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자(파이저)가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릴리와 노보 노르디스크의 우위를 흔들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엘리 릴리의 비만 치료제 Zepbound은 2025년 매출 135억 달러를 기록했으며, 당뇨병 치료제 Mounjaro는 비(非)미국·캐나다·일본 지역에서 비만 치료제로도 판매되어 2025년에 거의 230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덴마크 기반 제약사 노보 노르디스크의 비만 관련 사업은 2025년 823억 덴마크 크로네(약 130억 달러) 규모의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화이자는 2025년 비만 치료제 시장에서 실질적 매출이 없었다.

2026년 2월 5일, 더 모틀리 풀(The Motley Fool)의 보도에 따르면, 화이자는 과거 실험적 경구용 체중감량 치료제 danuglipron을 안전성 우려로 개발 중단한 이후에도 비만 치료제 시장 도전에 재시동을 걸었다. 회사는 2025년 11월에 메트세라(Metsera)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다시 시장 진입을 모색했으며, 인수 대금은 기본 70억 달러에 향후 성과에 따른 조건부 지급권(CVR; contingent value rights)을 포함할 경우 최대 100억 달러까지 늘어날 수 있다.
화이자는 월 1회 투여하는 주사제의 ‘편의성’을 차별화 요소로 삼고 있다. 화이자의 최고과학책임자(Chief Scientific Officer) 크리스 보쇼프(Chris Boshoff)는 회사의 4분기 업데이트에서, PF’3944(구 MET-097i)를 평가한 2b상 임상시험 Vesper-3의 고무적인 결과가 회사의 자신감을 크게 높였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결과가 “올해 말 시작될 것으로 예상되는 3상 월간 투여 연구에 대한 신뢰도를 상당히 높여준다”고 말했다.
“우리는 주 1회 투여 치료제를 주 1회 투여받는 대부분의 환자가 월 1회 투여로 전환하기를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월 1회 주사의 편의성이 핵심 차별화가 될 것이라고 본다.”
화이자 최고경영자(CEO) 알버트 부를라(Albert Bourla)는 자사의 연구가 대다수 환자가 주 1회 투여에서 월 1회 투여로 전환을 선호한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언급했다. 또한, 화이자의 미국 상업 총괄 책임자 아미르 말릭(Aamir Malik)은 4분기 업데이트에서 PF’3944의 효능이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상위 비만 치료제들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효능을 월 1회 투여라는 낮은 약물 부담과 결합하면, 환자·의료제공자·보험자에게 공감되는 가치 제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확대 전략: 임상시험 대규모 진행
화이자는 2026년에 비만 치료제 후보들에 대한 임상시험을 20건 이상 진행할 계획이다. 보쇼프는 이 목록에 PF’3944의 후기 단계 연구 10건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특히 화이자의 초장기 지속형 아밀린 유사체(ultra-long-acting amylin analog)를 활용한 2상 연구들이 시장의 기대감을 높였다. 보쇼프는 4분기 실적 발표 시 분석가들에게 이 아밀린 유사체가 PF’3944와 병용될 경우 “클래스 리딩(class-leading) 효능을 가질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아밀린 유사체와 GLP-1 작용제의 병용은 서로 다른 호르몬 경로를 표적해 체중감량 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임상적 관심을 받고 있다. 화이자는 월 1회 주사제에 집중하면서도 경구용(oral) GLP-1 작용제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있다. 2025년 12월에는 상하이 포순(SH: Shanghai Fosun) 계열의 YaoPharma와 협력·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해, 현재 1상에 있는 경구용 GLP-1 작용제 YP05002의 개발 및 상업화 권리를 독점적으로 확보했다.
승부는 장기전
화이자는 단기적으로 기존 강자들과 즉시 경합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다. 보쇼프는 4분기 업데이트에서 최초 잠재적 허가는 2028년까지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측통들은 월 1회 투여라는 편의성이 유지요법(maintenance therapy) 선택지로 자리 잡을 경우 PF’3944가 환자 유지율과 순응도(adherence)를 개선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한다.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향후 성장 여건에 따라 1,500억 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원문에서는 잠재적 시장 규모로 1500억 달러 표기).
