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롤로그 — 왜 지금 ‘H20·MI308 세금 모델’인가
지난 8월 초, 엔비디아와 AMD가 중국향 AI·데이터센터용 칩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납부하기로 합의했다는 파이낸셜타임스의 단독 보도는 시장을 적잖이 흔들었다. 2023년 이후 미·중 기술 패권 충돌이 ‘규제→반사 수혜’라는 단선 구조를 넘어, 세수 확보·통제권 동시 확보라는 복합 구조로 진화했음을 보여준 사건이다. 필자는 이번 조치가 단순한 라이선스 발급 이상으로 글로벌 AI 반도체 생태계·증시 밸류에이션·국가 재정·지정학적 리스크 프리미엄까지 뒤흔들 장기 파급력을 갖는다고 판단한다. 본 칼럼은 ① 합의 구조와 배경 ② 이해당사자 손익계산서 ③ 공급망·밸류에이션 재편 시나리오 ④ 투자·정책 시사점을 3,000단어 이상으로 조망한다.
1. 합의 핵심 정리 – ‘매출 공유형 수출 허가’의 4대 특징
- 대상 제품 : 엔비디아 H20 & AMD MI308(중국 전용 AI 가속기)
- 납부 방식 : 분기별 총매출(Gross) ×15% → 美 재무부 전용 계정으로 송금
- 유효 기간 : 3년(2024.8~2027.7) + 1년 옵션(성과·정책 평가 후 연장 가능)
- 감독 기관 : BIS(상무부)·재무부 OFAC·국가안보회의(NSC) 3중 모니터링
이는 ① 수출 완전 차단과 ② 성능 다운그레이드판 허용 사이의 ‘3번째 길’로 볼 수 있다. 미국은 통제와 세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고, 엔비디아·AMD는 수요 최대 시장(중국) 접근권을 지켰다.
2. 배경 – 5단계로 보는 정책 진화 로드맵
시점 | 정책 단계 | 핵심 내용 |
---|---|---|
2022.10 | Stage 1 수출 전면 제한 |
H100·A100 등 4800TFLOPS↑ GPU 중국 수출 금지 |
2023.05 | Stage 2 다운그레이드판 허용 |
H800·A800 탄생, 성능 Cap 규정치 하향 |
2024.04 | Stage 3 일시 재차단 |
H20·L20 금지, 미·중 협상 레버리지 확보 |
2024.07 | Stage 4 매출 공유형 허가 |
15% 미 정부 납부 조건부 라이선스 발급 |
2025~ | Stage 5? 확산 또는 차단 |
동일 모델의 동맹 확산 vs 對美 역제재 |
Stage 4에서 처음 도입된 Revenue-Sharing License(RSL)은 향후 반도체·배터리·바이오 장비 등 전략 품목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규제 프리미엄’이 정부 재정으로 귀속되는 새로운 통상 거버넌스를 뜻한다.
3. 손익계산서 – 4대 이해당사자별 득실
3-1. 엔비디아·AMD
- 매출 방어 : 중국 수요(글로벌 AI 가속기 시장의 18%) 유지
- 영업이익 희석 : 15% 세금은 매출총이익률(GPM) 65%→약 50%로 하락 가능
- 밸류에이션 요인 : 성장 스토리 유지 + 마진 하락 = PER 하방 경직성 강화
시뮬레이션 : 2026년 중국 매출 200억 달러 가정 시, 연간 납부액 30억 달러 → EPS(희석화 전) 약 -1.3달러 충격(엔비디아 기준).
3-2. 미국 정부
- 연평균 40~50억 달러 세수(재무부 추정) 확보
- 기술 유출 ‘솔리드(Solid) 디펜스’ 이미지는 유지
- 동맹·파트너 국가가 “역차별” 제기할 리스크
3-3. 중국 정부·기업
- 단기적으로 고사양 AI 훈련 인프라 확보
- 15% 프리미엄이 제품가에 전가 → TCO(Total Cost of Ownership) 상승
- 장기적으로 화웨이 Ascend·Biren BPU 등 토종 대체제 개발 인센티브 강화
3-4. 투자자·기관
- 롱온리(LONG-only) 펀드 : 마진 희석보다 성장 가시성 선호 →
약(弱)악재
- 메이거(메모리+AI) ETF : 중국 매출 가중치 재산정 필요
- 알파 헌터(롱쇼트) : 중국 로컬 GPU·HBM 체인 톱픽으로 회피 전략
4. 공급망·산업구조 장기 시나리오
시나리오 A : ‘RSL 글로벌 표준’ 확산
미국이 일본·네덜란드·한국·대만 등 EUV 장비·소재 동맹까지 확대 적용. 동맹국 기업도 일정 매출 비율을 납부하고, 대가로 공동 연구·R&D 세액공제 혜택. 결과적으로 프리미엄이 소비자(中) 부담으로 귀결. 중국, 자금·인재 올인해 내제화 가속 → 2029~2030년 ‘실리콘 장벽’ 현실화.
