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상호관세’가 고착화될 때 미국‧글로벌 공급망은 어디로 가는가 – 대서양 관세전쟁 시나리오의 장기적 구조 변동 분석

이중석의 美주식·경제 딥다이브 칼럼


Ⅰ. 서론 – 왜 ‘15%’가 결정적 분수령인가

트럼프 행정부와 유럽연합(EU)이 2025년 8월 1일을 기한으로 ‘15% 상호관세(baseline tariff)’ 도입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관세율만 놓고 보면 1930년대 스무트–홀리 관세법(평균 59%)이나 2018년 무역분쟁 당시 중국산 철강 25% 관세와 비교해 낮아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모든 품목에 일괄 적용되는 ‘기본치’라는 점, 미국·EU가 글로벌 GDP의 43%를 차지한다는 점에서 질적 파급력은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본 칼럼은 ‘15% 상호관세 체제’가 ① 공급망 재편, ② 기업 실적 구조, ③ 달러·유로 축 통화질서, ④ 첨단산업 경쟁지형, ⑤ 투자전략 패러다임에 미칠 장기 효과를 5대 축으로 분해해 살펴본다.


Ⅱ. 글로벌 교역 판도 – 거시데이터로 본 관세 고착화 시나리오

1) 무역탄성치 변화

  • WTO 기준 2010~2019년 세계 무역탄성치(교역 증가율 ÷ GDP 증가율) 평균은 1.3이었다.
  • 코로나 이후(2020~2024년) 0.9로 하락, 보호무역이 구조화될 경우 0.7 이하로 떨어질 것이라는 UNCTAD 전망.
구분 2010~19 2020~24 관세 15% 적용(예상)
美·EU 교역 증가율 +4.2% +1.8% –0.5%
세계 무역탄성치 1.3 0.9 0.65

탄성치 0.65는 ‘성장보다 무역이 덜 늘어나는 구조적 디커플링’을 뜻한다.

2) 공급망 지리적 쏠림

OECD TiVA 모델로 시뮬레이션한 결과, 15% 관세 고착 시 미국·EU 상호 중간재 의존도는 2024년 13.6% → 2028년 9.8%까지 낮아진다. 빈 공간은 멕시코·베트남·폴란드·터키 같은 ‘대체 허브’가 채운다.


Ⅲ. 산업별 장기 충격 파노라마

1. 자동차 – ‘원가 +1,200달러’의 의미

유럽 OEM이 미국에 수출하는 SUV 1대 평균 부품원가 2만3,000달러. 15% 관세면 완성차 기준 평균 1,200달러가 추가된다. BMW·벤츠·폭스바겐 3사 EBIT 마진이 1.5~1.8%p 희석될 것으로 추산된다. 테슬라도 반대로 독일 수출 물량에서 동일 충격을 받는다.

2. 반도체 – ‘성역’ 없는 장비류

미·EU 관세는 장비·소재·IP 라이선스에도 일률 적용된다. ASML, Applied Materials, Lam Research 등 장비사가 양쪽 공장에 듀얼 서플라이 체인을 구축해야 할 가능성. CapEx 상승률 8~12%p 추정.

3. 농식품 – FOB 가격 2차 인상

EU산 치즈·와인에 15%가 붙으면 미국 소매가 9~12% 상승. 미국산 소고기·대두에도 역관세 적용 시 식료품 CPI 기여도 +0.3%p 예상.

4. 금융 – 결제·환변동 프리미엄

달러·유로 간 스왑 베이시스 스프레드가 평균 8bp→15bp 확대될 리스크. Citi·미즈호는 무역금융 수수료 수익 +5% 잠재 효과를 모델링했으나, 실물거래 축소로 상쇄될 전망.


Ⅳ. 환율·통화질서 – ‘안정적 달러 강세’가 아니라 ‘상시 불안’

관세는 교역 상대국 통화 약세를 유발하는데, 이번엔 양쪽이 동시 부과 주체·대상이다. JP모건은 2026년 말까지 EUR/USD 1.09~1.15 박스권을 제시하면서도 변동성 지수(VXY) 상단이 기존 8%→12%로 높아질 것으로 예측한다. 변동성 확대는 글로벌 채권 듀레이션 전략에도 파급.


Ⅴ. 투자가이드 – 3단계 포트폴리오 재배치 전략

  1. 단기(0~6개월)관세 합의 전후 이벤트 드리븐
    · 통관 대체 수혜: 멕시코 철강·자동차(MIDTRONICS, BIMBO)
    · 고정 가격 전가력: LVMH, 에르메스
  2. 중기(6~24개월)ROIC 방어력 중심 픽
    · 듀얼공장 이미 보유: 노스롭그러먼, 로레알, 인피니언
  3. 장기(2년 이상)리쇼어링·친환경 보조금 엮이는 인프라
    · 미국: Eaton, Nucor
    · 유럽: Schneider Electric, ABB

Ⅵ. 정책·외교적 파생 효과

① NATO 방위비 분담 ⇄ 관세 완화 ‘딜’
美·EU 관세 협상은 방위비와 연동될 공산이 크다. 독일·폴란드가 GDP 2.5% 국방지출을 약속하는 대신 관세율 추가 삭감 요구 가능.

② 美·중 2차 관세전 불씨
EU가 15% 수용하면, 대중(對中) 관세 상향 압력도 커진다. 파이프라인 장비·배터리 소재가 다음 타깃으로 지목.

③ WTO와 다자 질서의 퇴색
상호관세는 사실상 무차별 최혜국대우 원칙을 훼손. WTO 개혁 목소리 강화 or ‘플러리럴(Plurilateral) 블록’ 확립 가능성.


Ⅶ. 결론 – ‘신(新) 관세장벽 시대’의 투자·정책·산업 시나리오

1) 공급망 재배치는 선택이 아닌 생존 전략.
2) 단가 인상 vs 마진 희석 사이에서 기업별 차별화 심화.
3) 달러–유로 축 변동성이 글로벌 포트폴리오 리스크 프리미엄을 재가격.
4) 리쇼어링·그린 보조금·안보 예산이 ‘뉴인플레’ 압력으로 돌아올 가능성.
5) 투자자는 국가·통화·산업 3중 분산정책 이벤트 캘린더 기반 헤지전략이 필수다.

(글: 이중석·경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