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8월 소비자물가가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하며 인플레이션 재가열 조짐이 뚜렷해졌다. 이는 7월(2.7%)보다 0.2%p 높은 수치이며, 2025년 1월 이후 가장 빠른 상승 속도다.
2025년 9월 11일, CNBC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 노동통계국(BLS)이 발표한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식료품·전기요금 등 필수 지출 항목뿐 아니라 관세 여파가 반영된 의류·가구 등 실물 상품 가격이 동반 상승한 결과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 핵심 지표 및 배경
미국 CPI는 소비재·서비스 8만 여 종 가격 변동을 추적해 인플레이션 흐름을 파악하는 대표 지표다. 여기서 전년 대비 2.9% 상승은 연준(Fed)의 장기 목표인 2%를 상당 폭 웃도는 수준으로, 시장·정책 당국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한다.
2. “불편할 정도로 높은 인플레이션”
“인플레이션이 불편할 정도로 높아졌으며 더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다.” – 마크 잔디(Mark Zandi), 무디스 수석이코노미스트
잔디는 앞으로 6~12개월 동안 인플레이션이 추가로 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향후 통화정책 결정에 ‘고육지책’을 강요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경계심을 자극한다.
3. 관세가 끌어올린 실물 상품(core commodities) 물가
관세 정책은 8월 물가 상승의 핵심 동인으로 지목된다. 전년 동월 대비 핵심 재화 가격은 1.5% 상승해 2023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팬데믹 이전을 포함해도 2012년 이후 가장 빠른 속도다.
웰스파고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사라 하우스(Sarah House)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한 대규모 관세가 1940년대 이후 최대 수준”이라며 “특히 의류·가전·레저용품 등에서 상승 압력이 두드러진다”고 설명했다.
실제 의류 가격은 5월 -0.9%에서 8월 0.2%로 상승 전환 후 3개월 연속 오름세다. 잔디는 “Tariffs are all over the apparel prices”라며 대(對)아시아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류 부문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밝혔다.
4. 식료품·전기 요금도 ‘스티커 쇼크’
8월 식료품 물가 상승률은 2.7%로 7월(2.2%) 대비 확대됐고, 2023년 8월 이후 최고치다. 커피·과일·채소·육류 등에서 관세 및 공급 제약이 함께 작용했다.
“과일·채소 가격은 2020년 1월 이후 최대폭 상승했고, 육류·가금·생선·계란도 소비자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다.” – 블랙록 아메리카 투자전략가 가르기 초드후리(Gargi Chaudhuri)
전기요금 역시 전년 대비 6% 이상 급등했다. 잔디는 “데이터센터의 폭발적 증가가 전력 수요를 밀어올렸다”고 분석했다.
5. 서비스 물가 디스인플레이션 ‘정체’
서비스 부문 인플레이션은 둔화세가 멈췄다. 하우스는 “향후 수개월간 서비스 물가가 발목을 잡을 것”이라 전망했다. 항공료는 전월 대비 6% 가까이, 호텔·모텔 숙박료는 3% 가까이 상승해 여행 수요 회복과 맞물렸다.
6. 연준의 난제: 금리 인하 vs. 물가 안정
노동시장이 빠르게 식으면서 임금 상승 압력이 완화되고 있다. 연준은 다음주 정책회의에서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지만, 이는 물가를 자극할 위험을 내포한다.
“경제 붕괴를 막으려면 금리를 내려야 하지만, 그 결과 인플레이션이 고착화될 수 있다.” – 잔디
7. 전문 용어·법령 설명
① 국제비상경제권법(IEEPA)은 미국 대통령이 국가안보·외교 목적상 경제 제재나 관세 부과 등 긴급 조치를 할 수 있도록 한 1977년 제정 법률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을 근거로 광범위한 관세를 부과했고, 11월 연방대법원 심리가 예정돼 있다.
② 핵심 재화(Core Commodities)는 식료품·에너지를 제외한 재화를 의미한다. 변동성이 큰 두 부문을 제외함으로써 근원적 인플레이션 압력을 파악하는 지표다.
8. 향후 전망 및 시사점
전문가들은 관세가 추가 철회되지 않을 경우 실물 상품 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본다. 반면, 노동시장 냉각은 서비스 부문 가격을 일정 부분 눌러줄 수 있다. 결국 관세 정책 방향·에너지 수급·연준 결정이 물가 경로를 가를 핵심 변수다.
기자는 물가상승이 소비·투자·통화정책 전반에 미칠 복합적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특히 관세로 재차 부각된 ‘비용 인상형 인플레이션’이 구조화될 경우, 긴축과 경기 부양 간 정책 균형점 찾기가 한층 어려워질 전망이다.
출처: 미국 노동통계국(BLS), 웰스파고, 블랙록, CNB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