 지속될 수 있지만, 기저에 깔린 구조적 위험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투자자들은 과도한 낙관론을 경계하면서도 전술적 기회를 살피는 ‘양손잡이’ 접근법을 유지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