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거래일 급등 후 숨 고르기…국제 설탕 선물가 소폭 하락

[국제 설탕 시장 동향]

10월물 뉴욕 ICE 원당(#11) 선물 가격은 전장 대비 -0.09센트(-0.53%) 하락한 반면, 같은 달 런던 ICE 백설탕(#5) 선물은 +1.00달러(+0.21%) 상승하며 혼조세를 보였다. 지난 3거래일 동안 이어진 랠리로 2개월 최고치를 터치했던 원당 가격은 롱 포지션 청산(long liquidation) 압력 속에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2025년 8월 13일(현지시간),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이번 조정은 단기 급등 이후 차익 실현 물량이 집중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시장 참여자들은 브라질·인도·태국 등 주요 생산국의 수급 전망과 펀드 포지션 변화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다.

전일 기준 뉴욕 선물 시장에는 Commitment of Traders(COT) 보고서에서 확인된 대규모 순매도 포지션이 남아 있다. 8월 5일 기준 투자펀드들의 순매도 잔고는 한 주 새 +25,923계약 늘어난 151,004계약으로, 약 6년 만에 최대치에 달했다. 과도한 숏 포지션은 단기적인 쇼트 커버(환매수) 발생 시 가격 변동성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브라질 공급 불확실성 확대

지난주 코브릭 애널리틱스(Covrig Analytics)는 브라질 설탕 농가의 사탕수수 수확량이 예상보다 부진해 2025/26 시즌 사탕수수 생산량이 6억 톤 미만으로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는 브라질 정부 산하 코납(Conab)의 6억6,340만 톤 전망치를 크게 하회한다. 시장은 “브라질발 공급 쇼크”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NY Sugar #11 Chart

그러나 7월 31일 발표된 브라질 UNICA(브라질 사탕수수산업연합) 통계는 다른 그림을 제시했다. 7월 상반월 중남부 지역 설탕 생산량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340만 톤을 기록하며 공급 우려를 일부 희석했다. 올해 브라질 설탕공장의 사탕수수 압착 비율도 54%로, 전년 동기의 50%보다 높다.


인도·태국發 공급 변수

세계 2위 생산국 인도 역시 가격 하락 요인으로 거론된다. 블룸버그 통신은 인도 정부가 10월 시작되는 2025/26 시즌에 설탕 수출을 허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인도 기상청(IMD)은 8월 4일 기준 누적 몬순 강수량이 500.8mm(평년 대비 4%↑)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풍부한 강우는 사탕수수 작황 개선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인도 사탕·바이오에너지 제조협회(ISMA)는 2025/26연도 설탕 수출 쿼터를 200만 톤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앞서 6월 2일 인도 전국협동조합제당연맹(NFCSF)은 2025/26년 인도 설탕 생산량이 3,500만 톤(+19% YoY)으로 반등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 세계 3위 생산국 태국은 5월 2일 캔·설탕위원회(OCSB) 보고서에서 2024/25 시즌 설탕 생산량이 1,000만 톤(+14% YoY)으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이는 국제 가격에 추가 하방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다.


글로벌 공급·수요 균형 전망

중장기적으로는 공급 과잉 가능성도 꾸준히 제기된다. 국제 무역업체 차르니코우(Czarnikow)는 6월 30일 보고서에서 2025/26 시즌 글로벌 설탕 순공급 과잉750만 톤으로 추정해 8년 만의 최대 잉여가 발생할 것으로 내다봤다.

London White Sugar #5 Chart

미국 농무부(USDA)가 5월 22일 발표한 반기 보고서 역시 2025/26 시즌 세계 설탕 생산량이 1억8,931.8만 톤(+4.7% YoY)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으로 예상했다. 같은 기간 전 세계 소비량1억7,792.1만 톤(+1.4%)으로 증가하지만, 재고(엔딩스톡)4,118.8만 톤(+7.5% YoY)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USDA 산하 해외농업국(FAS)은 2025/26 브라질 설탕 생산량을 4,470만 톤(+2.3%), 인도는 3,530만 톤(+25%), 태국은 1,030만 톤(+2%)으로 각각 상향 조정했다.


전문가 해설: #11·#5 선물은 무엇이 다른가

국제 설탕 선물은 #11(원당, Raw Sugar)#5(백설탕, White Sugar)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11은 뉴욕 ICE(Intercontinental Exchange)에서 거래되며 원당을 대상으로 한다. 반면 #5는 런던 ICE에서 거래되는 백설탕(정제 설탕) 계약이다. 원당 가격이 정제 설탕 가격 형성의 기준점이 되므로 두 시장은 밀접하게 연동되지만, 정제 비용·프리미엄 차이 등으로 가격에 괴리가 발생하기도 한다.

COT 보고서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가 매주 발표하는 데이터로, 헤지펀드·자산운용사·상업 참가자의 매수·매도 잔고를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시장 심리와 잠재적 변동성의 선행지표로 활용된다.


기자의 시각

최근 설탕 시장은 ’브라질 작황 우려 vs. 글로벌 공급 과잉’이라는 상반된 논리가 교차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브라질의 가뭄·고온과 투자펀드의 대규모 숏 포지션이 가격을 지지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인도·태국·브라질의 생산 회복 및 재고 확대가 상단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쇼트 커버링과 같은 기술적 요인으로 급등이 나올 경우, 펀더멘털 약세론이 재차 부각되면서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 트레이더라면 기상 데이터, 정책 변화(수출 허가·보조금), COT 포지션을 상시 모니터링하며 위험 관리에 나설 필요가 있다.

결국 2025/26 시즌 글로벌 잉여분이 현실화될지, 혹은 브라질·인도의 기상 리스크가 공급망을 얼마나 흔들지에 따라 가격 방향성이 결정될 전망이다. 당분간은 단기 박스권 변동성을 전제로 한 스프레드·옵션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