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7,000억 달러 사모대출 시장, 증폭되는 금융시스템의 ‘그림자’—정책‧투자자 대응 전략 총평”

글 : 이중석(경제 전문 칼럼니스트·데이터 분석가)


Ⅰ. 서론 ― 왜 ‘사모대출(Private Credit)’인가?

지난 10년간 미국 금융시장의 최대 구조적 변화를 꼽으라면, 많은 전문가들은 ‘사모대출의 폭발적 성장’을 들 것이다. 불과 글로벌 금융위기(GFC) 직후 3,000억 달러 남짓이던 시장이 2025년 현재 1조7,000억 달러로 다섯 배 이상 불어났다. 은행 규제 강화·기관 자금의 수익 갈증·빅테크 데이터 혁신이 복합적으로 맞물리면서, 사모대출(p/c)은 전통 대출·채권을 대체·보완하는 거대한 ‘그림자 신용 체계(Shadow Credit System)’를 형성했다.

그러나 시장의 규모·속도가 임계점에 가까워지자 시스템 리스크 가능성도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1) 심사 기준 약화, 2) PIK(현금 없는 이자) 확산, 3) 상호연계성 확대가 ‘금융 전염’ 가능성을 키운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본 칼럼은 최근 CNBC 등 외신에서 제기된 경고를 종합해 장기(향후 3~5년) 관점으로 리스크·기회·정책 대응을 심층 점검한다.


Ⅱ. 시장 구조 ― 숫자로 보는 사모대출의 현재

구분 2010 2015 2020 2025E
시장 AUM(억$) 3,200 5,800 9,600 17,000
연평균 성장률 +13.6% +16.8%
평균 레버리지(순차입/EBITDA) 3.9배 4.7배 5.2배 5.6배
PIK 비중(신규 딜) 6% 11% 17% 25%

자료: PitchBook, Preqin, Moody’s Analytics(2025.6)

표에서 보듯 자금(Asset Under Management)뿐 아니라 레버리지·PIK 사용률도 동반 상승했다. 이는 곧 부실 취약도가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Ⅲ. 위험 요인 3대 체크포인트

1) 언더라이팅 약화 & 대체가능 자본의 착시

  • ‘드라이파우더(dry powder)’ 5,668억 달러 : 자금이 놀고 있으면 운용보수·성과보수가 줄어든다 → 조기 집행 압력.
  • 빅데이터·AI 모델 기반 자동 심사로 ‘속도’는 빨라졌으나, Recession 시 전통적 대면 실사보다 회수율이 12~18%포인트 낮다는 연구(Chicago Fed, 2024).

2) PIK·Covenant‐lite 유행

Paid-In-Kind(PIK) 구조는 현금 대신 원금에 이자를 더 얹어 복리로 불려가는 방식이다. 경기가 호조일 땐 레버리지 가속 효과가 크지만, 캐시플로우가 꺾이면 채무 눈덩이로 돌아온다.

무디스 시나리오 테스트(2025Q1)
▶ GDP –1%, 고정금리 100bp↑ 시
• 전통 중소기업 대출 부도율 7.2%
• PIK 비중 30% 사모대출 부도율 12.9%

3) 상호연계성‧유동성 이벤트

사모펀드·보험사·연금·CLO·리보볼(Credit Lines)을 잇는 복잡 네트워크가 이미 구축됐다. 특정 펀드에 환매 요구가 몰리면 헐값 매각(Fire Sale) & → 허약한 가격발 신용스프레드 확산 가능.


Ⅳ. 거시 환경과의 상호작용 ― ‘테일리스크’는 무엇인가?

사모대출 시장은 고금리와 저성장이 맞물리는 국면에 가장 취약하다. 아래 스트레스 매트릭스는 필자가 구축한 4분면 시나리오 분석이다.