투자자 관점
당장의 매출 발생이 늦어지는 가운데 투자자들은 기다리는 동안 배당수익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다. 화이자는 높은 배당 수익률을 제시하는 기업 중 하나로 언급되며, 선행 배당수익률(forward dividend yield)이 6.4% 수준으로 제시됐다. 이는 임상 결과와 규제 승인이라는 이벤트 리스크 속에서도 일정 수준의 현금흐름을 기대하는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비칠 수 있다.
전문가 분석: 시장 구조·가격·보험 적용의 향후 영향
비만 치료제 시장의 향방은 단순히 약물의 효능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다음 몇 가지 구조적 요소가 향후 가격과 시장 점유율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투여 빈도의 감소는 환자 준수도를 높여 장기적 치료 효과와 보험 커버리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월 1회 투여가 실질적으로 환자의 치료 지속성을 높일 경우, 보험사와 의료제공자는 비용 대비 효과(cost-effectiveness)를 재평가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약가 협상력과 보험 등재 협상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둘째, 경쟁 심화로 인한 가격 압박은 불가피하다. 릴리와 노보 노르디스크가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화이자가 편의성으로 차별화하더라도, 제약사들은 약가·리베이트·성과연동계약 등 다양한 가격 전략을 사용해 보험자와 협상할 것이다. 결과적으로 환자 부담과 보험 적용 범위가 각국 보건 시스템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셋째, 규제 승인 시점과 임상데이터의 강도는 시장 점유율 전망을 좌우한다. 화이자의 PF’3944와 아밀린 병용 요법이 강력한 장기 안전성 및 체중감량 유지를 입증하면, 유지요법으로서의 채택이 빨라질 수 있다. 반대로 안전성 이슈나 누적 데이터의 불확실성이 나타나면 진입 지연 및 상업적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용어 해설
GLP-1 작용제(GLP-1 agonist):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은 혈당 조절과 식욕 억제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GLP-1 작용제는 이 작용을 모방해 혈당 관리뿐 아니라 체중감량 효과를 유도한다. 대표적 약물로는 릴리의 Mounjaro·Zepbound 계열과 노보 노르디스크의 약물이 있다.
아밀린(amylin) 유사체: 아밀린은 식후 혈당 조절과 포만감에 관여하는 호르몬이다. 아밀린 유사체는 GLP-1과 다른 기전을 통해 식욕을 억제하거나 포만감을 증진시켜 체중감량에 기여할 수 있다.
조건부 지급권(CVR; Contingent Value Right): 인수·합병 거래에서 특정 성과가 달성될 경우 추가로 지급되는 금전적 권리다. 화이자의 메트세라 인수에서는 기본 인수금액 70억 달러 외에 성과에 따라 최대 30억 달러가 추가 지급될 수 있다.
임상 단계 설명1상~3상: 1상은 주로 안전성과 약물 동태를 평가하는 초기 단계, 2상은 효능과 적정 용량을 탐색하는 단계, 3상은 대규모 환자에서 약물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확인해 규제 승인 신청 근거를 마련하는 단계다.
결론
화이자는 과거의 실패를 딛고 메트세라 인수와 PF’3944의 개발 확대를 통해 비만 치료제 분야에 재진입했다. 월 1회 주사라는 편의성을 내세운 전략은 환자 순응도를 높여 유지요법 시장에서 의미 있는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을 제시한다. 다만 규제 승인 시점(최초 잠재적 허가 예상 시점은 2028년)과 장기 안전성, 보험자·가격 협상 등 여러 불확실성이 병존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고배당 수익률(선행 배당수익률 약 6.4%)이 단기적 리스크를 일부 보완하지만, 약물 상업화의 성공 여부는 중장기적 성과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