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열풍이 월가의 엔진에 윤활유 역할을 한 지 3년 가까이 흘렀다. PwC가 ‘Sizing the Prize’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AI가 글로벌 경제에 15조7천억 달러(약 2경1천조 원) 이상의 가치를 더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전문 투자자와 개인 투자자 모두 이 거대한 트렌드에 매료됐다.
2025년 9월 13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AI 붐의 최대 수혜주로 꼽히는 엔비디아(NASDAQ: NVDA)와 팔란티어 테크놀로지스(NASDAQ: PLTR)는 주가 급등세에도 불구하고 내부자(insider) 매도라는 불편한 진실을 안고 있다. 두 회사 임원·이사 등 내부자들은 최근 5년간 총 125억 달러(약 17조2천억 원)어치를 순매도하며, 투자자들에게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엔비디아 주가는 2022년 말 이후 1,100% 넘게 뛰어 시가총액이 4조 달러에 육박했고, 팔란티어도 2023년 1월 1일 대비 약 2,500% 급등했다.
두 기업의 ‘지속 가능한 해자(競爭優位·Moat)’
월가는 경쟁 우위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엔비디아의 해자는 AI 데이터센터용 그래픽처리장치(GPU)다. ‘호퍼(Hopper)’, ‘블랙웰(Blackwell)’, ‘블랙웰 울트라(Blackwell Ultra)’ 등 최신 GPU는 기업이 AI 연산을 위해 배치하는 칩 가운데 과반을 차지한다. 경쟁사 어떤 칩도 아직 연산 능력에서 엔비디아를 넘어서지 못했다.
젠슨 황(Jensen Huang) 최고경영자(CEO)는 매년 신형 GPU를 출시하는 공격적 로드맵을 추진 중이다. 2026년 하반기 ‘베라 루빈(Vera Rubin)’, 2027년 하반기 ‘베라 루빈 울트라’가 뒤를 이을 예정이다. 여기에 쿠다(CUDA) 소프트웨어 플랫폼이 결합돼 개발자들은 엔비디아 칩의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쿠다는 고객이 한 번 엔비디아 생태계에 진입하면 쉽게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닻’ 역할을 한다.
팔란티어는 두 가지 SaaS(Software as a Service) 플랫폼이 핵심 무기다. 정부·국방 부문용 ‘고담(Gotham)’은 데이터 수집·분석을 통해 작전 계획과 운영을 지원한다. 민간 기업용 ‘파운드리(Foundry)’는 데이터 흐름을 시각화·자동화해 의사결정을 돕는다. 이들 플랫폼은 대체제가 거의 없고, 특히 고담은 미국 정부에 독점적으로 공급돼 다년 계약에 따른 안정적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한다.
그러나 완벽한 기업은 없다. 역사가 증명하듯, 혁신 기술은 초기 확산 국면에서 버블 붕괴를 피하지 못했다. 많은 기업이 아직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실질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 AI 역시 버블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내부자는 ‘팔지 않고선 못 배길’ 이유가 있는가.” – 월가 애널리스트 평가 중
125억 달러어치 내부자 순매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따르면, ‘내부자’는 임원·이사 혹은 지분 10% 이상 보유자를 말한다. 이들은 회사의 비공개 정보를 접할 가능성이 높아, 주식 거래 시 이틀 내 ‘폼(Form) 4’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최근 5년(2020.9.9.~2025.9.9.) 동안 엔비디아는 48억 달러, 팔란티어는 76억7천만 달러어치를 순매도했다. 특히 엔비디아는 지난 15개월간 매도 속도가 급격히 빨라졌다.
물론 내부자 매도가 항상 부정적 신호는 아니다. 임원 보수 상당 부분이 스톡옵션·주식보상(Stock-based Compensation)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세금 납부 목적으로 지분을 일부 처분할 수 있다. 그러나 “살 이유는 하나, 오를 것 같아서”라는 격언처럼 매수 동기는 단순하다. 눈여겨볼 대목은 다음과 같다.
엔비디아 내부자는 2020년 12월 이후 공개시장에서 단 한 주도 매수하지 않았다. 팔란티어는 2020년 9월 상장 이후 임원·이사 매수가 단 한 번뿐이었다. 젠슨 황·알렉스 카프(Alex Karp) CEO가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해도, 실제 행동은 주식 매도로 일관하고 있는 셈이다.
“지금 1,000달러를 어디에 투자할까”라는 모틀리풀(Motley Fool)의 상투적 질문도 기사에 등장한다. 해당 매체의 스톡 어드바이저(Stock Advisor) 서비스는 평균 1,056% 수익률로 S&P500(188%)을 크게 웃돌았다고 홍보한다. 그러나 이번 ‘톱10 추천주’ 명단에 엔비디아는 포함되지 않았다. 서비스는 2004년 넷플릭스, 2005년 엔비디아 추천 사례를 들며 “놓치지 마라”고 외친다.
알아두면 좋은 용어 설명
GPU : 그래픽처리장치로, AI 연산에 최적화된 병렬 컴퓨팅 칩이다.
CUDA :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병렬 컴퓨팅 소프트웨어 툴킷. 개발자가 GPU 성능을 극대화할 수 있다.
SaaS : 클라우드 기반 소프트웨어를 구독 형태로 제공하는 방식.
Form 4 : SEC가 내부자 주식거래를 공시하도록 요구하는 서류.
Insider : 회사 내부 정보에 접근 가능한 임원·이사·대주주 등을 뜻한다.
Sean Williams 기자는 기사에 언급된 종목을 보유하지 않으며, 모틀리풀은 엔비디아와 팔란티어 주식을 보유·추천하고 있다. 모틀리풀의 공시 정책은 원문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