Stress Matrix

  1. Stagflation▲ : 금리 고정·성장 급락 → 부채서비스 커지고 Exit 창구(IPO, M&A) 막힘 → 최악
  2. Soft Landing : 금리 소폭 인하·성장 안정 → 수익률 스프레드 유지 → 관리 가능
  3. Re-flation : 금리 급락·성장 반등 → 조기 상환 리스크(Prepayment) → IRR 희석
  4. Disinflation Recession : 인하–불황 → 차입사 매출 급감 → 중·하위 트랜치 손실

Ⅴ. 정책·제도권의 대응 방향

1) 규제기관(연준·OCC·FSOC) 역할

  • 데이터 영역 확장 : Form PF(Private Fund) 보고 의무를 CLO·BDC 迄까지 확대.
  • 스트레스 테스트 : 대형 사모펀드 GP·보험사의 ‘공통 시나리오’ 공개 의무화.
  • 레버리지 캡 : 총부채/EBITDA 6.0배 이상 거래는 추가 자기자본 적립.

2) 중앙은행 유동성 백스톱 논쟁

은행과 달리 예금 인출이 없으니 안전하다”는 논리는 매력적이지만, 시장 유동성 경색(예: 2020 3월 급락) 때는 ‘미결제 대출 인수 브리지(Bridge Facility)’가 마비된다. 일시적 Repo 창구 개설이 검토될 수 있으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를 유발할 소지가 크다.

3) 다가올 ‘바젤 IV’와 보험자본 규제

EU·영국은 Solvency II 개정안에 ‘Level-2 사모대출 리스크 가중치’를 2027년부터 30% → 45%로 상향할 방침이다. NAIC(美 보험협회)도 비상장 대출위험 계층화를 논의 중이다.


Ⅵ. 장기 투자전략 ― 생존과 기회

1) 투자자 유형별 체크리스트

투자자 리스크 포인트 대응 액션
연금·보험 유동성 & 캐시플로 매칭 실패
  • 잔존만기·선순위 등급 위주 재조정
  • 전통 IG 회사채·소버린 스프레드 비교
패밀리오피스 펀드 환매 락업·평가손 충격
  • 다중 운용사 FoF로 분산
  • Secured NAV 대출 비율 제한
리테일(BDC·펀드) 시장상장 BDC 할인율 확대
  • 프리미엄/디스카운트 감시
  • 옵션 헷지(풋매수, 콜매도)

2) 섹터·테마별 차별화

  • 방어형 : 헬스케어 서비스, 필수소비재 유통업 → 경기 저항력·현금흐름 안정
  • 취약 : 레저·OTA·광고기반 플랫폼 → 소비지출 변동성 직격
  • 중립 : 인공지능 인프라(데이터센터) → CapEx 크지만 수주 기반 장기계약

3) 대안적 헤지 수단

  1. 상장 옵션·파생(91) : HY CDX 인덱스 풋, iTraxx Crossover
  2. ETF·인덱스(90) : ‘LQDH’(IG CDX 헷지 내장), ‘HYGH’
  3. 원자재·금(金) 5~7% 편입 : 시스템 스트레스기 리스크 오프 신호

Ⅶ. 결론 ― “그림자를 직면할 때, 진짜 기회가 보인다”

사모대출의 ‘그림자(shadow)’는 무조건 위험이라는 편견과, “은행이 아니니 규제 필요 없다”는 안이함 사이 어디쯤에 존재한다. 필자의 판단으로는 2026~2027년 미국·유럽 경기 둔화 시기가 첫 번째 ‘시스템 스트레스 테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정교한 데이터 공개, 레버리지 캡, 안전판 자본 확충 같은 정책수단이 단계적으로 도입된다면, 사모대출은 은행 중심 생태계가 해결하지 못한 대안적 신용 파이프라인으로 자리 잡을 것이다. 즉 “규제가 늦으면 위기, 규제가 맞춤형이면 기회”라는 양면성이 핵심 DNA다.

투자자는 ‘규제 맵’과 ‘경기 사이클’을 나침반 삼아, 과도한 공포도 맹목적 낙관도 아닌 데이터 기반 중도 전략을 취해야 한다. 그때 그림자 속에서 빛나는 알파(alpha)가 실체를 드러낼 것이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 의견이며, 투자 자문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