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AI 탓으로 5만5천명 이상 해고…해고 사유로 ‘AI’를 언급한 주요 기업들

인공지능(AI)이 2025년 미국에서 5만5천명에 가까운 해고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연초부터 기업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잇따르는 가운데, 다수의 대기업들이 인공지능을 해고·조직 재편의 핵심 이유로 밝히며 노동시장 변화를 촉발했다.

2025년 12월 2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컨설팅업체인 Challenger, Gray & Christmas는 올해 미국에서 인공지능을 해고 원인으로 직접 언급한 사례가 거의 55,000건에 달한다고 집계했다. 같은 기관의 집계에 따르면 2025년 한 해 총 117만 건의 감원이 발표되어, 이는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의 220만 건에는 못 미치지만 최근 연도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월별 동향도 뚜렷하다. 10월 미국 고용주들은 153,000건의 감원을 발표했고, 11월에는 71,000건이 넘는 감원이 집계됐다. Challenger는 11월 한 달에만 6,000건 이상이 AI를 이유로 언급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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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인건비와 운영비 절감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가운데, 물가 상승, 관세 상승 등 외부 비용 요인이 부담으로 작용해 단기적인 비용 절감 수단으로서 AI 도입과 인력 감축을 병행하는 경향이 강화됐다. 이러한 흐름은 기업들의 투자 우선순위 변경과 채용 기조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연구 결과와 해석도 해고 논쟁을 복잡하게 만든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이 11월 내놓은 연구는 AI가 이미 미국 노동시장의 11.7%에 해당하는 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며, 금융·의료·전문 서비스 등 분야에서 최대 $1.2조(약 1천조원대)의 임금 절감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해당 연구는 산업별 자동화 가능성과 비용 절감 잠재력을 정량적으로 제시하며 기업들이 AI 도입을 통해 단기적 비용구조를 개선하려는 유인을 설명한다.

그러나 AI를 해고의 ‘주된 원인’으로 보지 말아야 한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옥스퍼드 인터넷연구소의 AI와 노동 연구 조교수인 파비안 스테파니(Fabian Stephany)는 CNBC에 이전에 밝힌 대로 기업들이 AI를 ‘핑계’로 삼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팬데믹 기간에 성과가 좋았던 기업들이 과잉 채용을 했고, 이번 감원은 단순한 시장 정리(market clearance)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부 기업들은 팬데믹 기간에 상당히 과잉 채용을 했다. 최근의 해고는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관점이 없었던 인력을 정리하는 과정일 뿐이며, 이를 ‘AI 탓’으로 돌리는 것은 희생양 찾기일 수 있다.”


AI를 해고 이유로 직접 언급한 주요 기업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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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Amazon)

아마존은 10월 역사상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을 발표하며 14,000명의 법인(기업본사) 직군 감축을 단행했다. 이는 회사가 AI와 같은 핵심 영역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 위한 조직 슬림화의 일환으로 설명됐다. 아마존의 인사·기술 담당 수석 부사장 베스 갈레티(Beth Galetti)는 사내 블로그에서 “이번 세대의 AI는 인터넷 이후 가장 변혁적인 기술이며, 고객과 비즈니스를 위해 가능하면 빠르게 움직이기 위해 더 간결한 조직과 더 적은 계층, 더 많은 소유권(ownership)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최고경영자(CEO) 앤디 제시(Andy Jassy)는 올해 초 직원들에게 AI가 회사의 인력 규모를 축소시킬 것이라며 “오늘 수행되는 일부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이 줄어들고, 다른 유형의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마이크로소프트는 2025년 누적해 약 15,000명의 인력을 감축했으며, 7월에는 추가로 9,000명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CEO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는 직원들에게 보낸 메모에서 회사가 “새로운 시대를 위한 미션을 재구상(reimagine)해야 한다”며 AI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AI 시대의 권한 부여(empowerment)는 특정 역할이나 업무를 위한 도구를 만드는 수준을 넘어, 모든 사람이 스스로 도구를 만들 수 있도록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일즈포스(Salesforce)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Marc Benioff)는 9월 고객 지원 인력 중 4,000명을 줄였다고 확인했다. 베니오프는 한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9,000명에서 약 5,000명으로 줄였다. 더 적은 인력이 필요하다(I’m reduced it from 9,000 heads to about 5,000, because I need less heads)”고 발언했으며, 여름에는 AI가 회사 내 업무의 최대 50%까지 대체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IBM

