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달러 아래로 떨어진 루시드 주식, 지금이 매수 적기일까

KEY POINTS

• 고급 전기차(EV) 제조사인 루시드 그룹(Lucid Group)의 주가는 사상 최고치 대비 약 97% 급락했다.
• 공급망 병목 현상과 치열한 경쟁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 밸류에이션만 보면 저평가 구간으로 보이지만, 섣부른 매수는 위험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 10월 26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미 증권거래소 나스닥(NASDAQ)에 상장된 루시드 그룹(티커: LCID)의 현재 주가는 20달러 아래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는 2021년 7월 26일 SPAC(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 합병을 통해 상장했을 때 기록했던 첫날 종가 25.24달러, 그리고 같은 해 11월 기록한 장중 최고가 57.75달러 대비 90% 이상 급락한 수준이다.

주목

루시드는 지난달 1대10 (주식 10주를 1주로 병합) 리버스 스톡 스플릿(reverse stock split)을 단행했다. 만약 해당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면 현 주가는 2달러 이하로 떨어졌을 것이란 계산이 가능하다. 역(逆)분할 이후에도 투자자 신뢰 회복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월가의 평균 목표주가 23.43달러와 현 시세 간의 괴리를 근거로 ‘저평가’ 의견을 내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1. 루시드가 주목받았던 이유

상장 초기 루시드는 여러 요인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첫째, 테슬라 모델 S 개발을 총괄했던 피터 로린슨(Peter Rawlinson) 전 테슬라 수석 차량 엔지니어가 CEO로 합류했다는 점이다. 둘째, 회사 측은 2022년 2만 대, 2023년 4만 9천 대, 2024년 9만 대를 생산·인도하겠다는 공격적 가이던스를 제시했다. 셋째, 2021년 10월 첫 세단 모델 ‘에어(Air)’의 고객 인도가 시작되면서 ‘테슬라 대항마’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루시드 에어 퓨어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공급망 병목, 원자재 가격 상승, 금리 인상, 전기차 보조금 축소, 그리고 완성차 업계의 치열한 경쟁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실제 인도 실적은 2022년 4,369대, 2023년 6,001대, 2024년 1만 241대로 목표치에 훨씬 못 미쳤다. 올해 2월에는 로린슨 CEO가 자리에서 물러나며 경영 공백 문제가 불거졌고, 새 CEO는 아직 선임되지 않았다.

주목

2. SPAC과 리버스 스플릿, 용어 설명

SPAC은 ‘특수목적 인수회사’로, 비상장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먼저 상장한 뒤 피인수 기업을 합병해 우회상장을 돕는 구조다. 빠른 상장과 자금 조달이 가능하지만, 실적 검증이 부족한 상태에서 상장되는 경우가 많아 투자 위험이 크다.

리버스 스플릿(reverse stock split)은 유통주식을 특정 비율로 줄여 1주당 가격을 높이는 조치다. 주가 부양과 상장 요건(최저가 유지) 충족, 기관투자가 유치 등을 위해 단행된다. 그러나 기업 가치 자체를 높여주지는 않기 때문에, 근본적인 성장 가능성과 재무 건전성을 함께 살펴야 한다.


3. 매수자(불(Bulls))의 논리

루시드 낙관론자들은 다음 세 가지를 핵심 근거로 제시한다.

① 신차 효과: 올해 봄 두 번째 모델인 ‘그래비티(Gravity)’ SUV 출고가 본격화됐다.
② 로보택시 진출: 7월 우버(Uber), 자율주행 기술기업 누로(Nuro)와 파트너십을 맺고 향후 6년간 그래비티 기반 자율주행 택시 2만 대를 미국 전역에 공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③ 사우디 자본: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가 지분 60% 이상을 보유, AMP-1(미국 애리조나)·AMP-2(사우디 지다) 생산시설 확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루시드는 2026년 5만 달러 미만의 보급형 SUV ‘어스(Earth)’ 출시 계획도 밝혔다. 또한 사우디 정부가 2023년 체결한 10년간 10만 대 구매 계약 이행이 지속되면 판매 기반이 한층 공고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컨센서스에 따르면, 2024년 매출 8억 800만 달러에서 2027년 48억 7천만 달러까지 연평균 82%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업손실도 같은 기간 30억 6천만 달러에서 17억 9천만 달러로 축소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시가총액 91억 달러, 2026년 예상 매출 대비 2.4배에 불과한 밸류에이션은 테슬라(13배)와 비교할 때 매력적으로 보인다. 최근 6개월간 내부자들이 순매수에 나선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4. 비관론자(곰(Bears))의 시각

비관론은 ‘규모의 경제’ 달성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테슬라는 2013년 2만 2,442대에서 2024년 179만 대로 인도를 급증시켰지만, 당시 전기차 시장은 초기 단계였고 연방 세액공제 등 정책적 지원을 받았다.

반면 루시드는 이미 포화된 시장에서 고급 가격대를 유지하며 경쟁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연방 보조금이 축소됐고, 이른바 Big Beautiful Bill 통과로 세액공제도 종료됐다. 이로 인해 소비자 가격 저항이 커졌다.

만약 루시드가 생산 규모를 빠르게 확대하지 못하면, 막대한 자본 지출과 주식 기반 보상비용으로 인한 지속적 자금 소모(캐시번)를 피하기 어렵다. 추가 증자(유상증자·전환사채 등)로 주주가치 희석도 우려된다. 또한 새 CEO 선임이 지연될 경우, 중·장기 전략 수립이 표류할 가능성도 있다.


5. 기자의 심층 진단 및 전망

필자는 루시드의 기술력과 디자인 경쟁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404마일(약 650km)에 달하는 EPA 인증 주행거리, 900V 전기 아키텍처에 기반한 초고속 충전 시스템은 업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생산·판매·서비스 네트워크 전반에 걸친 운영 효율화는 여전히 과제다.

단기 관전 포인트는 11월 5일 예정된 3분기 실적 발표다. 루시드는 1~9월 1만 496대를 인도했으며, 연간 목표(1만 8,000~2만 대)의 중간값(1만 9,000대)을 달성하려면 4분기에 8,500대 이상을 추가 인도해야 한다. 이는 라인 증설, 부품 수급, 물류 등 복합 변수가 얽혀 있는 만큼 쉽지 않은 허들이다.

밸류에이션 측면에서 테슬라와 단순 비교해 ‘저렴하다’고 판단하기에는 위험 변수가 너무 많다. 특히 주당순손실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방어적 투자’보다는 ‘공격적 베팅’에 가깝다. 따라서 보수적 투자자는 최소한 향후 두 분기 연속 생산·판매 가속화 추세가 확인되기 전까지 관망, 혹은 분할 매수 전략이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6. 결론: “싸 보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루시드 주가는 23달러 평균 목표가 대비 할인돼 있지만, 저가 매수 전략의 핵심은 ‘방어적 마진(margin of safety)’이다. 공급망 개선, 영업손실 축소, CEO 리더십 공백 해소 등 최소 3가지 요소가 확인돼야 투자 리스크가 크게 낮아질 것이다. 이렇듯 단기 급등 가능성보다 중·장기 안정성이 더 중요한 투자자라면, 11월 실적 발표 후 구체적 지표를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 합리적 선택으로 보인다.


※ 이 기사는 루시드 그룹 및 관련 기업의 주식 매수를 권유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투자 결정의 책임은 독자 본인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