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시장 총결산: 금 급등·골디락스·달러 약세가 남긴 교훈

런던발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많은 투자자들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등장이 세계 최대 경제국의 정치를 바꿀 것이라는 점을 예상했지만, 2025년 자본시장에 닥친 변동성의 규모와 최종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극적이었다.

2025년 12월 31일, 로이터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올해 세계 주식시장은 4월의 이른바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 충격으로 급락한 뒤 회복해 연간 21% 상승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7년 중 6번째로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한 해였다. 그러나 주식 외 다른 자산군에서는 더 큰 이변들이 속속 나타났다.

은 전통적 안전자산으로서의 지위를 재확인하며 올해 거의 70% 급등해 1979년 석유위기 이후 최대 연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반면 미국 달러는 연간 약 10% 약세를 보였고, 국제 유가는 약 17% 하락했다. 그런데 회사채 중 가장 등급이 낮은 이른바 ‘정크 본드’의 일종은 채권시장에서 큰 폭의 상승세를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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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대표적 기술 대형주 일곱 개로 구성된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세븐(Magnificent Seven)’은 올해 일부 광채를 잃었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기대주인 엔비디아(Nvidia)는 10월에 시가총액 $5조에 달한 세계 최초의 기업이 되었지만, 이후 기술주 전반의 기세는 다소 조정됐다. 비트코인(Bitcoin)은 한때 급등 뒤 약 1/3 정도 하락하는 급변을 보이기도 했다.

이 분야에서 활동하는 더블라인(DoubleLine)의 펀드매니저 빌 캠벨(Bill Campbell)은 2025년을 “변화의 해이자 놀라움의 해“로 규정하면서 주요 변동 요인들이 모두 무역전쟁, 지정학적 리스크, 부채 문제 같은 동일한 지각변동 요인들에 얽혀 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가 매우 강경한 무역정책을 도입하고 그 순서를 이렇게 배치할 것이라고 미리 말해줬다면, 현재처럼 밸류에이션이 이렇게 팽팽하거나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캠벨은 말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방위 관련 메시지는 유럽 방산주에 큰 호재로 작용했다. 유럽의 안보 부담을 축소하려는 신호로 인해 유럽 무기 제조업체 주가는 연간 약 55% 급등했다. 이 영향은 유럽 은행주에 대해 1997년 이후 최고인 한 해를 만들었고, 한국 증시는 약 70% 상승해 두드러진 성과를 보였다.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였던 베네수엘라 채권은 거의 100%에 달하는 수익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귀금속 가운데 은과 백금은 각각 약 165%, 145%의 놀라운 상승률을 기록했다.

채권시장에서는 미국의 세 차례 금리 인하 기대, 트럼프의 연준(Federal Reserve) 비판, 그리고 전반적인 부채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재정지출 계획은 3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을 5월에 5.1% 선까지 밀어 올려 2007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게 했고, 이후 4.8% 수준으로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장단기 금리의 격차, 즉 은행들이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a)’이라 부르는 지표의 재확대는 불안을 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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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30년물 금리도 사상 최고 수준으로 회귀했고, 전 세계 채권시장 변동성은 오히려 최근 4년 중 최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한편 현지 통화 표시 신흥국 채권(local-currency EM debt)은 2009년 이후 최고 실적을 냈다.

AI 투자도 부채 확장과 연결돼 있다. 골드만삭스는 대형 AI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들이 올해 거의 $4,000억를 지출했고 내년에는 약 $5,300억을 지출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기서 하이퍼스케일러란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AI 인프라를 운영하는 초대형 클라우드·IT 기업들을 말한다.


달러 약세와 통화별 성과

달러의 약세는 유로화를 연간 약 14% 상승시키고, 스위스 프랑을 14.5% 끌어올렸다. 중국 위안화는 달러당 7위안을 돌파했고, 12월의 엔화 약세로 인해 연간으로는 거의 평탄한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의 러시아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과의 재접촉은 루블을 약 40% 급등시키는 데 기여했으나, 제재로 제약을 받는 점이 여전히 존재한다. 루블의 성과는 금 생산국 가나의 세디(Cedi) 상승률 34%를 근소하게 앞섰다.

폴란드 즐로티, 체코 코루나, 헝가리 포린트는 모두 약 15~20% 강세를 보였고, 대만 달러는 5월 단 이틀 만에 8% 뛰었다. 멕시코 페소와 브라질 헤알(본문에서는 ‘peso’로 표기된 것이 혼동을 주었음)은 무역전쟁 우려에도 불구하고 두 자릿수 상승을 기록했다.

“우리는 이것이 단기 현상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J.P.모건의 신흥국(EM) 채권 전략 연구 책임자 조니 굴든(Jonny Goulden)은 말했다. 그는 14년간 지속된 EM 통화의 약세 사이클이 여기서 전환되었다고 진단했다.

