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시 특집】 ‘마진 부채(거래용 대출)’가 사상 처음 1조 달러를 돌파하며 월가에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1999년 닷컴 호황과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에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은 역사적 유사성을 주시하고 있다.
2025년 9월 13일, 나스닥닷컴 보도에 따르면 최근 미 증권금융공사(FINRA)가 집계한 마진 부채(margin debt)가 6월에 처음 1조 달러를 넘어섰고 7월에도 증가세를 이어 갔다. 이는 S&P 500 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나온 수치다.
마진 부채란 투자자가 증권사로부터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뒤, 해당 주식을 담보로 삼는 레버리지 매매 자금을 뜻한다. 주가가 오를 때는 수익이 극대화되지만, 주가가 하락하면 담보 가치가 급락해 증권사가 추가 현금을 요구하는 ‘마진콜(margin call)’이 발생한다. 이에 대응하지 못하면 강제 청산이 뒤따라 낙폭을 키우는 악순환이 벌어진다.
■ 급증 속도가 더 위험하다
총액도 문제지만 증가 속도가 더욱 우려스럽다. 5월~6월 두 달간 마진 잔액은 18% 급증했는데, 이는 통계 작성 이후 다섯 번째로 큰 폭이다. 기록적 성장률을 보인 나머지 네 번의 기간은 모두 1999년 또는 2007년에 집중됐다. 전문가들은 이를 “역사적 데자뷔”라고 부른다.
■ 왜 투자심리 지표가 되나
마진 부채가 급팽창하면 두 가지 이유로 시장이 취약해진다. 첫째, 앞서 설명한 대로 하락 국면에서 연쇄 매도를 낳아 변동성을 증폭시킨다. 둘째, 투자자 과열 심리를 보여 주는 바로미터다. 투자자가 빚까지 내어 주식을 매수한다는 것은 ‘주가가 더 오른다’는 확신이 과도하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 1999·2007년과 2025년의 차이
하지만 역사적 유사성만으로 즉각적인 폭락을 예단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지적도 있다. 1999년의 주도주였던 시스코시스템즈와 달리, 현재 S&P 500 시가총액 상위권을 차지한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 등은 실적이 검증된 성숙 기업들이다. 2007년에는 미국 주택시장 붕괴가 실물경제 전반으로 번졌지만, 이번에는 그와 같은 시스템 전반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낮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월가의 한 베테랑 애널리스트는
“지금도 버블 논란이 있지만, 기업 이익·현금흐름·AI 혁신이라는 세 축이 과거보다 단단하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
고 말했다.
■ 시장 타이밍보다 분산 투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투자 전략의 핵심은 시장 타이밍 베팅이 아니라 장기 분산이라는 교훈이 여전히 유효하다. 거시 변수를 예측해 매수·매도 시점을 맞추는 일은 역사적으로 실패 확률이 높았으며, 버블도 상당 기간 지속된 전례가 있다.
실제 ‘워런 버핏’식 가치투자를 추종하는 투자자들은 “우량기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하면 급락장에서도 심리적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 전문 기자 시각 – 리스크 관리의 세 가지 포인트
첫째, 마진 거래 비중 점검이다. 현재 자신의 투자 규모 중 레버리지 비율이 과도하지 않은지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현금 비중을 늘려야 한다.
둘째, 변동성 지수(VIX)와 신용스프레드를 함께 모니터링하면 레버리지 축소 신호를 조기에 포착할 수 있다.
셋째, 섹터별 실적 모멘텀을 주시해 거품에 노출된 업종과 실적 방어가 가능한 업종을 구분해야 한다.
■ 결론
S&P 500이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고 있는 2025년, 1조 달러에 달하는 마진 부채 증가는 분명 경계해야 할 경고음이다. 그러나 시장 구조·기업 펀더멘털·규제 환경 등 다층적 차이를 고려할 때, 2000년·2008년과 동일 궤적을 단정할 수는 없다. 결과적으로 투자자는 장기 분산·리스크 관리·현금 유동성 확보라는 원칙을 재확인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