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 라보이스(Keith Rabois) / Getty Images
벤처투자자 키스 라보이스가 전자상거래(e-commerce) 분야에 뛰어든 뒤 브랜드를 공격적으로 사들이던 오픈스토어(OpenStore)가 결국 대부분의 매장을 정리하며 ‘모든 것을 처분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2025년 8월 8일, CNBC 보도에 따르면, 2021년 라보이스가 공동 설립한 오픈스토어는 지금까지 인수한 40여 개의 쇼피파이(Shopify) 스토어 중 거의 전부를 폐쇄하고 있으며, 재고품을 대폭 할인해 처분하거나 기부하는 방식으로 청산 절차를 밟고 있다. 회사 공식 사이트(open.store)는 이미 남성복 브랜드 잭 아처(Jack Archer) 홈페이지(jackarcher.com)로 리디렉션되고 있다.
이번 구조조정과 동시에 오픈스토어는 최근 1,500만 달러 규모의 신규 자금을 유치했으나, 기업 가치는 불과 5,000만 달러로 평가돼 불과 2년 전 10억 달러(유니콘) 수준에서 95% 이상 급락했다.
블룸버그가 먼저 보도한 바와 같이, 이는 회사 역사상 가장 극적인 다운라운드(down round) 중 하나다.
General Catalyst, Lux Capital, Khosla Ventures 등이 기존 투자자로 참여했으며, 라보이스는 현재도 Khosla Ventures의 매니징 디렉터로 재직 중이다. 그는 이번 사안에 대한 CNBC의 논평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 애그리게이터 모델의 한계
‘애그리게이터(aggregator)’란 다수의 소규모 온라인 상점을 ‘롤업(roll-up)’ 방식으로 빠르게 인수·통합한 뒤 규모의 경제와 데이터·마케팅 역량으로 수익성을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팬데믹 기간 초저금리와 급격한 온라인 소비 증가가 맞물리며, 이 모델은 월가와 실리콘밸리에서 총 160억 달러가 넘는 자금을 빨아들였다.
그러나 2022년부터 금리 인상과 오프라인 소비 회복으로 성장세가 둔화됐고, 벤처 투자도 급감했다. 선두 업체 쓰라시오(Thrasio)는 2024년 초 파산 보호를 신청했으며, 유니브랜즈(Unybrands)도 대규모 감원을 단행했다. 업계는 구조조정·합병·자산 매각이 이어지는 ‘붕괴 단계’에 돌입했다.
❏ 라보이스의 공격적 확장과 급제동
라보이스는 2021년 4월 X(구 트위터)에 “내가 함께 일한 최고의 인재들이 오픈스토어로 합류한다”고 자랑했고, 2022년에는 “하루에 한 개, 궁극적으론 시간당 한 개 기업을 인수하고 싶다”고 밝힐 정도로 자신감에 차 있었다. 2024년 6월에도 그는 “우리는 채용 중이며, 온라인 커머스의 미래를 배울 기회”라며 인재 영입 글을 올렸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미 2023년 하반기부터 신규 인수 중단·전사적 감원이 진행됐다. 당시 회사는 헤어브러시·목쿠션·주얼리·피부관리 기기·드론·사우나 텐트 등 수십 개 브랜드를 보유했으나, 고비용 디지털 마케팅과 신제품 개발 부담으로 현금 소진율이 치솟았다.
❏ ‘잭 아처’만 남았다
내부 문건에 따르면 공급망 팀은 올해 초부터 ‘청산 리스트’를 작성했다. 과정은 단순했다. ① 쇼피파이 스토어를 비활성화하고 ② 재고를 할인가에 판매하거나 기부한 뒤 ③ 법인을 정리하는 순서다. 한 내부 직원은 “잭 아처처럼 잘 돌아가는 브랜드도 있었지만, 너무 많은 브랜드를 동시에 성공시키기엔 역부족이었다
”고 털어놨다.
결국 회사는 1개 브랜드만 남기고 모두 처분하기로 결정했다. 오픈스토어는 2022년 83만7,000 달러에 인수한 잭 아처에 ‘전사 역량’을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경영진 변화와 미래
잇단 구조조정으로 공급망·자동화 고객지원(OpenDesk)·제품 부문 인력이 줄줄이 퇴사했으며, 공동창업자 겸 CTO 제러미 우드와 사장 트렌턴 릭스도 회사를 떠났다. 라보이스는 이제 잭 아처의 일상적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이사회 멤버로만 남는다.
지난달 회사는 의류 브랜드 Rhone의 성장 총괄을 지낸 에마 크리포(Ema Crepeau)를 잭 아처의 CEO로 선임했다. 회사는 올해 들어 세 자릿수(100% 이상) 매출 증가와 ‘강한 재구매율’을 기록했다며, 4분기 브랜드 리런칭을 예고했다.
“목적 기반 디자인과 모던 필수품, 그리고 남성 커뮤니티에 집중해 브랜드를 재정의하겠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 라보이스의 마지막 메시지
일부 투자자가 ‘실패’라고 평가하자 라보이스는 X에서 “실패가 아니다 — 비정상적으로 뛰어난 것(anomalously great)에 10배 집중
”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과거 PayPal 마피아, 링크드인·스퀘어 등에서 보여준 이력 탓에 투자자들은 전자상거래 전문성보다 그의 브랜드 파워를 보고 자금을 넣었다는 후문이다.
❏ 업계 시사점
전문가들은 이번 사례를 통해 ‘규모의 경제’가 전제되지 않은 애그리게이터 모델은 고금리·저성장 국면에서 심각한 구조적 취약성을 드러냈다고 지적한다. 또한 인수 기업 간 제품 카테고리·공급망·고객층이 지나치게 이질적일 경우, 통합 리소스가 분산돼 브랜드당 효율이 급속히 악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쇼피파이(Shopify): 온라인 쇼핑몰 구축·운영을 지원하는 캐나다 기반 플랫폼으로, 세계 400만 개 이상의 상점이 이용 중이다. 애그리게이터는 쇼피파이 또는 아마존 등에서 활동하는 독립 판매자를 ‘묶음’으로 사들이는 전략이다.
© 2025 CNBC | 번역 · 재구성: AI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