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 배당보다 매력적인 경쟁사 주식은 따로 있다

뉴욕 증시에 상장된 화이자(Pfizer, NYSE:PFE)는 시가총액 기준 세계 최대 규모 제약사 중 하나다. 현재 배당 수익률이 7.1%에 달한다. 이는 S&P 500 평균 배당 수익률 1.3%와 헬스케어 섹터 평균 1.7%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표면적으로만 보면 배당 투자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선택지처럼 보인다.

2025년 7월 20일, 나스닥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의 주요 경쟁사인 머크(Merck, NYSE:MRK)의 배당 수익률은 4%대에 불과하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단순 수익률만 보고 화이자를 매수하기보다, 안정성이 검증된 머크를 선택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화이자와 머크는 모두 블록버스터 신약 개발에 집중한다. 자체 연구·개발(R&D) 조직을 통해 특허 기간 동안 독점 판매할 수 있는 신약을 만들고, 특허 만료 이후에는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중소형 제약사를 인수한다. 두 기업 모두 글로벌 유통망과 영업 조직을 갖추고 있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도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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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월가가 평가하는 두 회사의 가치는 현저히 다르다. 고배당을 제공하는 화이자의 주가가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은, 과거 배당 삭감(dividend cut) 전력이 결정적 요인으로 지목된다. 화이자는 2007~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기간 대형 인수를 단행하며 배당을 감축했다. 그 여파로 현재까지 15년 연속 배당 증가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투자자들의 심리적 ‘흠집’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배당 삭감 vs. 배당 동결: 미묘하지만 중요한 차이

머크 역시 같은 기간 대규모 인수를 진행했으나 배당을 동결하는 선에서 방어했다. 배당이 늘어나지 않는 정체기는 투자자에게 아쉬움을 주지만, 이미 받던 배당이 줄어드는 삭감보다는 훨씬 덜 충격적이다. 이에 따라 머크는 ‘배당 안전성’ 측면에서 더 높은 신뢰를 구축했다.

‘배당 삭감’이란 회사가 지급하던 주당 배당금을 인하하거나 중단하는 것을 뜻한다. 이는 현금흐름 압박, 재무구조 악화, 대규모 인수·합병(M&A) 등 여러 요인에서 비롯된다. 배당 투자자는 현금 흐름 예측 가능성을 중시하기 때문에, 배당 삭감 이력이 있는 기업엔 자연스럽게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대형 제약사 투자 포인트

헬스케어 전문지식을 갖추지 않은 개인투자자에게, 초기 바이오텍이나 임상 단계 스타트업 투자는 난도가 높다. 해당 기업들은 임상 실패나 규제 리스크로 주가 변동성이 크다. 반면 화이자와 머크는 이미 승인된 의약품 포트폴리오에서 창출되는 현금으로 R&D를 재투자한다. 또한 파이프라인이 약할 경우 외부 기업을 인수해 보완하는 전략을 구사해 장기적 성장 동력을 유지한다.

따라서 일반 투자자는 두 기업 중 어느 한 곳을 선택해도 ‘헬스케어 섹터’에 간접적으로 분산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배당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다면, 배당 삭감 전력이 없는 머크가 화이자보다 우위에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시장 컨센서스도 이를 반영한다. 고배당임에도 화이자 주가는 머크보다 낮은 프리미엄을 적용받고 있다. 이는 배당 수익률이 높은 대신 배당 지속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할인 요인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주가와 배당 수익률 이해하기

주가가 하락하면 배당 수익률(배당/주가)은 자연스럽게 상승한다. 화이자의 7.1% 수익률은 부분적으로 주가 하락의 결과이기도 하다. 따라서 ‘높은 수익률 = 좋은 투자’라는 단순 공식은 성립하지 않는다. 기업 재무 건전성, 과거 배당 정책, 산업 내 경쟁 지위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

배당 투자의 핵심은 ‘신뢰’다. 한 번의 삭감은 향후 경기 침체나 대규모 M&A가 발생할 때 또 다른 삭감을 단행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반대로 머크처럼 배당을 지키면서 성장 전략을 병행한 사례는 투자자에게 장기 보유의 명분을 제공한다.

결론

전문가들은 “안정적 배당이 곧 복리 효과”라고 강조한다. 15년간 배당을 늘려온 화이자도 과거 삭감 이력을 완전히 지우지 못한 상태다. 이에 비해 머크는 동기간 배당을 최소한 유지하면서 최근에는 꾸준한 증액 기조로 전환해 배당 투자자의 신뢰를 더하고 있다. 단기 고수익을 노린다면 화이자의 7%대 배당이 매력적일 수 있으나, 장기 관점의 ‘배당 성장 투자자’라면 머크가 더 적합하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