아르헨티나는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사례다. 하비에르 미레이(Javier Milei) 대통령은 9월 지역선거에서 큰 패배를 당하며 시장이 타격을 받았으나, 이후 트럼프의 $200억 지원 약속으로 전국 단위의 중간선거에서 큰 폭으로 반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암호화폐 분야에서는 트럼프가 밈코인(memecoin)을 출시하고 바이낸스 창업자 창펑 자오(Changpeng Zhao)에 대한 대통령 사면이 이뤄졌다. 비트코인은 10월에 사상 최고치인 $125,000를 넘어섰다가 급락해 $88,000까지 후퇴했으며, 연말에는 약 7% 하락으로 마감할 것으로 보인다.


다가오는 불확실성

2026년 초반도 조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트럼프는 이미 11월 중간선거를 준비 중이며, 곧 연준 의장을 지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인사는 중앙은행의 독립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자들은 중국 경제의 지속 가능성 여부를 주시할 것이며, 이스라엘은 10월 말 이전에 총선을 치를 예정이다. 이는 가자지구의 불안한 휴전에 초점을 계속 맞추게 할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은 여전히 난제이며, 헝가리의 빅토르 오르반 총리는 4월 중 가장 어려운 선거를 앞두고 있다. 콜롬비아와 브라질은 각각 5월과 10월에 중대한 선거를 치러 정치적 불확실성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AI와 관련된 수많은 미지수들이 존재한다.

데이터·마켓 인텔리전스 업체 사토리 인사이트(Satori Insights)의 창립자 맷 킹(Matt King)은 시장의 밸류에이션과 관련해 “이미 우리는 완만치 않은 상태에서 밸류에이션의 한계점에 도달하고 있을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트럼프와 같은 지도자들이 경기 부양이나 감세를 빌미로 유권자에게 돈을 공급할 구실을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완화적 통화정책이 해낼 수 있는 범위의 한계를 밀어붙이고 있는 지속적 위험을 가지고 있다”

맷 킹은 이미 채권시장에서의 기간 프리미엄 확대, 비트코인의 급락, 금 랠리의 지속 등에서 금방이라도 균열이 생길 징후가 보인다고 덧붙였다.


전문적 해설 및 향후 시나리오(분석)

첫째, 의 대폭 상승은 실질금리(명목금리에서 물가상승률을 뺀 수치) 하락, 달러 약세, 지정학적 불안의 결합된 결과다. 단기적으로는 추가적인 피난처 수요가 금 가격을 지지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금은 실물 수요와 중앙은행 매수, 달러 강·약의 상호작용에 민감하므로, 향후 미국의 금리정책과 통화공급 변화가 금값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둘째, 채권시장에서는 장단기 금리차의 재확대(기간 프리미엄 상승)가 금융기관의 수익성에 혼란을 주거나, 장기 투자 수요를 위축시킬 수 있다. 특히 30년물 국채 수익률의 등락은 부동산, 연금 적립, 보험사의 자산·부채 관리(ALM)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셋째, 통화 전환—달러 약세와 신흥국 통화의 강세는 미국 수입비용을 상대적으로 낮추지만, 달러 표시로 부채를 보유한 신흥국에게는 환율 환경 개선으로 포지션을 개선시킬 수 있다. 반면 달러 약세가 장기화될 경우 외국인 자금의 흐름, 원자재 가격, 그리고 국내 통화정책 대응에 복합적 압박을 가할 수 있다.

넷째, AI 투자와 관련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의 대규모 지출은 단기적으로는 기업들의 설비투자를 확대시키고 관련 장비(반도체, 데이터센터 장비) 업체에는 즉각적인 수혜를 제공한다. 그러나 이들 투자가 생산성 증가로 연결되지 않거나 과도한 부채 축적로 귀결되면 중장기적으로 거품 위험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향후 정치 이벤트(미국 연준 의장 지명, 각국 선거 등)와 지정학적 리스크는 전통적 상관관계들을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투자자들은 단기적 뉴스 플로우에 급격히 반응할 수 있으므로, 리스크 관리(포트폴리오 다각화, 헤지 전략, 유동성 확보)가 중요해질 것이다.

용어 설명

기간 프리미엄(term premia): 채권의 장기수익률이 단기수익률보다 높게 형성되는 원인 중 하나로, 투자자가 장기 채권 보유에 대해 요구하는 추가 보상이다. 기간 프리미엄이 확대되면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상대적으로 높아져 금융시장의 구조적 부담을 의미할 수 있다.

하이퍼스케일러(hyperscalers):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를 운영하며 인공지능 처리능력에 막대한 투자를 하는 초대형 기술기업들(예: 대형 클라우드 제공사나 글로벌 IT기업)을 지칭한다.

밈코인(memecoin): 소셜미디어와 밈 문화를 기반으로 급격히 인기를 얻는 암호화폐의 한 종류로, 통상 실용적 사용가치보다는 커뮤니티와 유행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결론

2025년 자본시장은 지정학적 변화, 통화정책 논쟁, 대규모 구조적 투자(특히 AI)와 맞물려 복합적이고 동시다발적인 변동 양상을 보였다. 투자자는 금리, 환율, 지정학, 선거 일정 등 거시적 변수들에 대한 시나리오별 대응책을 마련하는 동시에, 자산배분과 리스크 관리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할 시점이다. 향후 12~18개월은 정책 결정과 정치 이벤트에 따라 자산별 등락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아 신중한 포지셔닝과 유동성 확보가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