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발발 이후 유가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이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발생한 에너지 쇼크와 비교되고 있다. 그러나 Capital Economics의 그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닐 시어링(Neil Shearing)은 이번 사태가 2022년과 여러 면에서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진단했다.
2026년 3월 13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시어링은 시장이 2022년의 재현을 맞이하고 있는지 여부가 명확한 쟁점이라고 지적하면서도 “유사점이 있는 동시에 시스템적으로 중요한 차이점들도 있다“고 밝혔다.
첫 번째 차이점은 지금까지 드러난 충격의 규모다. 시어링은 호르무즈 해협(Strait of Hormuz)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 해협을 통한 해상 원유 교역이 전 세계 해상 원유 교역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고, 해상 천연가스 수송의 약 5분의 1이 통과한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장기간 통제·봉쇄된다면 러시아 에너지 공급 상실이 초래한 혼란보다 더 큰 충격이 발생할 수 있다.
호르무즈 해협 설명 :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좁은 해로로, 중동 산유국의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가 아시아·유럽 방향으로 수송되는 핵심 경로다. 주요 수송로가 차단되면 선박 회피에 따른 운송비 상승, 대체 경로 확보의 물리적 한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에너지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을 크게 높일 수 있다.
다만 현재 시장 반응은 비교적 제한적이었다. 국제 유가는 한때 배럴당 $120 근처까지 급등했으나 이후에는 배럴당 중반 $80대에서 고점 $90대 사이에서 거래되고 있으며, 천연가스 가격 상승 폭은 2022년 당시보다 훨씬 완만하다. 시어링은 금요일 보고서에서 “시장은 심각하되 단기간에 그칠 군사 작전 가능성에 베팅하는 것으로 보이며, 이는 더 온건한 거시 시나리오와 대체로 일치한다”고 썼다.
두 번째 차이점은 거시경제적 배경이다. 2022년 당시에는 노동시장이 극도로 타이트했고, 에너지 가격 상승 이전에 이미 물가상승 기대(인플레이션 기대)가 높은 상태였다. 이러한 조합은 기업들이 상승한 원가를 소비자에게 전가하기를 용이하게 만들었다. 반면 현재 주요국의 노동시장 여건은 전반적으로 더 여유가 있으며 물가상승 기대도 하향하는 추세다. 시어링은 이 때문에 “기업들이 비용 상승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있는 여건이 2022년보다 훨씬 불리하다“고 설명했다.
정책(통화정책) 환경의 차이도 중요한 변수다. 2022년의 충격이 발생했을 때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기준금리는 거의 0% 수준이거나 유로존에서는 마이너스인 상황이어서 각국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대응에서 시작점이 매우 느슨했다. 결과적으로 에너지 가격 급등은 중앙은행들을 기습적으로 압박했고,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반면 지금은 유로존의 정책금리가 중립 수준에 더 가깝고, 미국과 영국의 금리는 중립보다 다소 제약적인(경직성 있는) 수준에 있어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 상태에서 출발하던 2022년과는 상황이 다르다.
‘2022년에는 중앙은행들이 에너지 충격을 맞아 뒷발을 잡혔고, 단지 정책을 중립 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도 공격적인 긴축을 단행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 닐 시어링
시어링은 또한 정책적 교훈을 제시했다. 지난 위기에서 광범위한 에너지 보조금은 극히 비용이 많이 들었고, 이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만 사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가능하면 지원은 가장 취약한 가구에 표적화되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현재 시장은 앞으로 몇 달 내 예고됐던 금리 인하 기대를 이미 가격에서 배제한 상태이며, 시어링은 이를 대체로 적절한 조치로 평가했다. 다만 다시 금리를 인상할 문턱은 여전히 높다.
그는 금리가 이미 중립 수준에 근접해 있고 노동시장이 여유가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처럼 훨씬 크고 지속적인 충격이 발생하지 않는 한 추가적인 금리 인상 사이클이 촉발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향후 전망과 시나리오별 영향 분석
이번 사태의 향후 전개는 크게 두 가지 시나리오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군사적 교전이 단기간 내 봉합되어 공급 차질이 제한적으로 끝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현재 관찰되는 바와 같이 유가는 일시적 스파이크를 보이되 소비자물가와 근원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 중앙은행 입장에서는 이미 통화정책을 긴축 쪽으로 조정한 상황이어서 즉각적이고 추가적인 긴축 필요성은 낮다.
둘째, 호르무즈 해협의 부분적·완전한 장기 봉쇄나 광범위한 해상 운송 차질로 이어지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유가와 LNG 가격의 구조적 상승이 지속되며, 제조업 원가와 수송비 상승을 통해 광범위한 물가 상승 압력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면 기업의 비용 전가 압력이 높아지고 노동시장 회복 여부에 따라 임금-물가 연쇄가 재개될 위험이 있다. 이런 상황은 중앙은행이 추가적인 긴축(금리 인상) 카드를 재검토하도록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금융시장 측면에서는 단기 충격이 확대될 경우 국채 금리(수익률) 상승, 주가 변동성 확대, 에너지·원자재 섹터 내 리스크 프리미엄 확대가 나타날 수 있다. 반대로 충격이 단기간에 진정되면 시장은 빠르게 안도 랠리를 보일 수 있으며, 위험자산 자금흐름도 회복될 여지가 있다. 정책 당국의 선택지는 대응의 속도와 표적성에 따라 시장과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크게 달라진다.
실용적 시사점: 투자자·기업·가계는 에너지 가격 리스크를 단기·중기적으로 분리해 점검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유가·천연가스의 급등락에 따른 현금흐름 압박을 대비하고, 중기적으로는 대체 에너지원 확보와 에너지 효율성 개선, 계약·공급망 재조정 등 구조적 대응책을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책 당국은 광범위한 보조금을 통한 즉각적 완화 대신 취약계층 대상 표적 지원과 함께 통화정책의 신축성을 유지하는 것이 비용효율적이라는 점이 재확인된다.
결론적으로, 닐 시어링의 분석은 이번 에너지 충격이 2022년의 충격과 표면적으로는 유사하게 보일 수 있으나, 충격의 규모·거시적 배경·통화정책의 출발점이 달라 중앙은행과 정책당국의 대응 경로가 다를 가능성이 높음을 강조한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장기 봉쇄 여부가 향후 정책 기조와 시장 반응을 가르는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