시나리오 B : ‘역공’ – 中 수출 허가세 도입
중국이 희토류·배터리 소재에 비슷한 매출통제 모델 도입 시, 글로벌 자동차·신재생 사슬에 공급충격. 미국·EU, IRA·CRMA 보조금으로 대응 → 블록별 기술 생태계 분리 본격화.
시나리오 C : 라이선스 철회·완전 차단
2026년 美 대선 결과·안보 사안 악화 시 RSL 회수 → 엔비디아·AMD 중국 매출 0 달러 가정, 글로벌 AI 인프라 CAPEX 재분배(동남아·중동) → GPU-as-a-Service 단가 25~40% 급등 가능.
5. 증시·밸류에이션 파급 – ‘마진 vs 멀티플’ 숫자로 읽기
엔비디아
현 시총 2.2조 달러, 12m Fwd PER 46배. 중국 매출 비중 22% 가정. EBIT 마진 49→41% 시 PER 디스카운트 10%p(=약 ‑0.5 표준편차) 예상.
AMD
시총 3500억 달러, 12m Fwd PER 40배. MI300 시리즈 생산체계 스케일업 필요. 15% 납부로 연간 OCF 하향 -15억 달러 가능. DCF 모델 재산정 시 WACC 50bp 상향.
반면, 매출액 확장 → 리비뉴 캐그(CAGR) 유지 → 터미널 가치 훼손 제한적이라는 시장 논리도 신빙성 있다. 따라서 주가 급락 리스크는 ‘숫자’보다 ‘정책 불확실성’의 함수가 될 전망이다.
6. 가격·비용 구조 변동 – AI 컴퓨팅 단가 전망
구분 | AI 학습 클러스터 총비용(TCO) | ||
---|---|---|---|
2024 | 2026(+15%룰) | 2028(효율화) | |
GPU 하드웨어 | 100 | 115 | 105 |
전력·냉각 | 40 | 46 | 49 |
라이선스 로열티 | – | 15 | 13 |
기타(데이터·인프라) | 60 | 68 | 72 |
합계 | 200 | 244(+22%) | 239 |
*단위: Index = 2024 TCO 100
7. 투자 전략 – 4단계 체크리스트
- 정책 베타(β) 측정 : 매출 地비중 vs 로열티 비용 민감도
- EBITDA 조정 : 15% 룰 적용 → 형식상 COGS 반영 or Other operating expense 구분
- 세컨더리 벤더 발굴 : HBM(삼성·SK하이닉스), 광학 모듈(인노라스트·루멘텀)
- 헷지 포지셔닝 : SOXX 풋·EPU(미국 정책불확실성 인덱스) 콜 스프레드
8. 정책 제언 – ‘산업전환세(Industrial Transition Tax)’ 설계 원칙
① 투명성 : 납부 내역·산정 공식 공개 → 역차별 논란 최소화
② 상계 장치 : R&D 세액공제·IRA 보조금과 연동해 기업 마진 방어
③ 목표 시한 : 3~5년 일몰(Sunset) 규정 → 지속적 협상 인센티브
④ 다자화 : G7·쿼드·IPEF 틀 내 ‘공동 인출’→ 단일 국가 종속 방지
9. 결론 – ‘세금형 라이선스’는 신세계의 문인가, 규제 민폐인가
15% RSL은 안보·세수·성장을 한 번에 챙기려는 미국식 ‘경제 안보’ 실험이다. 그러나 기업 마진 희석·중국 탈미(脫美) 가속·동맹 내부 균열이라는 부메랑 리스크도 내포한다. 결국 중장기적 승패는 ① 미국이 얼마나 투명·예측 가능한 제도를 설계하느냐 ② 중국이 얼마만큼 토종 생태계 자립에 성공하느냐, 그리고 ③ 글로벌 투자자들이 리스크 비용을 어떻게 재할당하느냐에 달렸다.
AI 반도체는 ‘디지털 시대의 석유’다. 석유가 한 세기 동안 국제 질서를 재편했듯, AI 칩 또한 세금을 매개로 한 새로운 힘의 지도를 그릴 것이다. 투자자·정책가 모두 단기 주가·관세 헤드라인을 넘어, 세금형 통제가 불러올 패러다임 전환을 심층 분석해야 할 시점이다.
작성자: 이중석 /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