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제약사 화이자(Pfizer Inc.)가 비만 치료 신약 개발사 메트세라(Metsera) 인수전에서 경쟁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 A/S)에 패배한 뒤, 두 회사를 상대로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2025년 10월 30일, 인베스팅닷컴의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는 노보 노디스크가 제시한 인수 제안이 자사의 기존 계약 조건을 능가하지 못할 뿐 아니라, 일부 규제 승인 절차를 우회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화이자는 “노보 측 제안은 ‘우월(superior)한 제안’에 해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장 경쟁을 억제하려는 시도”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최대 85억 달러 규모의 인수안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60억 달러는 선지급(Up-front)이며, 나머지는 마일스톤 지급*1 형식으로 구체적 프로젝트 성과 달성 시 단계별 지급되는 조건이다. 반면 화이자는 총 73억 달러 규모(마일스톤 포함)의 기존 계약을 이미 메트세라와 체결한 상태였다.
화이자는 이번 거래를 자사의 ‘1500억 달러 규모로 추산되는 글로벌 체중감량 시장’ 진입 시발점으로 삼으려 했다. 그러나 노보 노디스크가 더 높은 금액을 제시하며 인수전의 지형이 급변했다. 화이자는 성명을 통해 “지배적 시장 지위를 가진 해외 기업이 미국 신생 기업을 흡수해 경쟁을 원천 차단하려는 시도”라고 규정하며, 미국 국가 차원의 산업 보호 논리를 내세웠다.
“이는 지배적 위치의 기업이 신흥 미국 경쟁자를 제거함으로써 독점금지법(antitrust law)을 위반하는 행위”
— 화이자 공식 성명
노보 노디스크는 이미 비만 치료제 웨고비(Wegovy)와 당뇨병 치료제 오젬픽(Ozempic)으로 세계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노보가 메트세라 기술력까지 확보한다면, 체중감량 의약품 분야에서 압도적 파워를 행사할 가능성이 커진다. 화이자로서는 자사가 계획했던 ‘차기 성장 동력’을 통째로 빼앗기는 셈이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같은 날 별도 보도를 통해 메트세라가 이번 인수전 직전까지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퀴브(Bristol-Myers Squibb)와 독점협상을 진행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구체적 이유는 알려지지 않은 채 해당 협상은 막판에 결렬됐고, 화이자와 노보 노디스크 간 경쟁 구도가 급부상했다.
시장·규제 리스크 확대
화이자가 실제로 소송을 제기할 경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 및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 등 다수 규제 기관의 심사가 복합적으로 얽힐 전망이다. 특히 체중감량 치료제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각국 규제 당국은 가격 지배력과 공급망 안정성을 면밀히 살펴보고 있다.
업계 영향 및 전망
전문가들은 이번 사안을 두고 “단순 인수전이 아닌 시장 헤게모니 싸움”이라고 분석한다. 노보 노디스크가 메트세라를 확보하면, 화이자는 이미 단독 개발 포기를 선언한 자사 경구용 비만 치료제 프로젝트 빈자리를 메울 ‘대안 기술’ 마지막 카드마저 잃게 된다. 반면 노보는 기존 GLP-1 계열 약물 파이프라인에 신규 기전을 더해, 보험사가 제시하는 약가 협상에서도 협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정책적으로도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연일 ‘리쇼어링‧국가 안보’ 프레임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해외 기업에 의한 혁신 기술 흡수가 정치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소송이 장기화되어 거래 자체가 무산되거나, 인수가 성사되더라도 경쟁 방지적 조건(필수 라이선스 이전, 약가 상한 등)이 붙을 확률이 높다.
*1 마일스톤 지급 : 신약 개발에서는 임상 단계별 성공 여부에 따라 일정액을 나눠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초기 리스크를 분산하면서도, 목표 달성 시 인수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