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11월 소비자물가(CPI)가 예상보다 낮은 수준으로 상승했다. 이번 수치는 투자자들과 정책당국에 인플레이션이 완화될 가능성에 대한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가 상승세의 둔화는 향후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경로에 중요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다.
2025년 12월 18일, CNBC의 보도에 따르면, 노동통계국(Bureau of Labor Statistics, BLS)이 지연해 발표한 자료에서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연율 기준으로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다우존스가 집계한 이코노미스트들의 예상치 3.1%를 밑도는 수치이다. 또한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CPI는 연율 2.6% 증가해 예상치인 3.0%보다 낮았다.
이번 발표는 정부 셧다운(shutdown) 기간을 포함하는 자료를 처음으로 반영한 리포트다. 셧다운으로 인해 당시의 데이터 수집 과정이 차질을 빚었으며, 이 여파로 10월 CPI 발표가 취소되었다. 당초 10월 CPI 데이터는 2025년 12월 10일에 공개될 예정이었다.
수치의 의미와 시장 반응
발표 직후 시장은 향후 연준의 정책 완화 가능성을 더 적극적으로 재평가했다. 연준은 이달 초 기준 단기 금리를 25베이시스포인트(bps) 인하했으며, 이는 연속 세 번째 인하였다. 낮아진 CPI 수치는 연준이 고용시장을 보호하려는 방침을 유지하면서도 추가 완화 여지를 검토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A tame CPI will reinforce the Fed is focused on protecting the employment market. And that means a Fed ‘put’ is now in place for the economy,” 라고 Fundstrat의 수석연구원 Tom Lee는 사전 노트에서 밝혔다. “In other words, if the Fed is concerned about downside risks to the economy, the Fed ‘put’ comes into play and this would be for stocks to rise.”
전문용어 풀이
여기에 나오는 몇몇 용어는 일반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연율(annualized rate)은 특정 기간의 변화율을 1년 기준으로 환산한 수치다. 월간 변동을 연율로 환산하면 연간 기준으로 얼마나 변할지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근원 CPI(core CPI)는 식품과 에너지처럼 가격 변동성이 큰 항목을 제외한 물가지수를 말한다. 이 수치는 기저적인(intrinsic) 인플레이션 압력을 파악하는 데 사용된다. 베이시스포인트(bps)는 금리 변동을 표현하는 단위로 1베이시스포인트는 0.01% 포인트를 의미한다. 예컨대 25bps는 0.25%포인트에 해당한다. 또한 Tom Lee가 언급한 Fed ‘put’은 연준이 하방 리스크가 커질 경우 적극적으로 대응해 자산 가격을 방어하려 한다는 시장의 인식을 의미하는 관용적 표현이다.
과거 데이터와 맥락
참고로 2025년 9월의 CPI는 연율 기준으로 3.0% 상승했다. 이번 11월 수치는 그보다 낮아진 수준으로, 중기적인 인플레이션 둔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다만 단일 달의 수치만으로 추세를 확정하기는 이르며, 월간 변동성과 통계 수집의 불확실성(특히 셧다운 기간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
정책적 함의 및 향후 전망
단기적으로는 이번 CPI 하회가 연준의 추가 금리 인하 기대를 높일 수 있다. 이미 연준은 해당 월 초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으며, 낮은 물가상승률은 연준이 고용 안정과 경기 하방 리스크를 고려할 때 추가 완화를 택할 여지를 넓힌다. 반대로, 인플레이션이 다시 가속화되는 징후가 나타나면 연준은 금리 인하 기조를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
금융시장 관점에서는 완만한 인플레이션 둔화이 주식시장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Tom Lee의 발언에서 보듯이, 시장은 연준의 ‘안전장치’(Fed put)가 활성화된 것으로 보고 리스크 자산에 대해 우호적으로 반응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채권시장과 달러화 가치는 연준의 완화 속도와 기대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소비자와 기업에 미치는 영향
소비자 측면에서는 물가 상승률 둔화가 실질구매력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식품·에너지 같은 생활필수품 가격 변동성이 남아 있어 가계 실질 부담이 즉각적으로 완화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기업 측면에서는 원가압력이 완화될 경우 이익률 개선에 기여할 수 있으나, 수요 둔화에 따른 매출 감소 리스크도 병존한다.
추가 관찰 포인트
향후 관찰해야 할 주요 포인트는 다음과 같다. 첫째, 다음 달과 그 이후의 CPI·근원물가지표가 이번 긴축 완화 신호를 지속하는지 여부다. 둘째, 고용지표(실업률, 비농업고용 등)가 여전히 강세를 유지하는지 여부로, 이는 연준의 정책 결정에 핵심적이다. 셋째, 에너지와 식품 가격의 변동성이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과 글로벌 공급 차질의 재발 여부다. 마지막으로, 연준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과 향후 연준 관계자들의 발언을 통해 정책 기조의 지속성을 확인해야 한다.
결론
이번 발표에서 드러난 연율 2.7%의 CPI와 연율 2.6%의 근원 CPI는 시장에 인플레이션이 한층 진정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있다. 그러나 셧다운으로 인한 데이터 수집의 왜곡 가능성과 월간 변동성을 고려할 때, 단일 지표만으로 섣부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향후 연속적인 데이터 흐름과 연준의 추가 대응을 종합적으로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