IBM의 CEO 아르빈드 크리슈나(Arvind Krishna)는 5월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AI 챗봇이 몇백 명의 인사(HR) 업무를 대체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영업, 마케팅 등 더 비판적·창의적 사고가 요구되는 분야에서는 채용을 늘렸다고 덧붙였다. 11월 IBM은 전 세계 인력의 약 1% 감축을 발표했으며, 이는 최대 3,000명에 해당할 수 있다고 회사는 밝혔다.

CrowdStrike

사이버보안 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5월 전체 인력의 5%에 해당하는 약 500명을 감원한다고 발표하면서 이를 AI 때문이라고 직접 명시했다. 공동 창업자 겸 CEO 조지 커츠(George Kurtz)는 증권신고서에 포함된 사내 메모에서 “AI는 우리의 채용 곡선을 평탄화(flatten)하고, 아이디어에서 제품으로 보다 빠르게 혁신하도록 돕는다. AI는 전·후방 업무 전반에서 효율성을 주도하는 곱하기 효과(force multiplier)”라고 밝혔다.

Workday

HR(인사관리) 플랫폼 기업 워크데이는 2월에 전체 인력의 8.5%에 해당하는 약 1,750명을 감축한다고 발표했다. CEO 칼 에셴바흐(Carl Eschenbach)는 인력 감축이 AI 투자 우선순위를 두기 위한 조치이며 자원 배분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했다.


용어 설명

Challenger, Gray & Christmas는 기업의 해고·감원 공시와 업계 동향을 집계하는 미국의 인사·노동시장 컨설팅·조사 기관이다. 이 기관의 집계는 기업들이 공개적으로 밝힌 해고 이유를 기반으로 하며, AI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사례만을 집계 대상으로 삼는다.
MIT 연구는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이 실시한 학술 연구로, AI의 업무 대체 가능성과 산업별 임금 절감 잠재력을 정량적으로 분석한 것이다. 해당 연구는 특정 직무의 자동화 가능성뿐 아니라 경제적 파급효과까지 평가했다.


시장·경제적 영향 분석

단기적으로 기업들은 AI 도입을 통해 인건비를 절감하고 운영 효율을 높여 이익률 개선을 도모할 수 있다. 이는 일부 산업에서 비용 구조의 즉각적 개선을 가져오며, 기업 이익 기대치 상향으로 주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는 노동시장의 수요 구조 변화, 소비자 수요 약화, 소득 분배 악화로 인한 총수요 감소 등 부정적 효과도 우려된다. 예를 들어 고용이 줄어들면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감소해 소비가 위축될 수 있으며, 이는 기업의 매출 성장 둔화로 이어져 결국 기업의 투자 회수율을 낮출 수 있다.

또한 AI 도입은 특정 직무의 임금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어 고숙련 인력과 저숙련 인력 사이의 임금 격차를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 정책적 측면에서는 재교육(리스킬링) 프로그램, 사회 안전망 강화, 근로시간·임금 구조에 대한 재검토 등이 요구된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AI 수혜 기업과 AI에 취약한 전통 산업 간의 밸류에이션(valuation) 재평가가 진행되며, 이는 섹터별 자금 흐름을 재편하는 요인이 될 것이다.


전망

기업들이 AI를 통한 효율화 기조를 지속하는 한, 특정 업무의 자동화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다만 AI가 모든 해고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과잉 고용의 정리, 비용 절감 필요성, 전략적 재배치 등 복합적 요인이 결합된 결과로 보아야 한다. 향후 노동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기업의 AI 도입 속도 조절과 함께 정부·산업계 차원의 재교육 정책,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병행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